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

이미 전 세계 투자시장은 투자 자산을 선택하고 운용할 때 ESG(Environment 환경, Society 사회, Governance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를 고려하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거나,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고 건강하지 못한 노동환경을 제공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위험이 되기 때문에 경영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자산규모가 3위로 큰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 현황은 어떤지 1월 21일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왼쪽) 지난해 5월 8일 남인순 의원과 김광수 의원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이 '국민연금 책임투자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왼쪽) 지난해 5월 8일 남인순 의원과 김광수 의원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이 “국민연금 책임투자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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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책임투자포럼 연혁, 활동에 대해 설명한다면?
“사회책임투자포럼 SIF(Social Investment Forum)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에도 조직되어 있는 단체다.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유럽사회책임투자포럼(Eurosif)도 있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한다. 한국에서 사회책임투자는 국민연금이 2006년 9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위탁운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그 무렵인 2007년 초에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키를 쥐고 있다. 그래서 2012년부터는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입법제안, 정책제안, 캠페인 활동 등을 펼쳐왔다. 이전까지는 국민연금에 우호적으로 방안을 제시하고 요청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법과 제도가 없이는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입법제안 활동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2015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정보공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성과다. 이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이 ESG를 고려한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따져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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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책임투자라는 개념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있다. 대개 수면 위로 드러나는 빙산은 10%밖에 되지 않지만, 수면 아래 가라앉은 빙산은 90%다. 기업의 가치는 재무자산과 비재무적 자산으로 구성되는데, 많은 사람이 주식투자를 할 때 기업의 10%에 해당하는 빙산의 드러난 부분, 즉 재무자산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예를 들면 오너 일가의 갑질,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며 주가가 하락하는 등 파장이 일어난 것을 모두가 기억한다.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재무적 가치외에도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비재무적 가치는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로 구성되며, 이 가치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과도 같다. 사회책임투자는 바로 투자대상의 ESG를 고려하고 평가하여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재무적 가치만을 보는 투자를 천동설 투자, 비재무적 가치까지 고려하여 투자하는 것을 지동설 투자로 비유하기도 한다.”

–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사례를 소개한다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연금이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사를 해보니, 실제로 옥시에만 약 86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국민연금은 경영진 면담은 물론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레터조차 보내지 않았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명백한 사건임에도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기업관여 활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칼럼을 쓰고, 바로 다음날 환경운동연합 등 다른 단체와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국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이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또한 그 전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시 재벌승계를 도와주는 의결권 행사 사건 등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사회적 책임성이 부각되어 있던 상태였다. 이 두 사건은 국민들이 사회책임투자를 알게 하고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미 전세계 투자는 사회책임투자라는 큰 물줄기를 형성해 가고 있었는데, 그동안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 현재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점수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설명해달라
“ESG는 각 영역별로 다양한 지표들이 있다. 예를 들어 E(환경)에서는 기후변화라는 중분류 지표가 있고, 이에 대한 세부지표는 온실가스배출량, 에너지사용량, 감축목표 등이 있다. S(사회)도 노동, 안전, 불공정관행 등이 있고, G(지배구조)에도 주주권리, 이사회 구성(예-다양성 등), 배당 등이 있다. ESG 점수는 평가회사 나름대로 ESG 각 영역과 각 영역에 설정한 중분류 지표 그리고 이 중분류에 따른 다양한 세부지표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해 그 성과를 파악해 점수와 등급을 산정한다.

사회책임투자에는 다양한 실행전략이 있다. 어떤 실행전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윤리 또는 규범에 의한 배제(negative screening)가 있다. 종교기관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주류, 도박 관련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 교육 관련 연금이 반교육적인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근에 주류 금융기관 등에서는 선택적 배제(positive screening)와 재무적 가치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통합(integration)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국민연금도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좀 뜯어서 살펴보자.
▲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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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도 사회책임투자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
“투자자들은 통상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기업의 주식을 팔아버리는 것으로 그 가치를 대신했다. 이것이 이른바 ‘월스트리트 룰’이었는데, 그러한 투자 행위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부도덕한 경영진의 행위를 바로잡지 못하고, 결국 금융위기를 낳았다. 이에 대한 반성을 통해 스튜어드십코드가 탄생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주주로서의 오너십을 가지고 경영에 적극 참여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나쁜 관행을 개선해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투자자는 그 과정에서 장기적 관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예로 들면, 주주가 가습기살균제 기업의 주식을 팔지 않고 해당 이슈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개선하는 방식이다.”

–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투자하는 방식에 있어서 공공성과 수익률을 함께 추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 아닌가.
“자본투자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다양하다. 양극단에는 재무적 수익 창출만을 추구하는 전통적(Traditional) 방식과 사회적 영향만을 추구하는 사회공헌 방식이 존재한다. 그 양극단의 방식을 극복하기 위한 중간지대의 투자방식으로 돈을 벌면서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 사회에 공헌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SRI’, 즉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혹은 지속가능책임투자(Sustainable and Responsible Investment)는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는 명목상으로는 그 중간지대에 해당하는 투자 방식을 택했으나, 실제 목적은 수익률만을 극대화하는 방식에만 매몰되어 있다. 국민연금은 전국민이 조성한 기금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동시에, 노후보장을 위해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표도 지켜야 한다. 공적연금은 그 사이의 균형을 잘 찾아야 하는 것이다.”

– 현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평가한다면?
“조금씩 발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도가 굉장히 더디다. 현재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를 하는 이유로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꼽는다. 사회적 영향은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투자 방식의 부가적인 산물일 뿐이다. 이른바 책임투자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투자하는 규모는 2018년말 기준으로 약 27조 원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사회적책임투자 방식을 늦게 도입했음에도 몇 년 사이에 괄목할만한 규모로 확대됐다.

국민연금이 세계 3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큰 손’임에도 국제적 동향에 참 둔감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선도적으로 나서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투자방식도 바뀐다. 사회책임투자 생태계가 만들어 질 수 있다. 국민연금의 사회적책임투자 방식은 2018년 말 이전까지 주식으로만 위탁운용해왔는데, 최근에서야 직접운용 방식까지 도입하기 시작했다.”

–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가이드라인에 대해 평가한다면?
“2019년 11월 3일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 참석해서 국민연금을 상당히 비판했다.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정책임에도 그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조정해 놓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를 정권 말기로 잡아놓은 것은 사회책임투자에 의지가 없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2013년까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를 11조 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됐던 것에 대한 학습효과다.

또한 사회책임투자를 가장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고 것이 해외투자 방식인데, 이를 늦추었다는 점도 지나치게 단계적이고 소극적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탈석탄을 선언하고, 무기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등 사회책임투자를 가장 잘 하는 이유는 기금 전체를 해외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국내투자에 있어서는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배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를 들어 당장 한국전력이 기후변화의 흐름에 반하는 석탄발전소 건설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시총 규모를 고려하면 투자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투자의 비중을 제한하는 정도만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투자는 이러한 점에도 더욱 자유롭다.”

–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해외투자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은 앞으로 해외투자 비중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국내 시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자산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을 흔히 ‘연못 속의 고래’라고 비유한다. 위험관리가 더욱 크게 요구되는 개발도상국 투자에 있어서는 사회책임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업의 비재무 관련 정보가 불투명한 경향이 있고, 그 외에 위험요소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APG(네덜란드 공적연기금 운용사)의 경우,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따라 그 목표에 자신들의 자산운용이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국제적이고 인류적인 관점을 전혀 갖지 않고 않다. 장기적으로 기금운용을 통해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지속가능한 개발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이 전혀 없다. 투자철학의 빈곤이다.”

– 해외에서는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문제의식도 상당하다. 국민연금이 유럽 대도시의 대규모 부동산을 사들이며 원주민들이 ‘젠트리피케이션’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중요한 부분을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전혀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것도 지속가능개발목표에 대한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투자활동이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당연히 고려해야 하며, 모두가 이익을 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역사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게 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욱 증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인식도 옳지 않다. 국내에서 부동산에 대체투자를 할 때에도 당연히 주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LH와 협업해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도 하고 사회기반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이다.”

–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민연금의 과제는 무엇일까?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급변하고 있다. EU는 2018년 이미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G20의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금융안정위원회(FSB)에 의뢰해 만든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기후변화가 제2의 금융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지 않거나 못함으로써 발생했다. 기후위기는 자산가치를 변동시킨다.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버블로 인해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TCFD는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들로 하여금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등 기후변화 관련 정보들을 재무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태풍이다. 그런데 2019년 10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TCFD를 지지하는 기관은 5개에 불과하다. 해외의 주요연기금은 TCFD에 지지선언을 하고 CDP(구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를 통해 정보공개를 하는데, 국민연금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이에 대한 관심이 아직 없다.”

–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기 위한 제언을 남긴다면?
“지난해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었다. 국민연금을 지난 십수년간 ‘스토킹’해온 입장에서 보면, 한 걸음 떼었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 국민연금이 잘한 것도 있다. 작년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중점관리 영역으로 환경, 사회를 선정하겠다고 한 점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이를 근거로 환경 영역에서는 당연히 기후위기 이슈를 반영해야 하며, 사회 영역에서는 산재사고가 다발하는 기업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한국에서 제2회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그 회의가 개최되기 전에 탈석탄을 선언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이 TCFD를 지지하고, 기업들의 기후위기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중점관리 영역으로 반드시 기후위기 이슈를 집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포용금융’을 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성장 전략은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배제적’ 방식이었다. 전세계는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포용적 성장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는 주주만의 이해가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괄할 수 있는 투자 패러다임을 적극 주도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본 인터뷰는 월간 <복지동향> 2020년 2월호 ‘복지톡’ 코너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프레시안]국민연금,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기후금융’

[기고] 중점관리사안으로 ‘기후위기’ 지정하고 기후행동 나서야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argos68@naver.com)]
전 세계는 지금, 전환의 시대, 그 문턱을 넘어가고 있다. 고탄소 사회에서 탈탄소 사회로, 배제적 성장(exclusive growth)에서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으로,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로의 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진행 중이다.

탈탄소 사회로의 전환 요구는 가장 거세고, 이를 위한 법·제도·정책들도 비교적 빠른 속도로 구축되고 있다. 인류의 대멸절(great dying)을 초래할 가능성이 심각한 기후위기 때문이다. IPCC(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는 인류를 포함한 다양한 생물종의 파국을 막기 위해서는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세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 수준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는 순 제로(net-zero) 배출, 즉 ‘탄소중립'(carbon neutral)을 달성해야만 한다. 기후과학의 명령이다.

탄소중립이 화두다.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 및 회원국 등 주요국이 탄소중립을 이미 선언했고, 구글, 애플 등 글로벌 주요 기업들도 이 선언에 동참했다. 탄소중립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나 제거 대책 등을 수립하여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지난 10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TV 생중계를 통하여 구체화된 탄소중립 비전을 국민 앞에 밝혔고, 15일에는 2050 탄소중립의 기본방향과 부문별 추진 전략을 담은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 :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과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를 국무회의에서 확정하여 발표한 바 있다. 탄소중립,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비전 아래,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新) 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사회로의 공정전환이라는 3대 정책방향이 제시되었다.

바야흐로 전 세계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탄소중립’은 뉴노멀(New Normal)이 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처럼 “탄소중립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피할 수 없는 과제이다”. 탄소중립 달성에 ‘금융’은 핵심이다. 자본을 ‘저탄소’ 더 나아가 ‘탈탄소’ 관련 산업과 기업에 유입되도록 해야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금융, 녹색금융이다. 이를 위하여 현재의 금융시스템을 녹색금융네트워크(NGFS : Network of Greening Financial System)가 권고하는 방식으로 바꾸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기후 관련 리스크를 금융안정성 모니터링 및 세부 금융감독에 반영, 녹색경제 활동 분류체계 개발, 기후와 환경 관련 정보공시체계 구축 등이다.

정부의 이러한 제도적인 노력을 전제로, 필자는 국민연금이 탄소중립 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민연금의 운용자산은 9월말 기준 785조 원이다.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이자, 우리나라에서는 자본시장의 대통령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의 주요 상장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다수의 금융기관는 거래관계에 있다. 이러한 영향력을 활용하여 국민연금이 탄소중립을 위한 ‘기후금융’을 선도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노파심에서 말하지만, ‘2050 탄소중립’은 현 정부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 정부의 철학이나 가치지향이 만들어 낸 어젠다(agenda)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후재앙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인류의 공멸을 막고자 하는 기후과학의 명령이자,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제·사회질서다.

사실 국민연금은 현재 기후위기 이슈에 지나칠 정도로 무관심하다. 해외 연기금의 행보와는 극과 극일 정도다. 그러나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 시대에도 이러한 행보를 보인다면 무책임의 극치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마침,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최근 김용진 이사장은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 규모를 기금 전체의 약 50%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도 있다.

필자는 이 기회에 국민연금이 기후금융 실행으로 탄소중립에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장문의 다음 글로 제언한다.

1. 국민연금은 우선 ‘환경(E)’ 분야 ‘중점관리사안’으로 ‘기후변화’를 지정해야 한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지난해 11월말 ‘국민연금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의결한 바 았다. 이른바 ‘국민연금 책임투자 로드맵’이다. 이 방안에 따르면, 지배구조(G) 중심으로 수행되고 있는, 국내주식 자산의 현행 수탁자 책임 활동을 환경(E)과 사회(S) 분야로도 확대한다. 그리고 이를 위하여 올해 안에 환경과 사회 요소에도 ‘중점관리사안’을 지정하고 관련 가이드라인도 마련하여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적용한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 활동에 관한 지침’에 의하면, 현행 국민연금의 ‘중점관리사안’은 5가지다. 기업의 배당정책 수립, 임원보수한도의 적정성, 법령상의 위반 우려로 기업가치를 훼손하거나 주주권익을 침해할 수 있는 사안(횡령, 배임, 부당지원행위, 경영진의 사익편취), 지속적으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하였으나 개선이 없는 사안, 정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결과가 2등급 이상 하락한 사안이다. 투자대상기업이 이 사안들에 해당하면 국민연금은 지분율과 실효성 등을 고려하여 해당 기업과의 비공개 대화→비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공개 중점관리기업 선정→공개서한→주주제안이라는 절차에 따라 관여활동(engagement) 등 수탁자 책임 활동을 전개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중점관리사안은 투자자가 중대한 ESG 리스크로부터 자산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동시에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효율적인 관여정책(engagement policy) 중 하나다.

그렇다면 환경 분야에서 어떤 이슈가 기업과 투자자에게 가장 중대한가. 필자는 단연 ‘기후위기’라고 생각한다. 고탄소 사회에서 탈탄소 사회로 전환되는 시대에, 그리고 이 과정에서 기후 관련 각종 규제 정책들이 빠른 속도로 도입되고 있는 시대에 기후위기만큼 기업과 투자자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슈는 없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는 기업과 투자자만이 아닌, 지구 공동체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최대 위협이다. 국민연금이 ‘기후변화’를 환경 분야의 중점관리사안으로 지정하고 적극적인 관여활동으로 기업을 탈탄소, 탄소중립을 추동해야 하는 이유다.

사실 2015년 파리기후협정 이후, ‘1.5℃ 기후행동’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글로벌 금융기관들에게는 상식이 되었다. 책임투자원칙(PRI)은 기후변화를 ESG 이슈와 별도로 분리하여 다루고 있을 정도다. 그 뿐이 아니다. 글로벌 투자자를 대변하는 7개 기관들(PRI, CDP, UNEP FI, IGCC, IIGCC, AIGCC, Ceres)은 기후행동의 규모 확대와 가속화를 위하여 협력 이니셔티브인 ‘투자자 어젠다'(Investor Agenda)를 발족했다. ‘투자자 어젠다’는 투자(Investment), 기업관여(Corporate Engagement), 투자자 정보공개(Investor Disclosure), 정책지지(Policy Advocacy)라는 4가지 핵심 중점영역에서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일련의 기후행동 조치를 제시하며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올해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탄소중립을 선언한 배경에는 투자자들의 이러한 적극적인 기후행동이 자리한다.

투자자들의 기후행동은 도덕적으로 옳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예 : 자연재해)와 전환리스크(예 : 정책·법률, 기술, 시장의 변화)로부터 재무적 위험을 최대한 줄이기 위한 활동이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새로운 투자기회(예 : 재생에너지)를 모색하고 투자처를 발굴하는 스마트한 활동이기도 하다.

기후위기는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이슈라는 점에서 단기투자자보다는 연기금 등 장기 투자자에게 타격이 더 크다. 전 세계의 주요 연기금이 기후위기에 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장기 투자자인 국민연금은 자산가치 보호를 위해서라도 기후행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 더 나아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등 위탁사 선정에도 기후금융 능력과 실적 등을 반영함으로써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관투자자 협력 생태계를 구축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2. 국민연금은 TCFD 지지를 선언하고 CDP를 통하여 적극적인 정보공개를 요구해야 한다

투자의사결정에서 투자대상에 관한 정보는 기초 중의 기초다. 정보에 근거하지 않는 투자는 세칭 ‘묻지마 투자’이기 때문이다. 투자대상 정보에는 재무적 정보(financial information)와 ESG로 대표되는 비재무적 정보(non-financial information)가 있다. 하지만 이 둘의 구분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ESG가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주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비재무적 요소는 투자대상이 소재한 지역, 법·제도적 여건, 경제·사회·문화 및 국민들의 수준 등과 결합하여 재무적 요소보다 더 재무적이다. 기후변화 관련 정보는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나라에서 ESG 등 비재무적 정보는 아직 불충분하다. 특정 정보의 경우, 충분하더라도 시장의 신뢰성 확보는 여전히 문제이며, 정보공개의 통일성 부재로 인한 경쟁기업들 사이의 비교 가능성 또한 떨어진다. ESG 정보공개 의무화 법과 제도가 부재하기 때문이다. 한국공인회계사회가 지난 12월 14일 온라인으로 주최한 ‘비재무보고 동향과 대응방안 심포지엄’에서 국민연금기금 이동섭 수탁자책임실장은 ESG 정보의 불충분에 대하여 밝힌 바 있다. 국민연금의 ESG 평가항목 중 지배구조 관련 정보는 대부분 입수하는데, 환경과 사회 정보의 입수율은 50%밖에 되지 않아 제대로 측정하고 있는지 고민이 많다는 발언이었다.필자는 이 지점에서 국민연금이 과연 이 문제를 개선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늘 의심스럽다. 국민연금은 왜 정책 당국에 ESG 정보공개 의무화 제도 마련을 요구하지 않는가. 이러한 요구에 선행하여 국민연금은 왜 기업에 정보공개를 적극 요구하지 않는가. 투자자는 ESG 정보가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기업들은 ESG 정보를 요구하는 투자자들이 적다고 회피한다. ‘의지와 행동의 부재’가 초래한 최악의 핑퐁게임ping-pong game)이다. 하지만 분명한 이치는 필요한 자가 먼저 요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ESG 정보공개 의무화 법 개정 문제로 수 년 동안 국회의원, 투자자, 기업의 의견을 들어오면서 내린 필자의 진단이다.

이제 기후위기 이슈로 좁혀 보자. 국민연금이 기후변화 이슈로 고려하는 평가지표는 온실가스관리시스템, 탄소배출량, 에너지소비량이다. 책임투자를 위하여 고려하는 국민연금의 환경·사회·지배구조 기준에 의하면 그렇다. 문제는 이 평가지표만으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능력을 제대로 평가할 수 없는 점이다. 변별력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더 많은 평가지표와 이에 따라 보다 많은 기후정보가 필요하다. 만약 국민연금이 중점관리사안으로 기후변화를 지정한다면 더욱 그렇다.

국민연금은 이 지점에서 기후관련 재무정보 공개 태스크 포스인 TCFD(Task Force for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와 CDP(舊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와 관련한 국민연금의 기업평가에 매우 유용한 프레임워크와 정보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TCFD는 기후위기로 인한 금융위기 초래 방지를 목적으로,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장이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주도하여 만든 국제적인 이니셔티브다. 금융기관이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관리하기 위한 지배구조·전략·리스크 관리·지표 및 목표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기업에도 적용된다. 전 세계 70개국의 1600개 이상의 금융기관, 기업, 정부, 비영리기관 등이 TCFD에 근거한 정보공개를 지지하고 있다. TCFD는 CDP의 역사적 성과를 바탕으로 탄생했다.

CDP는 기후변화·물·산림자원 등 환경 이슈와 관련하여 전 세계 주요 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전 세계 금융기관 주도의 정보공개 이니셔티브다. CDP는 530개 육박하는 글로벌 금융기관이 서명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9,000개 이상 기업이 CDP를 통하여 기후변화 등 환경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기후변화 등 환경 관련 정보 플랫폼이다. 주목할 점은 TCFD의 정보공개 요구사항을 CDP가 고스란히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더 많이 확보하고자 한다면, TCFD와 CDP에 주목하여 관여활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국민연금이 즉각 TCFD 지지를 천명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TCFD는 현재는 특별한 의무가 없는 지지선언이다. 때문에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CDP의 서명기관 대열에 합류하여 기업의 실질적인 기후 관련 정보를 확보하기를 권한다. 앞서 언급한 바처럼 TCFD의 정보공개 요구사안을 CDP에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해외 다수의 공적연기금 뿐만 아니라 사적연금, 민간의 글로벌 금융기관들은 TCFD 지지선언, CDP 서명기관 참여 통한 정보공개 요구라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미국(CalPERs, CalSTRS), 캐나다(CPPIB), 네덜란드(ABP, PGGM), 스웨덴(AP1~AP7), 덴마크(AP Pension), 노르웨이(NBIM) 등 국민연금이 비교대상으로 삼는 대다수 공적연기금이 그렇다. 이 기관들은 관여활동으로 얻은 CDP의 정보를 토대로 기업가치 측정, 기업관여활동, 투자·대출·보험 등 실제 금융 비즈니스에 반영하고 있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다. 법적 의무가 아닌 한 요구하지 않는 정보를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기업은 소수다. 국민연금이 ESG 투자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선도적으로 ESG 정보공개의 우물을 파기를 바란다. 그 우물은 자본시장과 사회 모두의 이익으로 돌아온다.

3. 국민연금은 탈석탄 선언 대열에 동참하고 이를 주도해야 한다

탈석탄은 기후위기 대응의 핵심이다. 클라이미트 애널리틱스(Climate Analytics)가 2019년 9월에 발간한 분석 보고서(Global and regional coal phase-out requirements of the Paris Agreement: Insights from the IPCC Special Report on 1.5°C)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 이하로 제한하려면 2040년 안에는 모든 지역에서 석탄발전소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만 한다. 2016년 분석 때보다도 탈석탄 시계가 10년이나 단축되었다.

전 세계적인 탈석탄 금융 조류는 이러한 배경에서 나왔다. 석탄발전 등 화석연료에 더 이상 투자하지 않거나 기존 투자를 철회(divestment)하겠다며 파슬 프리 캠페인(Fossil Free Campaign)에 동참하고 있는 기관투자자의 수만 해도 현재 1307개(운용자산 14.50조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에서도 탈석탄 금융 선언 바람이 해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관여활동으로 2018년 사학연금, 공무원연금이 국내 최초로 탈석탄을 선언한 이후 2019년도에는 DB손해보험, 한국교직원공제회,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 가세했다. 2020년에는 KB금융그룹의 결단 이후, NH농협금융, 우리금융그룹, 삼성의 금융계열사 등이 탈석탄 선언에 대거 동참했다. 2018년부터 최소 41개 금융기관이 탈석탄 선언에 합류했다. 올해 말 혹은 내년 초 탈석탄 선언 동참을 결정하거나 검토 중인 금융기관들이 다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탈석탄 금융은 대세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전국의 지자체와 교육청 등은 ‘탈석탄 금고’ 정책으로 금융기관들의 탈석탄을 촉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연금은 이러한 조류의 변방에서 아직 서성거리고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인 GPFG,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인 캘퍼스(CalPERS), 스웨덴의 국민연금인 AP 등 해외 주요 연기금의 탈석탄 선언 행보와도 대조적이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양이원영 의원, 그린피스와 공동 발간한 ‘2020 한국 석탄금융 백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09년부터 2020년 6월 말까지 9조9955억 원(회사채 9조8239억원+프로젝트 파이낸싱 1,716억 원)을 석탄발전에 투자해 국내 석탄발전 금융 제공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한전 등 국내 석탄발전 관련 기업의 주식투자 규모인 1조702억 원을 제외한 금액이다.

기후위기 시대에 석탄금융(Coal Finance)은 도덕적으로(morally) 옳지 않다. 단기적 이익을 위하여 전 인류의 삶을 희생시키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또 재무적으로도(financially) 위험한 투자다. 석탄업은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 될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이는 전세계 금융기관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석탄발전 관련 투자를 철회하거나, 그 비중을 빠르게 축소해 나가는 두 가지 큰 이유다.

국민연금도 기후위기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노후자산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탈석탄 금융 대열에 동참해야 한다. 국내외 채권과 대체투자, 그리고 해외주식 자산군에 대해서는 즉각 탈석탄 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 국내주식 자산의 경우는 사실 투자배제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 차원에서 투자비중을 제한하고 해당 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을 늘려가도록 적극적인 관여활동을 수행할 수는 있다. 이를 위하여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전략으로 네거티브 스크린(negative screen) Space)을 도입하고 ‘석탄’을 포함해야 한다.

국민연금,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시작하라

기후위기는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와 금융의 문제이며, 기후행동 촉구는 이제 환경운동가의 목소리가 아니라 주류 금융당국과 금융기관의 목소리가 되었다. IMF(국제통화기금), BIS(국제결제은행) 등 국제금융기구의 수장들은 기후위기에 대한 조속한 대응을 강조한다. 그린스완(green swan : 녹색백조)은 왜 그들이 그런 주장을 하는지, 그리고 왜 금융기관들이 기후행동을 해야 하는지를 한 마디로 설명하는 단어다. 그린스완은 기후변화가 초래할 심각한 경제·금융위기를 의미한다.

책임투자원칙은 “기후변화는 투자자가 직면한 가장 우선 순위에 있는 ESG 이슈다”(Climate change is the highest priority ESG issue facing investors)고 강조한다. 필자는 책임투자원칙 서명기관인 국민연금이 기후행동에 당당히 나서기를 촉구한다. 785조 원을 운용 규모에 부합하는 목소리를 내기 바란다.

오후 9시 47분. 문재인 대통령이 ‘2050 탄소중립 비전’을 선언할 때, 청와대 집무실 책상에 놓은 지구환경 위기 시간이다. 인류가 생존 불가능한 시간인 12시를 기준으로 ‘매우 불안’이다. 선언은 다음의 말로 마무리 된다.

“더 늦기 전에, 지금 바로 시작합시다.”

필자가 국민연금에 하고 싶은 말이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argos6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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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국민연금 ESG 평가지표 개선돼야”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초안에 대한 입장 밝혀
수탁위 책임투자분과 실질적 권한 강화 요구

29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Korea Sustainablity Investing Forum)은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9월 중 발표할 계획인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로드맵’이 담긴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초안에 대해 검토한 입장을 밝혔다.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은지 기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대표자 김영호)이 국민연금 ESG 평가지표를 개선해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9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Korea Sustainablity Investing Forum)은 환경운동연합과 기업과인권네트워크와 함께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9월 중 발표할 계획인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로드맵’이 담긴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초안에 대해 검토한 입장을 밝혔다. 앞서 KoSIF는 지난 6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책임투자 분과위원 회의를 한 차례 열고 초안을 1차적으로 검토한 바 있다.

KoSIF는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장기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기 시작했다는 점에 대해 비록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초안으로 공개된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보며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국민연금의 위상을 단순히 수많은 공적연기금 중 하나라는 축소지향적 자기인식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KoSIF는 국민연금이 이달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0%에 해당하는 700조 원의 적립금을 가진, 2200만 명의 국민이 가입하고 있는 세계 3위 규모의 연기금이라는 점을 들어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역할을 강조했다. 국내 상장기업에는 사실상 모두 투자하고 있는 국민연금의 투자관점과 실행은 국민경제와 연동돼 있고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다.

KoSIF는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는 바로 국민연금이 우리 사회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을 유니버셜 오너십(universal ownership)을 가진 연금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한다”며 “그런데 이번 활성화 방안 초안에는 그러한 자기인식과 정립이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개별산업과 개별기업의 투자성과보다는 전 산업을 넘어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고려해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며 “9월에 발표할 최종 방안에는 이러한 철학과 의지를 담아야 하며 이 전제에서 활성화 방안이 앞으로 논의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KoSIF가 지적한 문제점에는 먼저 국민연금 ESG 평가지표와 수탁자책임위원회 권한 축소에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지표는 사회책임투자의 핵심으로 개별기업의 투자의사결정, 주주권행사 기준 등으로 직접 활용돼 자본시장 전체의 ESG 고려 방향성이자 투자대상기업 전체의 사회적 책임 실행을 위한 나침반도 같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ESG 평가지표를 기금본부가 결정하되 필요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책임투자분과에서 논의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KoSIF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책임투자분과 위원들을 ‘허수아비’나 ‘면피용 방패막이’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ESG 전문가로 추천된 위원들에게 ESG 평가지표에 대한 의사결정 권한이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이와 같은 의사결정 방식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KoSIF는 국민연금 ESG 평가지표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현행 국민연금의 ESG 평가지표는 ESG 영역에 13개 이슈와 52개 지표(환경 3개 이슈 12개 지표, 사회 5개 이슈 21개 지표, 지배구조 5개 이슈 19개 지표)로 구성돼있다. KoSIF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은 기업 ESG 관련해 위험수준을 반영하거나 수익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 평가지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정기적으로 개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oSIF는 “국민연금의 현행 ESG 평가지표가 글로벌적인 ESG 이슈와 흐름을 전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며 “이 지표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을지, 위험관리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강한 의구심을 가진다”고 말했다.

그 예로 든 것이 기후변화 이슈다. 현재 기후변화 이슈는 TCFD(기후 관련 재무정보공시)와 NGFS(녹색금융네트워크) 등 금융규제당국이 중심이 돼 규제의 틀로 수렴해 나가고 있고 전세계 수백개의 주요 연기금·투자기관들은 CDP를 활용해 기후변화 등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투자에 반영하고 있으나 국민연금은 온실가스관리시스템, 탄소배출량, 에너지소비량이라는 평가지표만을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대상기업의 기후변화 위험과 대응능력을 이 지표만으로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묻는 것이다.

이밖에도 KoSIF는 현재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가 ‘국내 주식 한정’에 ‘매우 적은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사회책임투자 대상 자산군의 확대, ESG 관점에서 문제가 있는 산업 등에 대한 투자제한, 사회책임투자 위탁펀드 규모확대,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의사결정구조 통합,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공청회 등을 요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시사포커스 김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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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기후위기에 대처’하는 바람직한 자세

이미 전 세계 투자시장은 투자 자산을 선택하고 운용할 때 ESG(Environment 환경, Society 사회, Governance 지배구조)와 같은 비재무적 성과를 고려하고 있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자연환경을 고려하지 않거나, 사회적 약자를 차별하고 건강하지 못한 노동환경을 제공할 경우 중장기적으로 사회적 위험이 되기 때문에 경영에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자산규모가 3위로 큰 국민연금기금의 사회책임투자 현황은 어떤지 1월 21일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왼쪽) 지난해 5월 8일 남인순 의원과 김광수 의원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이 '국민연금 책임투자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 이종오 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왼쪽) 지난해 5월 8일 남인순 의원과 김광수 의원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 책임투자 활성화, 어디로 가고 있나”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이 “국민연금 책임투자의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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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책임투자포럼 연혁, 활동에 대해 설명한다면?
“사회책임투자포럼 SIF(Social Investment Forum)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아프리카에도 조직되어 있는 단체다. 유럽 전역을 아우르는 유럽사회책임투자포럼(Eurosif)도 있다. 서로 연대하고 협력한다. 한국에서 사회책임투자는 국민연금이 2006년 9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위탁운용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그 무렵인 2007년 초에 탄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활성화를 위한 키를 쥐고 있다. 그래서 2012년부터는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를 위한 입법제안, 정책제안, 캠페인 활동 등을 펼쳐왔다. 이전까지는 국민연금에 우호적으로 방안을 제시하고 요청하는 방식을 택했으나 법과 제도가 없이는 큰 진전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 적극적으로 입법제안 활동에 주력하기 시작했다. 2015년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도록 하고, 해당 사안에 대한 정보공시를 의무화하는 조항을 포함한 것이 가장 대표적인 성과다. 이 국민연금법 개정을 통해 국민연금이 ESG를 고려한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이 따져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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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책임투자라는 개념을 간단히 설명한다면?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있다. 대개 수면 위로 드러나는 빙산은 10%밖에 되지 않지만, 수면 아래 가라앉은 빙산은 90%다. 기업의 가치는 재무자산과 비재무적 자산으로 구성되는데, 많은 사람이 주식투자를 할 때 기업의 10%에 해당하는 빙산의 드러난 부분, 즉 재무자산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대한항공의 예를 들면 오너 일가의 갑질, 위법 행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며 주가가 하락하는 등 파장이 일어난 것을 모두가 기억한다.

기업의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재무적 가치외에도 비재무적 가치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비재무적 가치는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E(환경), S(사회), G(지배구조)로 구성되며, 이 가치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수준과도 같다. 사회책임투자는 바로 투자대상의 ESG를 고려하고 평가하여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개인적으로 재무적 가치만을 보는 투자를 천동설 투자, 비재무적 가치까지 고려하여 투자하는 것을 지동설 투자로 비유하기도 한다.”

–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사례를 소개한다면?
“가습기살균제 사건이 터졌을 때 ‘국민연금이 가습기살균제 가해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사를 해보니, 실제로 옥시에만 약 860억 원을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수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음에도 국민연금은 경영진 면담은 물론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레터조차 보내지 않았다.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명백한 사건임에도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에 대해 가장 낮은 수준의 기업관여 활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칼럼을 쓰고, 바로 다음날 환경운동연합 등 다른 단체와의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했다.

이를 계기로 국회에서도 국회의원들이 이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는 등 사회적 파장이 일었다. 또한 그 전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시 재벌승계를 도와주는 의결권 행사 사건 등으로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사회적 책임성이 부각되어 있던 상태였다. 이 두 사건은 국민들이 사회책임투자를 알게 하고 국민연금 입장에서도 사회책임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계기가 되었다. 물론 이미 전세계 투자는 사회책임투자라는 큰 물줄기를 형성해 가고 있었는데, 그동안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 현재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점수는 어떻게 평가하는지 설명해달라
“ESG는 각 영역별로 다양한 지표들이 있다. 예를 들어 E(환경)에서는 기후변화라는 중분류 지표가 있고, 이에 대한 세부지표는 온실가스배출량, 에너지사용량, 감축목표 등이 있다. S(사회)도 노동, 안전, 불공정관행 등이 있고, G(지배구조)에도 주주권리, 이사회 구성(예-다양성 등), 배당 등이 있다. ESG 점수는 평가회사 나름대로 ESG 각 영역과 각 영역에 설정한 중분류 지표 그리고 이 중분류에 따른 다양한 세부지표에 대한 데이터를 입력해 그 성과를 파악해 점수와 등급을 산정한다.

사회책임투자에는 다양한 실행전략이 있다. 어떤 실행전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대한 평가가 달라진다. 가장 대표적인 방식으로는 윤리 또는 규범에 의한 배제(negative screening)가 있다. 종교기관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주류, 도박 관련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것, 교육 관련 연금이 반교육적인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최근에 주류 금융기관 등에서는 선택적 배제(positive screening)와 재무적 가치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통합(integration) 방식을 많이 사용한다. 국민연금도 이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 최근 국민연금이 도입한 스튜어드십코드도 사회책임투자와 연결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
“투자자들은 통상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면 그 기업의 주식을 팔아버리는 것으로 그 가치를 대신했다. 이것이 이른바 ‘월스트리트 룰’이었는데, 그러한 투자 행위가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부도덕한 경영진의 행위를 바로잡지 못하고, 결국 금융위기를 낳았다. 이에 대한 반성을 통해 스튜어드십코드가 탄생했다.

스튜어드십코드는 단기적인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주주로서의 오너십을 가지고 경영에 적극 참여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나쁜 관행을 개선해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투자자는 그 과정에서 장기적 관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논리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을 예로 들면, 주주가 가습기살균제 기업의 주식을 팔지 않고 해당 이슈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고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 개선하는 방식이다.”

– 국민연금과 같은 공적연금을 투자하는 방식에 있어서 공공성과 수익률을 함께 추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 아닌가.
“자본투자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다양하다. 양극단에는 재무적 수익 창출만을 추구하는 전통적(Traditional) 방식과 사회적 영향만을 추구하는 사회공헌 방식이 존재한다. 그 양극단의 방식을 극복하기 위한 중간지대의 투자방식으로 돈을 벌면서도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일, 사회에 공헌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SRI’, 즉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혹은 지속가능책임투자(Sustainable and Responsible Investment)는 이러한 고민의 산물이다.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는 명목상으로는 그 중간지대에 해당하는 투자 방식을 택했으나, 실제 목적은 수익률만을 극대화하는 방식에만 매몰되어 있다. 국민연금은 전국민이 조성한 기금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이 있는 동시에, 노후보장을 위해 수익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목표도 지켜야 한다. 공적연금은 그 사이의 균형을 잘 찾아야 하는 것이다.”

– 현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평가한다면?
“조금씩 발전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 속도가 굉장히 더디다. 현재 국민연금은 사회책임투자를 하는 이유로 위험관리(Risk Management)를 꼽는다. 사회적 영향은 수익률을 극대화시키는 투자 방식의 부가적인 산물일 뿐이다. 이른바 책임투자 방식이다.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 방식으로 투자하는 규모는 2018년말 기준으로 약 27조 원이다. 일본은 한국보다 사회적책임투자 방식을 늦게 도입했음에도 몇 년 사이에 괄목할만한 규모로 확대됐다.

국민연금이 세계 3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큰 손’임에도 국제적 동향에 참 둔감하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국민연금이 사회책임투자에 선도적으로 나서면 국내 금융회사들의 투자방식도 바뀐다. 사회책임투자 생태계가 만들어 질 수 있다. 국민연금의 사회적책임투자 방식은 2018년 말 이전까지 주식으로만 위탁운용해왔는데, 최근에서야 직접운용 방식까지 도입하기 시작했다.”

– 보건복지부가 제정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가이드라인에 대해 평가한다면?
“2019년 11월 3일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방안 공청회에 참석해서 국민연금을 상당히 비판했다.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정책임에도 그 시기를 늦추는 방식으로 조정해 놓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 시기를 정권 말기로 잡아놓은 것은 사회책임투자에 의지가 없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에도 2013년까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 규모를 11조 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유야무야됐던 것에 대한 학습효과다.

또한 사회책임투자를 가장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고 것이 해외투자 방식인데, 이를 늦추었다는 점도 지나치게 단계적이고 소극적이다.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탈석탄을 선언하고, 무기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 등 사회책임투자를 가장 잘 하는 이유는 기금 전체를 해외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국내투자에 있어서는 정치적, 경제적 영향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배제 방식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예를 들어 당장 한국전력이 기후변화의 흐름에 반하는 석탄발전소 건설을 통해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시총 규모를 고려하면 투자를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투자의 비중을 제한하는 정도만 할 수 있다. 그러나 해외투자는 이러한 점에도 더욱 자유롭다.”

–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비중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 해외투자시 발생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어떻게 방지할 수 있을까?
“국민연금은 앞으로 해외투자 비중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국내 시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규모로 자산이 쌓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연금을 흔히 ‘연못 속의 고래’라고 비유한다. 위험관리가 더욱 크게 요구되는 개발도상국 투자에 있어서는 사회책임투자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업의 비재무 관련 정보가 불투명한 경향이 있고, 그 외에 위험요소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APG(네덜란드 공적연기금 운용사)의 경우,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따라 그 목표에 자신들의 자산운용이 어떻게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이러한 국제적이고 인류적인 관점을 전혀 갖지 않고 않다. 장기적으로 기금운용을 통해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 지속가능한 개발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큰 그림이 전혀 없다. 투자철학의 빈곤이다.”

– 해외에서는 국민연금의 부동산 투자에 대한 문제의식도 상당하다. 국민연금이 유럽 대도시의 대규모 부동산을 사들이며 원주민들이 ‘젠트리피케이션’ 피해를 입는 것을 보고 책임지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중요한 부분을 지적했다. 국민연금은 전혀 그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것도 지속가능개발목표에 대한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의 투자활동이 이해관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당연히 고려해야 하며, 모두가 이익을 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피해를 보는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그렇지 않기 때문에 결국 지역사회,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해치게 되고,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더욱 증가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상관없다’는 인식도 옳지 않다. 국내에서 부동산에 대체투자를 할 때에도 당연히 주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해, LH와 협업해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도 하고 사회기반시설을 만들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 고민이 전혀 없는 것이다.”

–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민연금의 과제는 무엇일까?
“세계는 엄청난 속도로 급변하고 있다. EU는 2018년 이미 지속가능금융 액션플랜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에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G20의 재무장관·중앙은행장 회의에서 금융안정위원회(FSB)에 의뢰해 만든 TCFD(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기후변화가 제2의 금융위기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시작되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정확한 평가를 하지 않거나 못함으로써 발생했다. 기후위기는 자산가치를 변동시킨다. 이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으면, 버블로 인해 제2의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말이다.

TCFD는 금융기업과 비금융기업들로 하여금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 등 기후변화 관련 정보들을 재무적으로 얼마나 어떻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공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태풍이다. 그런데 2019년 10월 기준으로 한국에서 TCFD를 지지하는 기관은 5개에 불과하다. 해외의 주요연기금은 TCFD에 지지선언을 하고 CDP(구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를 통해 정보공개를 하는데, 국민연금을 포함한 우리나라 공적연금은 이에 대한 관심이 아직 없다.”

– 마지막으로 국민연금의 사회적 책임을 확대하기 위한 제언을 남긴다면?
“지난해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이 마련되었다. 국민연금을 지난 십수년간 ‘스토킹’해온 입장에서 보면, 한 걸음 떼었다는 것만으로도 감개무량하다. 국민연금이 잘한 것도 있다. 작년에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면서 중점관리 영역으로 환경, 사회를 선정하겠다고 한 점이다. 앞으로 국민연금은 이를 근거로 환경 영역에서는 당연히 기후위기 이슈를 반영해야 하며, 사회 영역에서는 산재사고가 다발하는 기업들을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한국에서 제2회 P4G(Partnering for Green Growth and the Global Goals 2030)를 유치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이 그 회의가 개최되기 전에 탈석탄을 선언해야 한다. 또한 국민연금이 TCFD를 지지하고, 기업들의 기후위기 관련 정보공개를 요청하고, 중점관리 영역으로 반드시 기후위기 이슈를 집어넣어야 한다. 그리고 ‘포용금융’을 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성장 전략은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배제적’ 방식이었다. 전세계는 자본주의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포용적 성장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앞으로는 주주만의 이해가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를 포괄할 수 있는 투자 패러다임을 적극 주도해야 한다.”

오마이뉴스 김경희, 홍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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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양춘승 이사 “그린워싱 경계해야…‘녹색 요소’에 분류 체계 구축 필요”

“녹색 가면을 쓴 투자는 ‘그린뉴딜’을 망치는 길이다. 자본시장에서 ‘녹색 요소’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 할 때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22일 이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린뉴딜이 성공하기 위해선 녹색금융을 토대로 한 정부와 민간 자본의 선순환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춘승 상임이사는 국내 사회책임투자 전문가로 꼽힌다. 2007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설립을 주도했으며 현재까지 상임이사로 활동 중이다. 2017년 공로를 인정받아 국제사회에서 권위 있는 상(GLOBAL AWARDS CorporateLiveWire)을 받았다. 현재 금융투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의제화ㆍ공론화하는 데 매진하고 있다.

양 이사는 “폐기물 사업장을 경영하고, 대학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공부했지만 모든 고민의 끝은 환경으로 이어졌다”면서 “자연스럽게 ‘지속가능성’ 의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는 ‘사회책임투자’에 대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말한다.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돈이 사회를 바꾸는 역할에 앞장선다면 물적ㆍ인적 자원도 효율적으로 모일 수 있어서다. 이에 양 이사는 “사회책임투자는 지속가능성과 금융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번 녹색채권이 부상한 배경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다. 최근 코로나19사태로 산업 안전ㆍ보건 환경에 관심이 커지면서 녹색금융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정된 정부예산에 민간 자본이 들어온다면 추가적인 재원을 확보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성공적인 그린뉴딜로 가기 위해선 민간자본이 함께 들어와 줘야 한다”며 “녹색금융이 자본시장에 정착돼야 경제도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선 ‘그린 워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 이름을 달고 나왔지만 실제로 ‘녹색’ 요소인지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녹색채권은 친환경 프로젝트 투자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되는 특수목적 채권이다.

하지만, 그는 녹색채권을 통해 조달한 자금이 석탄 화력 비용에 쓰이거나 오히려 더 많은 산업 폐기물을 만들어낸다면 본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최근 국제사회는 녹색 분류 체계의 필요성을 느끼면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양 이사는 “재생용지 초기 당시에 친환경 제품이라고 시장에서 주목했지만, 그 과정을 보면 결코 ‘녹색’답지 않다. 새로운 종이를 만들기 위해 폐수 처리를 오히려 더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라며 예시로 들었다.

이어 “유럽에서는 일찍이 녹색 분류 체계 필요성을 느껴 사회적으로 논의가 이뤄졌다”며 “우리나라도 산업별 특성을 고려한 ‘녹색 분류 체계’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힘줬다.

녹색금융을 위한 정부 역할도 강조했다. 특정 부처의 소관으로 구분 지어선 안 되며 부처 간 정책 엇박자가 없도록 국무총리실 등 정부 중심에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이사는 “녹색채권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기본적으로 수익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래야 녹색 아젠다에 민간 자본을 꾸준히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부처별 정책 엇박자로 기업이 피해보는 일이 없도록 유기적으로 녹색 산업 정책을 마련하고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그는 “올해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녹색금융이 안착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관련 대안을 마련하면서 시민사회의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이투데이 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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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Business] OCBC is Southeast Asia’s first bank to rule out funding new coal power plants

Singapore’s OCBC Bank is the first banking giant in Southeast Asia to rule out financing new coal-fired power plants.

In an interview with Bloomberg on Wednesday, the bank’s chief executive Samuel Tsien said the company would no longer fund new coal-fired power plants in any country.

“We hope that by doing this, we are encouraging the governments to do facilitating, arrangements for the countries to move from coal to renewable [energy],” said Tsien.

OCBC is currently involved in funding two coal power plants in Vietnam, but these projects will be the last that the bank will finance due to contract obligations, Tsien said.

Two days after the news of OCBC’s decision broke, rival DBS announced that it would also stop funding new coal power.

In a statement released on Thursday, DBS said that after taking into consideration reports such as the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IPCC) study released in November, a stark warning of the urgent need to reduce greenhouse gas emissions, it would “cease financing new coal-fired power plant in any market regardless of the efficiency of technologies used, after honouring our existing commitments.”

기사 본문 링크: 

https://www.eco-business.com/news/ocbc-is-southeast-asias-first-bank-to-rule-out-funding-new-coal-power-plants/?utm_medium=email&utm_campaign=24%20April%20newsletter&utm_content=24%20April%20newsletter+Version+A+CID_983dd364437823dfdb13fb45a72d3941&utm_source=Campaign%20Monitor

[파이낸셜 뉴스] 공무원연금 위탁운용사 ‘미래-신한-KB’ 3파전

1차 후보로 3곳 선정, 1000억 첫 해외책임투자

공무원연금의 해외 책임투자펀드 위탁운용사가 3파전으로 좁혀졌다. 총 1000억원 규모로, 연기금의 첫 해외책임투자다. 이번 성과를 토대로 다른 연기금들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를 고려한 기업에 투자를 늘릴 가능성이 높아 관심을 모으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공무원연금은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KB자산운용을 해외주식형 책임투자 위탁운용사 1차 후보로 선정했다. 국내운용사의 펀드를 통해 해외운용사가 투자한다. 전범기업 등을 투자대상에서 제외하는 공무원연금의 투자철학이 반영된다.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기업이 주요 투자대상이다. 공동체, 환경에 문제가 없는 기업이 수익률도 높다는 판단에서다. 신재생에너지, 정보기술(IT) 등이 유력한 투자처로 꼽힌다. 
이창훈 공무원연금공단 자금운용단장(CIO)은 “해외 주식투자를 늘려나가는 상황에서 책임투자 펀드의 수익률이 일반지수보다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며 “좋은 기업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국내 SRI 투자는 술, 담배를 제외하고, 나머지 부문에 점수를 매겨서 일반주식형 펀드와 동일하게 운용하는 등 발전이 덜 된 상태”라며 “유럽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업을 발굴하고 있다. 코스피+100bp(1bp=0.01%) 이상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전문보기 : http://www.fnnews.com/news/201808141705207111

[이데일리] 국민연금, 사회책임투자 외면하나…투자비중 줄여

국민연금기금(이하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SRI)가 지지부진하다.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함께 책임투자를 활성화하겠다던 국민연금의 목표와는 달리 오히려 책임투자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이 책임투자에 모호한 기준을 제시하면서 위탁을 맡긴 이른바 착한 펀드에는 문제 기업도 다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책임투자 감소…13.7%→11.4%

13일 국민연금이 지난 10일 공시한 책임투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주식 위탁운용 가운데 책임투자형 펀드는 총 6조8775억원 수준이다. 2016년 말과 비교하면 5070억원 가량이 늘었다. 다만 이 기간 국내주식 위탁운용 전체 규모가 46조3984억원에서 60조2198억원으로 14조원 가까이 늘어난 것을 고려하면 책임투자형 펀드 비중은 오히려 13.73%에서 11.42%로 감소한 것이다.
작년 말에만 해도 국민연금은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투자가치 증대수단으로 책임투자 활성화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책임투자 비중을 줄이는 추세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아직 연구진의 안을 토대로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만들고 있다”며 “세부적인 안을 조정해 올해 안으로 기금위 심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착한펀드에 문제기업 수두룩 
책임투자 대부분을 위탁운용사에 맡기고 있는 국민연금은 운용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기준도 모호하다.

국민연금이 위탁사에 제시한 투자지침을 보면 △주식관련 증권 및 기업어음(CP) △주가지수선물 등 파생상품 △수익증권, 투자계약증권, 파생결합증권, 집합투자증권 등 실적배당금융상품 일체 △발행주식수 5만주 이하 주식 △관리대상종목 △술, 담배, 도박 관련 주식 △불공정매매, 시세조종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종목 △기타 공단의 정책적 판단에 의해 필요한 경우 등 총 8개 항목이 운용대상 제한에 해당한다. 하지만 현재 책임투자펀드에는 갑질 등으로 문제가 됐던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국민연금이 5% 이상 보유한 종목 가운데 책임투자펀드가 투자하는 종목(150개)을 보면 상위 30개사 가운데 10개사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은 종목이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책임투자형 펀드 벤치마크 지수만 제시하고 기준 대비 수익률을 상회했는지만 주로 확인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운용업계 관계자는 “책임투자펀드가 투자하고 있는 종목 대부분이 국민연금이 제시한 종목으로 보면 된다”면서 “지수에 편입된 종목 외에 다른 종목을 넣어 기준 대비 수익률이 하회할 경우 불이익이 있다. 국민연금이 제시한 종목 비중을 조절하는 정도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보기 : http://www.edaily.co.kr/news/news_detail.asp?newsId=01246406619307320&mediaCodeNo=257&OutLnkChk=Y

[아주경제]20조 굴리는 사학연금 ‘나홀로’ 수탁자책임 외면

운용자산 규모 두번째로 많지만 주총 안건 중 반대표 1.7%에 불과

의결권 현황 비공개 ‘충실도 꼴찌’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기미 없어

20조원을 굴리는 사학연금이 홀로 수탁자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

7일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자료를 보면 사학연금은 2017년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총 646개 안건 가운데 1.7%(11개)에 대해서만 반대표를 던졌다. 이에 비해 나란히 3대 연기금으로 불리는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한 비율은 각각 16.6%와 19.3%에 달했다.

사학연금은 지금까지 관련 공시조차 내놓지 않고 있다. 물론 공시를 강제적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수탁자 책임 면에서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에 못 미친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주총에서 반대표가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기금이 가입자 재산을 적극적으로 지키기 위해서는 반대표를 행사해야 하는 상황도 적지 않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사학연금을 꼴찌로 꼽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사학연금은 2017년 ‘기업지배구조원 의결권 행사 충실도 평가’에서 가장 낮은 점수인 1점을 받았다. 기본적인 의결권 행사지침을 비공개한 영향이 컸다.

국민연금은 수탁자책임원칙으로 불리는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확정했다. 제한적이지만 경영 참여에 해당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 반면 사학연금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움직임을 찾기 어렵다.

사학연금이 운용하는 자산은 2017년 말 20조원에 육박했다. 우리나라에서 국민연금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사학연금 자산에는 국가가 위탁한 학자금도 1조원 가까이 들어 있다. 현재 6500여개 사립학교가 사학연금에 가입돼 있고, 연금 수급자도 7만여명에 달한다.

송민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기금이 의결권 행사내역을 공개하고, 위탁 자산운용사에 의결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위임하면 기업 지배구조도 개선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행보는 일반 주주가 의사를 결정하는 데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보기 : http://www.ajunews.com/view/20180807144245686

[내일신문]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선언, 첫발 내딛은 점은 ‘긍정적’ … ‘경영참여 전면확대’는 과제

◆투명성·독립성 확보 관건 = 31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성명서를 통해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내용이 다소 ‘미흡’하지만 타 공적연기금과 공제회 등은 물론 민간 금융기관의 코드 도입을 촉진시켜 자본시장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경영참여 주주권 행사를 ‘특별한 활동’으로 장기간 제한적으로 묶어 두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국민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지키기 위한 ‘일상적인 활동’이 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 측면의 개선 노력을 조속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해 나갈 것”을 촉구했다.

학계와 의결권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투명성·독립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는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정치적 독립성 등 연금과 관련된 이해당사자로부터 독립성 강화가 목적고 주주이익을 위해 적극적으로 경영을 감시, 감독하겠다는 두 가지를 달성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국민연금이 자본시장법 핑계를 대며 경영참여 내용을 보류하고 기금위에서 인정하는 선에서 제한적으로 인정하겠다고 한 점은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이사도 “경영참여해당 주주권 행사 가능성을 열어놔야 기업과의 비공개대화도 실효성이 있다”며 “어떻게 결정할지도 알 수 없고 승인절차도 번거로운 기금위 승인을 단서로 제한한 점은 재계의 언론플레이에 양보한 것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대한항공 사태 장기화 막아야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대한항공 경영진에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해당 주주권 행사를 조속히 적용하기를 강력하게 요구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경영참여 해당 주주권 행사는 기업 오너와 경영진의 문제 개선과 해결을 위한 의지와 행동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인 수단”이라며 “최근 반인권, 반노동, 불법과 비리 그리고 갑질의 끝판왕인 대한항공 경영진에 국민연금의 경영참여 해당 주주권 행사를 시급히 적용하기를 바란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 사무국장은 “우선 경영진과 대화하고 사태해결에 특단의 의지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면, 곧바로 임시주주총회 소집, 임원 선임과 해임 등 주주제안을 통한 수단으로 사태의 장기화를 막고 국민의 자산을 지키는 주주활동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이 사안을 적극적으로 검토·의결할 것”을 촉구했다.

◆5%룰·10%룰 개정 요구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또 금융위원회와의 적극적인 협의를 통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에 한해서 5%룰과 10%룰에 대한 면제 혹은 대폭 완화를 이끌어 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국장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은 투기자본도 아니고 기업경영권을 찬탈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고 구조적으로 기업과 오래도록 상생해야만 기금의 안정적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장기투자자”라며 “때문에 ‘투명성의 대폭 강화를 통한 독립성 확보’을 전제로, 배당의 경우처럼 5%룰과 10%룰의 면제 혹은 대폭 완화를 이끌어 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룰과 10%룰은 투기적 자본에 의한 기업사냥이나 적대적 M&A(인수합병)과 관련해 기존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를 위한 제도적 장치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독립성 강화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된다. 전문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활동을 위한 핵심적인 기구로 구성원과 역할에 대한 투명성과 독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ESG) 강화를 위한 책임투자 분과에 참여 전문가 수 확대가 필요하다”며 “ESG를 기본으로 한 사회책임금융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비전과 철학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그 성과를 축적해 온 인사들을 추천 받아 구성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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