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KoSIF 칼럼] ESG 관점에서 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2023-08-29 13:59
작성자 Level 10

ESG 관점에서 보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2011년 지진과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의 노심용융(meltdown) 사고가 발생한 지 12년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 중이던 올림픽 수영장 500개를 채울 수 있는 원전 오염수 130만 톤을 태평양으로 방류하기 시작했다. 도쿄전력의 방류 계획에 따르면 오염수의 삼중수소 농도는 1500Bq/L 이하, 연간 방류되는 방사성 물질은 22TBq 이하로 향후 3-40년간 방류될 것이라고 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묵시적 합의와 미국과 한국 정부의 암묵적인 동의하에 이루어진 이번 방류사태를 둘러싸고 국내외적으로 찬반양론이 거세게 충돌하고 있고 일본과 중국 사이에는 심각한 외교적 문제가 되고 있다. 또한 이번 오염수 방류로 인해 수산업 종사자, 수산물 관련 요식업, 수산물 가공 업체, 나아가 해상 레저산업, 무역, 관광산업까지 엄청난 영향을 받기 시작했는데도 이른바 ESG를 표방하는 그 많은 기업과 금융기관의 목소리는 별로 들리지 않고 있다.

 

사실 후쿠시마 사고는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천재지변이 계기가 되었지만 내막을 보면 도쿄전력의 탐욕과 무책임으로 발생한 인재였다는 사실이 이미 일본 법원의 판결로 분명해졌다. 2022년 7월 13일 일본 법원은 2012년 제기된 주주대표소송의 결심공판에서 후쿠시마 사고의 책임을 물어 4명의 이사들에게 총 13조 엔(970억 달러)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즉, 원전 사고를 둘러싼 모든 피해의 배상 책임이 도쿄전력 측에 있음을 일본 법원이 분명히 한 것이다.

 

ESG 경영을 적극 표방하고 있는 도쿄전력이 원전 오염수를 자신의 영토가 아닌 바다로 무단 방류하는 것을 보고 과연 이들이 ESG가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의문을 피할 수 없다. 그리고 ESG를 외치고 있는 무수한 국내외 기업들과 금융기관 또한 묵시적 동의인지는 모르나 조용히 입다물고 있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다. 이번 오염수 방류는 ESG 관점에서 볼 때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지배구조를 가진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저지르고 있는 반환경적 반사회적 행위로 보인다.

 

 

ESG의 핵심은 투명하고 책임지는 의사 결정을 통해 조직이 사적 이윤을 취하는 대가로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나아가 환경적 사회적 편익을 극대화하는 데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방류는 불투명하고 무책임할 뿐만 아니라 ESG 어느 측면에서도 정당화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왜 그런가?

 

가장 문제가 되는 측면은 불투명하고 무책임한 지배구조이다. 첫째 책임 소재가 도쿄전력인지 일본 정부인지 불투명하다.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로 인한 법적 소송에 대한 대비책으로 1,200억 엔(15억 달러)의 보험을 들고 있고, 이 금액을 넘는 경우에는 일본 정부가 배상을 하게 되어 있다. 2021년까지 발생한 사고 관련 지출이 이미 10.4조 엔이니 앞으로 발생할 비용과 배상 책임은 일본 정부가 져야 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해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의 입장은 불분명한 것 같다. 더 큰 문제는 반복되는 거짓말이다. 노심용융 사실을 사건 후 5년 동안 비밀로 했고, 첨단액체처리시스템(ALPS)의 성능조차 삼중수소만 빼고 다 걸러낸다고 했다가 나중에야 탄소-14도 거르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 밖에도 이들의 거짓말은 비일비재하였고 현재에도 깊은 불신이 남아있다. 일본 정부도 주민 이주 기준을 50mSv에서 20mSv로 근거없이 낮추는 등 방사능 허용 기준을 과학적 근거 없이 변경해오고 있다. 이처럼 기준조차 맘대로 바꾸면서 거짓말하는 집단의 정보를 과연 믿을 수 있을까? 결코 아니다. 오염수 방류의 핵심은 기술이나 과학이라기보다는 투명성과 신뢰의 문제이다. 일본은 항상 먼저 결정해놓고, 나중에 공표하고 옹호하는 (Decide, Announce, and Defend, DAD) 데 선수였기 때문이다.

 

두 번째 문제는 해산물과 해양 생태계,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에 미치는 환경적 의학적 피해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다. 흔히들 방사능 안전 기준치 이하니까 괜찮다고 한다. 그러나 기준치는 전혀 과학이 아니다. 기준치는 국제적으로 통일되어 있지 않고 상황에 따라 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정에 근거한 수치이다. 일본의 안전 기준치 0.23μSv조차 “하루 8시간 야외 활동, 실내 공간선량률 40%, 외부 방사능 0.19μSv로 가정하고 자연방사능 0.04μSv”를 가정해서 나온 수치일 뿐, 안전하다는 보증도 아니고 질병과 무관함을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더구나 기준치를 만드는 사람들도 의학자나 환경 전문가가 아니라 원자력공학 전문가들이다. IAEA조차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관한 보고서의 맨 처음에 'IAEA는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로 시작하고 있다. 이걸 어떻게 과학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가? 더 중요한 것은 1회 허용 기준치가 아니라 우리 몸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체내에 축적된 방사능오염의 임계치인데, 이 값이 얼마인지는 아무런 기준도 없고 아무도 모른다. 담배도 하루 이틀 피워서 아픈 사람은 없지만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피우면 여러 질병에 걸리기 쉬운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국제적으로 환경 문제를 다루는 기본 원칙은 “예방적 접근 (precautionary approach)”이다. 과학적 근거가 다소 분명하지 않더라도 생명체와 인간에게 위험이 될 가능성이 있는 행위와 결정은 일단 유보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기후변화나 GMO 같은 이슈도 이러한 예방의 원칙에 의해 다루어졌던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지금 방류되고 있는 오염수야말로 예방의 원칙에서 보류되어야 한다. 오염수에 포함된 방사능물질을 해조류나 어류가 상시 받아들이고 그 안의 오염 물질이 이들 해산물 속에 축적되어 우리의 식탁으로 올라와 결국 우리 몸에 축적되어 그 양이 임계치를 넘어 우리의 건강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또 있다. 현재 방류되고 있는 오염수는 빙산의 일각이다. 매일 고농도 방사성 폐기물로 오염된 폐수가 쌓이고 있고, 이것도 언젠가 바다로 방류될 것이다. 앞으로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런 악순환을 허용하면 우리 후손들의 안녕을 보장할 수 없다.

 

사회적 문제도 심각하다. 당장 수산업 종사자와 요식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고 이런 피해는 앞으로 수산물 가공산업, 식료, 관광, 무역 등 다방면으로 확대될 것이다. 나아가 일본 이외의 나라에서 정치적 대립과 쓸데없는 논쟁이 격화되어 사회적 정치적 외교적 불안이 커질 우려가 있다. 국내외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충분히 대화하고 최선의 해결책을 합리적으로 찾는 노력을 하지 않은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는 앞으로 일본 내외에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무한 책임을 져야 한다. 과연 그 막대한 비용을 일본이 지불할 능력이 있을까? 의문이다.

 

결론은 분명하다. ESG 관점에서 볼 때 이번 원전 오염수의 태평양 무단 방류는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가 오염수 처리 비용을 포함한 제반 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지구와 인류 모두에게 비가역적 피해를 가져오는 백해무익한 반ESG적 행위이다. 그리고 이를 동조 혹은 방조하고 있는 개인과 집단 모두 같은 범죄에 연루되어 있다. ESG를 표방한 기업과 금융기관이 진정성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자명하다. 국내외 기업들의 대응을 유심히 살펴볼 일이다.

 

2023년 8월 29일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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