[프레시안]국민연금,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기후금융’

[기고] 중점관리사안으로 ‘기후위기’ 지정하고 기후행동 나서야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argos68@naver.com)]
전 세계는 지금, 전환의 시대, 그 문턱을 넘어가고 있다. 고탄소 사회에서 탈탄소 사회로, 배제적 성장(exclusive growth)에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으로,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의 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요구는 가장 거세고, 이를 위한 법·제도·정책들도 비교적 빠른 속도로 구축되고 있다. 인류의 대멸절(great dying)을 초래할 가능성이 심각한 기후위기 때문이다. IPCC(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는 인류를 포함한 다양한 생물종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는 순 제로(net-zero) 배출, 즉 ‘탄소중립'(carbon neutral)을 달성해야만 한다. 기후과학의 명령이다.

탄소중립이 화두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및 회원국 등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이미 선언했고,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도 이 선언에 동참했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나 제거 대책 등을 수립하여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지난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TV 생중계를 통하여 구체화된 탄소중립 비전을 국민 앞에 밝혔고, 15일에는 2050 탄소중립의 기본방향과 부문별 추진 전략을 담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국무회의에서 확정하여 발표한 바 있다. 탄소중립,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비전 아래,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新) 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사회로의 공정전환이라는 3대 정책방향이 제시되었다.

바야흐로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은 뉴노멀(New Normal)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탄소중립 달성에 ‘금융’은 핵심이다. 자본을 ‘저탄소’ 더 나아가 ‘탈탄소’ 관련 산업과 기업에 유입되도록 해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금융, 녹색금융이다. 이를 위하여 현재의 금융시스템을 녹색금융네트워크(NGFS : Network of Greening Financial System)가 권고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기후 관련 리스크를 금융안정성 모니터링 및 세부 금융감독에 반영, 녹색경제 활동 분류체계 개발, 기후와 환경 관련 정보공시체계 구축 등이다.

정부의 이러한 제도적인 노력을 전제로, 필자는 국민연금이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9월말 기준 785조 원이다.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이자,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시장의 대통령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의 주요 상장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다수의 금융기관는 거래관계에 있다. 이러한 영향력을 활용하여 국민연금이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금융’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2050 탄소중립’은 현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 정부의 철학이나 가치지향이 만들어 낸 어젠다(agenda)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후재앙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인류의 공멸을 막고자 하는 기후과학의 명령이자,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제·사회질서다.

사실 국민연금은 현재 기후위기 이슈에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다. 해외 연기금의 행보와는 극과 극일 정도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시대에도 이러한 행보를 보인다면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침,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김용진 이사장은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 규모를 기금 전체의 약 5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도 있다.

필자는 이 기회에 국민연금이 기후금융 실행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문의 다음 글로 제언한다.

1. 국민연금은 우선 ‘환경(E)’ 분야 ‘중점관리사안’으로 ‘기후변화’를 지정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1월말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한 바 았다. 이른바 ‘국민연금 책임투자 로드맵’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지배구조(G)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는, 국내주식 자산의 현행 수탁자 책임 활동을 환경(E)과 사회(S) 분야로도 확대한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올해 안에 환경과 사회 요소에도 ‘중점관리사안’을 지정하고 관련 가이드라인도 마련하여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적용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현행 국민연금의 ‘중점관리사안’은 5가지다.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임원보수한도의 적정성, 법령상의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횡령, 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의 사익편취),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하였으나 개선이 없는 사안, 정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결과가 2등급 이상 하락한 사안이다. 투자대상기업이 이 사안들에 해당하면 국민연금은 지분율과 실효성 등을 고려하여 해당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비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공개서한→주주제안이라는 절차에 따라 관여활동(engagement) 등 수탁자 책임 활동을 전개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중점관리사안은 투자자가 중대한 ESG 리스크로부터 자산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효율적인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 중 하나다.

그렇다면 환경 분야에서 어떤 이슈가 기업과 투자자에게 가장 중대한가. 필자는 단연 ‘기후위기’라고 생각한다. 고탄소 사회에서 탈탄소 사회로 전환되는 시대에,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후 관련 각종 규제 정책들이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는 시대에 기후위기만큼 기업과 투자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는 없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기업과 투자자만이 아닌, 지구 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최대 위협이다. 국민연금이 ‘기후변화’를 환경 분야의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하고 적극적인 관여활동으로 기업을 탈탄소, 탄소중립을 추동해야 하는 이유다.

사실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 ‘1.5℃ 기후행동’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에게는 상식이 되었다. 책임투자원칙(PRI)은 기후변화를 ESG 이슈와 별도로 분리하여 다루고 있을 정도다. 그 뿐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자를 대변하는 7개 기관들(PRI, CDP, UNEP FI, IGCC, IIGCC, AIGCC, Ceres)은 기후행동의 규모 확대와 가속화를 위하여 협력 이니셔티브인 ‘투자자 어젠다'(Investor Agenda)를 발족했다. ‘투자자 어젠다’는 투자(Investment), 기업관여(Corporate Engagement), 투자자 정보공개(Investor Disclosure), 정책지지(Policy Advocacy)라는 4가지 핵심 중점영역에서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일련의 기후행동 조치를 제시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탄소중립을 선언한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기후행동이 자리한다.

투자자들의 기후행동은 도덕적으로 옳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예 : 자연재해)와 전환리스크(예 : 정책·법률, 기술, 시장의 변화)로부터 재무적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활동이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투자기회(예 : 재생에너지)를 모색하고 투자처를 발굴하는 스마트한 활동이기도 하다.

기후위기는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이슈라는 점에서 단기투자자보다는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에게 타격이 더 크다. 전 세계의 주요 연기금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자산가치 보호를 위해서라도 기후행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더 나아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위탁사 선정에도 기후금융 능력과 실적 등을 반영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관투자자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2. 국민연금은 TCFD 지지를 선언하고 CDP를 통하여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투자의사결정에서 투자대상에 관한 정보는 기초 중의 기초다. 정보에 근거하지 않는 투자는 세칭 ‘묻지마 투자’이기 때문이다. 투자대상 정보에는 재무적 정보(financial information)와 ESG로 대표되는 비재무적 정보(non-financial information)가 있다. 하지만 이 둘의 구분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ESG가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비재무적 요소는 투자대상이 소재한 지역, 법·제도적 여건, 경제·사회·문화 및 국민들의 수준 등과 결합하여 재무적 요소보다 더 재무적이다. 기후변화 관련 정보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ESG 등 비재무적 정보는 아직 불충분하다. 특정 정보의 경우, 충분하더라도 시장의 신뢰성 확보는 여전히 문제이며, 정보공개의 통일성 부재로 인한 경쟁기업들 사이의 비교 가능성 또한 떨어진다. ESG 정보공개 의무화 법과 제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지난 12월 14일 온라인으로 주최한 ‘비재무보고 동향과 대응방안 심포지엄’에서 국민연금기금 이동섭 수탁자책임실장은 ESG 정보의 불충분에 대하여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의 ESG 평가항목 중 지배구조 관련 정보는 대부분 입수하는데, 환경과 사회 정보의 입수율은 50%밖에 되지 않아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지 고민이 많다는 발언이었다.필자는 이 지점에서 국민연금이 과연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늘 의심스럽다. 국민연금은 왜 정책 당국에 ESG 정보공개 의무화 제도 마련을 요구하지 않는가. 이러한 요구에 선행하여 국민연금은 왜 기업에 정보공개를 적극 요구하지 않는가. 투자자는 ESG 정보가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기업들은 ESG 정보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적다고 회피한다. ‘의지와 행동의 부재’가 초래한 최악의 핑퐁게임ping-pong game)이다. 하지만 분명한 이치는 필요한 자가 먼저 요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SG 정보공개 의무화 법 개정 문제로 수 년 동안 국회의원, 투자자, 기업의 의견을 들어오면서 내린 필자의 진단이다.

이제 기후위기 이슈로 좁혀 보자. 국민연금이 기후변화 이슈로 고려하는 평가지표는 온실가스관리시스템, 탄소배출량, 에너지소비량이다. 책임투자를 위하여 고려하는 국민연금의 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에 의하면 그렇다. 문제는 이 평가지표만으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점이다. 변별력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평가지표와 이에 따라 보다 많은 기후정보가 필요하다. 만약 국민연금이 중점관리사안으로 기후변화를 지정한다면 더욱 그렇다.

국민연금은 이 지점에서 기후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 포스인 TCFD(Task Force for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와 CDP(舊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국민연금의 기업평가에 매우 유용한 프레임워크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TCFD는 기후위기로 인한 금융위기 초래 방지를 목적으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이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주도하여 만든 국제적인 이니셔티브다. 금융기관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지배구조·전략·리스크 관리·지표 및 목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에도 적용된다. 전 세계 70개국의 1600개 이상의 금융기관, 기업, 정부, 비영리기관 등이 TCFD에 근거한 정보공개를 지지하고 있다. TCFD는 CDP의 역사적 성과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CDP는 기후변화·물·산림자원 등 환경 이슈와 관련하여 전 세계 주요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전 세계 금융기관 주도의 정보공개 이니셔티브다. CDP는 530개 육박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서명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9,000개 이상 기업이 CDP를 통하여 기후변화 등 환경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기후변화 등 환경 관련 정보 플랫폼이다. 주목할 점은 TCFD의 정보공개 요구사항을 CDP가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고자 한다면, TCFD와 CDP에 주목하여 관여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국민연금이 즉각 TCFD 지지를 천명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TCFD는 현재는 특별한 의무가 없는 지지선언이다. 때문에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CDP의 서명기관 대열에 합류하여 기업의 실질적인 기후 관련 정보를 확보하기를 권한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TCFD의 정보공개 요구사안을 CDP에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해외 다수의 공적연기금 뿐만 아니라 사적연금, 민간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TCFD 지지선언, CDP 서명기관 참여 통한 정보공개 요구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CalPERs, CalSTRS), 캐나다(CPPIB), 네덜란드(ABP, PGGM), 스웨덴(AP1~AP7), 덴마크(AP Pension), 노르웨이(NBIM) 등 국민연금이 비교대상으로 삼는 대다수 공적연기금이 그렇다. 이 기관들은 관여활동으로 얻은 CDP의 정보를 토대로 기업가치 측정, 기업관여활동, 투자·대출·보험 등 실제 금융 비즈니스에 반영하고 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다. 법적 의무가 아닌 한 요구하지 않는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기업은 소수다. 국민연금이 ESG 투자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선도적으로 ESG 정보공개의 우물을 파기를 바란다. 그 우물은 자본시장과 사회 모두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3.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 대열에 동참하고 이를 주도해야 한다

탈석탄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이다. 클라이미트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가 2019년 9월에 발간한 분석 보고서(Global and regional coal phase-out requirements of the Paris Agreement: Insights from the IPCC Special Report on 1.5°C)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려면 2040년 안에는 모든 지역에서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만 한다. 2016년 분석 때보다도 탈석탄 시계가 10년이나 단축되었다.

전 세계적인 탈석탄 금융 조류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거나 기존 투자를 철회(divestment)하겠다며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동참하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수만 해도 현재 1307개(운용자산 14.50조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탈석탄 금융 선언 바람이 해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관여활동으로 2018년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이 국내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한 이후 2019년도에는 DB손해보험,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 가세했다. 2020년에는 KB금융그룹의 결단 이후, NH농협금융, 우리금융그룹, 삼성의 금융계열사 등이 탈석탄 선언에 대거 동참했다. 2018년부터 최소 41개 금융기관이 탈석탄 선언에 합류했다.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탈석탄 선언 동참을 결정하거나 검토 중인 금융기관들이 다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탈석탄 금융은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전국의 지자체와 교육청 등은 ‘탈석탄 금고’ 정책으로 금융기관들의 탈석탄을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이러한 조류의 변방에서 아직 서성거리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GPFG,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인 캘퍼스(CalPERS), 스웨덴의 국민연금인 AP 등 해외 주요 연기금의 탈석탄 선언 행보와도 대조적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양이원영 의원, 그린피스와 공동 발간한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09년부터 2020년 6월 말까지 9조9955억 원(회사채 9조8239억원+프로젝트 파이낸싱 1,716억 원)을 석탄발전에 투자해 국내 석탄발전 금융 제공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한전 등 국내 석탄발전 관련 기업의 주식투자 규모인 1조702억 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석탄금융(Coal Finance)은 도덕적으로(morally) 옳지 않다. 단기적 이익을 위하여 전 인류의 삶을 희생시키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또 재무적으로도(financially) 위험한 투자다. 석탄업은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 될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는 전세계 금융기관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석탄발전 관련 투자를 철회하거나, 그 비중을 빠르게 축소해 나가는 두 가지 큰 이유다.

국민연금도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노후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탈석탄 금융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국내외 채권과 대체투자, 그리고 해외주식 자산군에 대해서는 즉각 탈석탄 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 국내주식 자산의 경우는 사실 투자배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 차원에서 투자비중을 제한하고 해당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늘려가도록 적극적인 관여활동을 수행할 수는 있다. 이를 위하여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전략으로 네거티브 스크린(negative screen) Space)을 도입하고 ‘석탄’을 포함해야 한다.

국민연금,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시작하라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와 금융의 문제이며, 기후행동 촉구는 이제 환경운동가의 목소리가 아니라 주류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의 목소리가 되었다. IMF(국제통화기금), BIS(국제결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수장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조속한 대응을 강조한다. 그린스완(green swan : 녹색백조)은 왜 그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 그리고 왜 금융기관들이 기후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한 마디로 설명하는 단어다. 그린스완은 기후변화가 초래할 심각한 경제·금융위기를 의미한다.

책임투자원칙은 “기후변화는 투자자가 직면한 가장 우선 순위에 있는 ESG 이슈다”(Climate change is the highest priority ESG issue facing investors)고 강조한다. 필자는 책임투자원칙 서명기관인 국민연금이 기후행동에 당당히 나서기를 촉구한다. 785조 원을 운용 규모에 부합하는 목소리를 내기 바란다.

오후 9시 47분.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할 때, 청와대 집무실 책상에 놓은 지구환경 위기 시간이다. 인류가 생존 불가능한 시간인 12시를 기준으로 ‘매우 불안’이다. 선언은 다음의 말로 마무리 된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

필자가 국민연금에 하고 싶은 말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argos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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