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KoSIF 칼럼]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한 한국경제인협회의 주장에 대한 반론2024-07-25 11:10
작성자 Level 10

지속가능성 공시에 대한 한국경제인협회의 주장에 대한 반론

 

지난 4월 30일 한국회계기준원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는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8월 31일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들어 연말까지 최종 결정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 초안은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기준을 참조하여 일반사항과 기후관련 공시사항 그리고 추가공시 기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시행 시기, 공시 방법, 공시 범위 등 중요한 내용이 미정이지만 여론 수렴을 거쳐 연말까지 결정된다고 한다.

 

이에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 6월 21일 국내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공개초안 관련 경제계 의견을 발표하고, 기업의 수용성을 고려하여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행 시기를 2029년 이후로 미룰 것, 공시 방법은 자율공시로 할 것,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Scope3 배출량을 제외할 것, 추가공시(선택공시) 기준은 삭제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조목조목 따져보고자 한다.

 

 

첫째 시행 시기에 관해서다. 협회는 기업의 준비기간이 5년 이상 필요하다고 하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스로 밝혔듯이 2027년 이전 시행을 원하는 기업이 48.5%, 2028년 이후가 22.3%, 2029년 이후는 27.2%이다. 지속가능성 공시의 목적이 기업의 위험과 기회를 공개하여 회계 투명성 제고, 기업가치 상승, 자본조달 비용 절감 등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시행시기 연기 주장은 27.2%의 꼴찌를 위해서 미리 준비된 70.8% 기업의 기회를 박탈하자는 자가당착의 논리.

 

둘째, 공시 방식에 관해서다. 협회는 부담이 큰 법적 의무공시가 아니라 자율공시로 해서 기업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럽연합(EU)을 포함한 선진국들이 대부분 의무공시를 하는 이유는 최근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가 증대하고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투자자 보호, 기업의 환경적 책임 강화, 지속가능 경영 등을 위해서 이들 정보의 공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은 국내에서 자율공시를 하더라도 해외투자기관으로부터 강제적인 정보 공개를 요구받을 것이 분명하다.

 

셋째, Scope3 배출량 정보 제외에 관해서다. 협회는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Scope3 배출량의 측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공시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Scope3 배출량이란 기업의 가치 사슬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간접적인 온실가스 배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원자재 생산, 제품 운송, 소비와 폐기 등이 포함된다. 이들이 기업 온실가스 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0-80% 정도라고 하니 기후 리스크 관리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이다. 기후 문제 해결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Scope3 배출량은 반드시 공시가 필요한 이유이다. 이런 이유로 EU만이 아니라 미국에서도 뉴욕, 일리노이, 캘리포니아 등에서 Scope3 배출량 공시를 법제화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추가공시에 대해서다. 추가공시란 정부의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 기타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의 공시로서, 기업의 재량에 따라 공시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있다. 협회는 이의 폐지를 요구하고 있지만, 기업 재량에 맡겨 있으니 특별히 논평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도입하는 목적은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과 기회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여 기업에게 자원을 제공하는 결정을 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특히 기후 관련 공시가 중시되는 이유는 기후 문제 해결이 지구적 지속가능성의 핵심으로서 그만큼 중요하고 시급하기 때문이다. 즉, 기후 공시 기준 시행의 궁극적 목적은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 위기 해결이다. 따라서 기후 공시 시기를 늦추거나 Scope3 배출량 공시를 제외하자는 협회의 주장은 제도 도입 취지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말이 있다. 세계 시장의 혜택을 한껏 누리고 있는 우리 기업이 세계적 추세를 피해서 누릴 이익은 거의 없다. 협회가 진정 우리 기업의 경쟁 우위를 바란다면 도입 시기를 늦추자는 주장 대신에 오히려 하루빨리 도입하여 예방 백신을 먼저 맞자고 주장하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당국의 현명한 결단을 기대한다.

 

2024년 7월 25일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지속가능성 공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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