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기고]기후소송 넘어...강력한 ‘생물다양성 소송’시대 온다(SDG뉴스)
‘생태계 대규모 피해’ ecocide, 특정국가 넘어 국제범죄로 인정
기업 운영 방식 변경토록 압박..."생물다양성 소송에 형법 적용 가능성도"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상임이사 기고
[SDG13 기후위기 대응] 지난 5월 대한민국 헌법재판소에서는 대한민국 기후소송의 공개변론이 있었다.
그간 제기된 △청소년기후소송 △시민기후소송 △아기기후소송 △탄소중립기본계획 헌법소원 등 4건의 소송을 병합 심리하는 이번 공개변론은 한국정부가 2030년까지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까지 감축하는 것은 기후위기 대응으로 충분치 않기 때문에 헌법에서 보장하는 국민의 환경권, 생명권, 건강권, 재산권, 평등권 같은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청구인의 주장에 대해 정부측과 청구인측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은 내려지지 않았지만 아시아 최초로 제기된 기후소송의 공개변론은 국내외에서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세계는 맹그로브 생태계의 중요성을 알리고 그 보존을 촉진하기 위해 매년 7월26일을 '세계 맹그로브생태계 보존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사진: 유네스코 )
이러한 기후소송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히 증가해 2022년 말 기준으로 세계적으로 2180여건의 소송이 등록됐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2015년 환경단체 우르겐다(Urgenda)재단이 네덜란드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시민들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소송에서 네덜란드 대법원이 정부가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최소 25% 줄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처럼 기후소송이 여기저기서 승소하는 추세에 힘입어 최근 생물다양성 소송이 확대되고 있다. 생물다양성 소송이란 유전자 자원, 종, 생태계 등의 보존, 지속 가능한 사용, 접근 및 이익 공유와 관련된 국가, 지역 또는 국제 수준의 모든 법적 분쟁으로서, 생물다양성 보호를 강화하거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시장 전체의 변화를 목표로 하는 전략적 목적의 소송과 특정 종이나 서식지를 보호하기 위한 전통적인 환경소송을 모두 포함한다.
q 생물다양성 촉진하는 법규 강화에 따라 소송 증가세
이런 소송이 등장하는 이유는 우선은 기후변화와 경제활동의 결과 생물 종의 멸종이 가속화되는 데 대한 인식이 높아졌기 때문이지만, 생물종 소멸과 같은 자연 파괴와 이를 부추기는 경제활동에 대한 제재 등으로 발생하는 재무적 리스크가 크고, 생물다양성을 촉진하는 국내적 국제적 법규가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의 대상은 정부·공공기관과 기업·금융으로 나뉜다. 정부와 공공기관 대상 소송은 주로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 및 기타 시민적·사회경제적 권리, 원주민 공동체의 권리, 자연자산과 생태계에 법적 권리 능력을 주장하는 ‘자연의 권리’ 등 세 종류의 권리에 근거한 소송과 기후 관련 법률과 환경권을 주장하는 기후 연계 소송이 대부분이다. 예를 들어 캐나다의 매그파이강(Muteshekau Shipu)은 2021년에 법적 인격체로 인정받아 흐를 권리와 오염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등 9개의 권리를 부여받았고, 2020년 아르헨티나 대법원에 민감한 습지인 Paraná Delta를 보호하지 못한 지방 정부와 시 정부를 상대로 이 습지를 자체 권리를 가진 법적 실체로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는 소송이 제기됐다.
이러한 소송은 종종 권리 선언에 그치지만, 향후 자연 물체의 이름으로 특정 활동의 금지, 생태학적 손해에 대한 보상, 생태계 보존 및 복원에 대한 재정적 기여를 요구하는 소송의 토대를 마련한다. 또, 일부 국가에서는 아예 자연의 권리를 헌법이나 법률로 인정하기도 한다. 2008년 세계 최초로 “자연은 헌법이 자연을 위해 인정한 기본권의 주체가 된다”고 밝힌 에콰도르 헌법이나 2010년 자연의 권리를 존중하는 볼리비아의 “어머니의 대지법’(2010)이 그런 사례이다.
기업과 금융기관 같은 민간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소송도 증가하고 있다. 민간 대상의 생물다양성 소송은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활동이 특히 공급망을 통해 생태계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대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들 소송은 실정법, 그 중에서도 2022년의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당양성 프레임워크(GBF), 지속가능성 실사법(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CSDDD), 손해배상법률(Tort laws), 상법의 주주권, 자금세탁방지법, 그린워싱방지법 등에 주로 근거한다.
그런 사례로는 2019년 브라질 Brumadinho 댐 붕괴 사건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를 둘러싼 Vale사 대상 소송, 하천 오염으로 인한 어류 등의 서식지 파괴를 둘러싼 미국의 우스터 대 그랜지빌리(Worcester v. Grangeville) 사건, 1985년의 유명한 인도 타지마할 보호 소송 (Taj Trapezium), 불법 벌채 자금 은닉과 자금 세탁을 둘러싼 프랑스의 NGO 셰르파(Sherpa)와 프랑스 금융 검찰청(French Financial Prosecutor's Office) 간의 소송 등이 있다.
q 생물다양성 소송, 정부 및 기업 환경 정책에 변화 일으키는 촉매제 될 것... 미래 예측 필요
이러한 생물다양성 관련 소송은 여러 측면에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정부와 기업의 환경 정책에 중요한 변화를 일으키는 촉매제가 될 것이다. 미국의 Endangered Species Act(ESA)와 같은 법률은 소송을 통해 기업의 운영 방식을 변경하도록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둘째, 생물다양성을 위한 법적 장치를 강시킬 것이다. 법원의 판결을 통해 생물다양성을 강화하는 법률이 강화되거나 새로운 법률이 도입될 것이다.
셋째, 소송 과정에서 공개된 정보를 통해 대중의 생물다양성의 중요성과 그 보호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고취될 것이고 이는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그린워싱에 대한 대중의 반감을 확산할 것이다.
이러한 생물다양성 소송이 확산되면 어떻게 될까? 우선 생물다양성 소송이 특정 국가를 넘어 국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둘째, 위성 이미지, 드론, 빅 데이터 분석 등 첨단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증거를 제시하는 사례가 증가할 것이다. 결국 기업이나 정부도 소송의 위협을 피해 생물다양성 보호를 위한 법적 제도적 조치를 강화할 것이다.
특히 생태계의 대규모 피해와 파괴 즉, ‘에코사이드(ecocide)’가 여러 국가에서 범죄로 인정되고 있어 생물다양성 소송에서 기존의 민법 대신 형법이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소송 리스크는 손해 배상과 벌금 같은 직접적 손실만이 아니라 고객이나 정부 대상 소송을 통한 간접적 손실을 통해 기업의 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 확대되고 가시화될 것이다.
기업이나 정부나 조직을 책임지는 사람은 미래를 예측하고 전략을 세워야 살아남는다. 미래를 볼 줄 모르는 지도자는 조직의 멸망을 부추길 뿐이다. 생물다양성을 보호하는 일이 곧 돈벌이가 되고 조직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조직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코앞에 성큼 다가오고 있다.
※본 칼럼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양춘승 상임이사가 SDG뉴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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