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석탄이여 안녕!

“석기시대가 끝난 것은 돌멩이가 없어서가 아니다. 석유시대도 마찬가지다.”

야마니(Ahmed Zaki Yamani) 전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상의 유명한 말이다. 석기시대가 청동이라는 새로운 대안이 등장하면서 종말을 고하듯이, 석유시대 또한 인류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으면서 사라질 것이라는 뜻이다.

21세기 들어오면서 우리는 일찍이 경험한 적이 없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생태계의 파괴로 인한 새로운 질병이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현재 창궐하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COVID19), 호주와 캘리포니아의 대형 산불, 초강력 허리케인과 태풍의 빈번한 발생 등은 그 대표적 사례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이러한 도전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인류 전체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시급하고도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의 핵심은 기후변화이고, 그 원인은 화석연료의 과다 사용에 있음을 알고 있다. 따라서 미래에 대한 일차적 대안으로 화석연료 그 중에서도 특히 석탄을 더 이상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데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석탄은 화석연료 중에서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배출하여 지구온난화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석탄을 퇴출시키자는 목소리는 이제 더 이상 소수의 정치적 슬로건이 아니라 대중의 강력한 요구로 등장하고 있다. 먼저 석탄 사업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자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 이하로 유지하자는 취지로 2008년 만들어진 기후행동 단체인 350.org가 2012년 시작한 ‘석탄투자배제운동(fossil free campaign)’에는 2020년 7월 기준 총 14.15조 달러를 운용하는 연기금, 정부 기관, 재단, 종교 기관, 대학, 민간금융기관 등 1240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유럽투자은행(EIB)과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같은 다자간개발은행도 석탄에 대한 금융 지원을 중단하기로 하는 등 주류 금융계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런 금융운동에 대한 대답으로 2017년 11월 영국과 캐나다 정부를 중심으로 ‘탈석탄동맹(Powering Post Coal Alliance, PPCA)’이 결성됐다. 이는 정부와 지자체를 중심으로 석탄화력 발전을 퇴출시키자는 운동으로 2020년 9월 현재 한국의 충청남도를 비롯하여 104개 회원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2018년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주도 아래 금융기관의 앞으로 국내외 석탄산업에 자금을 조달하지 않겠다는 탈석탄 선언운동이 진행 중이다. 작년 말까지 DB손해보험 등 5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고, 금년에도 더 많은 금융기관이 참여하기를 기대한다.

또한 지방자체단체와 교육청도 탈석탄 대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9월 8일 충청남도가 주최한 ‘2020탈석탄기후위기대응국제컨퍼런스’에서는 총 149조 원의 자산을 가진 56개 지자체와 교육청이 금고 선정 시 석탄화력을 지원하는 금융기관을 배제하겠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지자체와 교육청의 자산이 2020년 기준 455조원이니 약 3분의 1이 탈석탄 대열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17일 필자는 PPCA가 주최한 화상 이벤트에 패널로 참여하였다.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청정에너지 미래로 세계적 전환을 촉진하기(Accelerating the global transition to a sustainable and inclusive clean energy future)’라는 긴 제목의 국제화상회의인데, 캐나다, 영국, 독일 등의 환경부처 장관들은 하나같이 화석연료 사용의 중단과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역설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한국의 5대 은행은 아직도 석탄과의 이별을 주저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주저함으로 인해 가까운 장래에 어떤 피해를 입을 것인지 그들은 아직도 모르는 것일까? 어쨌든, 석탄과 이별을 결단해야 할 시간이 임박하고 있다. 기후변화의 영향은 직접적이고 즉각적이기 때문에 더 이상 석탄과 이별을 늦출 수 없다는 인식이 세계 주류 금융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석탄, 그 동안 고생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안녕!

[출처] 석탄이여 안녕! (이투뉴스 기고문 http://www.e2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6490)|

[기고문] 녹색투자금융공사’ 설립을 제안한다

요즘 녹색뉴딜이 정부 정책의 화두가 되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기후변화의 파괴적 영향이 널리 알려지면서 기후변화 대응·에너지 전환 등 환경에 대한 투자를 통해 경기부양과 고용 촉진을 끌어내자는 녹색뉴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녹색뉴딜은 환경을 뜻하는 녹색(green)과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추진한 정책인 뉴딜(New Deal)의 합성어로, 환경과 사람이 중심이 되는 지속 가능한 발전 정책을 뜻하는 말이다. 이는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기존의 경제·사회체제에 대한 대변혁으로, 저탄소 경제구조로 전환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높은 삶의 질이 보장되는 공평한 사회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왜 지금 녹색뉴딜이 필요한가? 지금 방식대로 살아가면 이 세상이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식으로 바꿔 말하자면, 지금부터 바꿔가지 않으면 나중에 훨씬 더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이상기후와 산불로 2017년 3,500억 달러의 예산을 썼는데, 2100년이 되면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5,000억 달러, 산불로 인한 피해가 연간 1조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에서 4대강 살리기, 녹색 교통망 구축 등 36개 녹색뉴딜사업에 총 50조원을 투입해 96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녹색뉴딜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추진했으나, 우리 경제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고 온실가스 배출은 매년 증가해왔다. 한 마디로 실패한 정책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추진되고 있는 녹색뉴딜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녹색금융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정부의 예산만으로는 저탄소 경제로 전환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 자본을 유인하는 녹색금융에 대한 제도적 정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하여 가칭 ‘녹색투자금융공사’를 설립하여 녹색금융을 선도하면서 국내외 민간자본을 끌어들이는 역할을 맡도록 하여야 한다. EU의 경우 2030년까지 녹색뉴딜에 소요되는 최소 1조유로의 자금 중 약 50%를 민간자금으로 충당하기 위해 유럽투자은행(EIB)을 주축으로 InvestEU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데 참고할 만하다. 녹색뉴딜은 녹색금융 없이는 결코 성공할 수 없고, 녹색금융은 민간자본의 참여 없이는 충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녹색’에 대한 분류체계(taxonomy)를 완비하여 그린워싱(greenwashing)을 방지하고 저탄소 경제 건설이라는 정책 목표 실현에 자원이 집중되어야 한다.

셋째, 녹색뉴딜의 성공을 위해서는 관련 법률의 정비가 필수적이다. 여기저기 산재돼 있는 녹색뉴딜 관련 법률을 정비하여 일관성 있고 체계적으로 바꾸어 정책당국과 기업이 녹색뉴딜에 적극 나서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며칠 전 21대 국회가 원 구성을 마치고 새로 출범했으니 여러 의원들의 노력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녹색뉴딜의 목표가 환경적 고려만이 아니라 인간을 중심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곧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경제구조와 공동체 구성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시스템을 동시에 갖추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녹색뉴딜은 휴먼뉴딜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착되어야 한다.

국민은 실험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모든 정책은 신중하게 그리고 반드시 성공하도록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자 하는 녹색 뉴딜이 성공하여 인류의 재앙이 될 기후변화에 현명하게 대처하고 우리의 삶을 행복하게 해주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이투뉴스 기고문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