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ESG가 마주할 과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인사이트로 본 시나리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이 글로벌 ESG 흐름에 큰 도전 과제를 던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월 5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그의 2기 행정부가 ESG 분야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전문가들의 예측도 이어집니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는 “트럼프의 재집권으로 미국 내 ESG 기조가 후퇴할 수 있으나, 세계 금융계와 유럽의 ESG 흐름은 여전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국내 ESG 흐름을 둔화시킬 수 있는 요인들이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금융계와 기업이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국제적 경쟁력을 잃을 수 있음을 지적하고 장기적인 ESG 지지 세력 확장과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SG 싱크탱크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미국 대선과 관련된 동향을 칼럼과 기고를 통해 예측해왔습니다. 이에 대한 김태한 수석연구원의 인사이트를 정리해 소개합니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네바다 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 김태한 수석연구원
트럼프 1기 행정부가 ESG 전반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가 집권한 2017년에는 그가 무언가를 크게 뒤집을 수 있을 만큼 ESG가 활발하지도 관련한 정책이나 제도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시민들의 기후변화, 인권 등 환경과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팬데믹 극복을 위해 대규모로 공급된 자금의 상당 부분은 ESG펀드와 관련 산업으로 흘러 들었다. ESG관련 법이나 제도도 강화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및 ESG관련 기업 및 금융 공시의 의무화, 녹색분류체계, 녹색채권표준, 공급망 지속가능성 및 그린워싱 제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도입되고 있으며, 저탄소 및 친환경 제품에 대한 보조금도 강화되었다.
[언론 기고] 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 첫 타깃은 퇴직연금 ESG 투자 금지,
20240201 한국경제신문 https://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2312237472i&category=&sns=y
1) 기후 정책: 트럼프 1기와 2기 비교
트럼프 1기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Anything But Obama(ABO)’ 즉 전임 오바마행정부 정책의 부정이다. 트럼프는 ESG도 기후변화도 모두 부정한다. 트럼프 1기 기후변화 정책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바로 파리협정의 탈퇴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행정부에서 석탄 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위해 추진한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백지화했으며,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 및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했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도 축소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집권기간에도 풍력과 태양광 신규 설치는 지속증가했으며, 석탄발전은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자체의 경제성 향상과 더불어 오바마 집권 마지막에 입법화된 보조금 지급이 연속성 있게 지급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주(州)단위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된 기후변화 및 재생에너지 정책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는 2기 집권을 준비하며 ‘아젠다 47’ 이라는 이름의 예비 공약을 발표했다. 트럼프 1기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ABB(Anything But Biden)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젠다 47’에서 발표한 기후변화관련 예비 공약을 요약하면 ① 파리협정의 재탈퇴 ②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한 친환경보조금 전면 수정 ③미국 내 화석연료 채굴 확대 ④자동차 연비규제 완화 및 전기차 의무 판매 규제 폐지로 정책 자체는 1기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우선 예측가능성이라는 측면만 본다면, 예상치 못하게 모든 정책이 뒤집어진 7년 전과 비교해 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했던 정책은 트럼프 집권 후 쉽게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IRA와 같이 입법을 통한 정책을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하원과 상원의 의석과는 관계 없이, IRA를 비롯한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혜택의 상당수가 공화당 지역구, 즉 미국의 남부와 중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를 고려한다면, 화석연료 채굴확대에 대한 미국 국민의 목소리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생각되며, 반대로 트럼프 집권기 동안 단행될 금리인하는 재생에너지 투자에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 기고] 트럼프 시대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20231220 비즈니스포스트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6731
2) 금융: 퇴직연금의 ESG 투자 금지와 기후 공시
‘아젠다 47’에는 퇴직연금의 ESG 투자 금지부터, 에너지, 기후변화, 성소수자, 중국의 인권 이슈 등 ESG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공약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그 중 가장 명시적으로 ESG를 언급하고 있는 공약은 ‘ESG 투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급진 좌파의 ESG투자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하겠다”고 주장했으며, 대통령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퇴직연금(401K)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한 투자를 금지하고, 추후 입법을 통해 이를 영구적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는 퇴직연금(401K) 펀드 운용사가 ESG를 고려할 수 있게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여부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도 ‘퇴직연금의 ESG투자 금지 결의안’이었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트럼프가 ‘아젠다47’을 통해 밝힌 공약은 우선 취임 후 곧바로 노동부의 해석규정을 변경하여 퇴직연금 운용사의 ESG요소 반영을 금지하고, 궁극적으로는 ERISA의 개정 또는 새로운 법안을 통해 향후 있을지 모를 행정명령을 통한 개정을 원칙적으로 막겠다는 의미다.
또한 기후 공시와 관련해서도, 401K퇴직연금의 ESG투자와 마찬가지로, 바이든 행정부는 SEC 기후공시의무화 또한 법안 개정이 아닌 행정규정 변경을 통해 추진했다. 안타깝게도 IRA(인플레감축법)을 제외한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대부분이 입법이 아닌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되고 있어, 트럼프 전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용이하게 수정이나 폐지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행정 및 입법을 통한 공시의무화 폐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기후공시는 지속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미국의 정식 국가명칭이 ‘United State of America’ 라는 것이다. 미국은 주차원에서 상당한 수준의 독립적 행정, 입법, 사법권을 가진다. 이미 미국 전체 GDP의 15%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에서는 2026년(회계연도 2025년)부터 주내에서 영업하는 매출액 10억 달러 (약 1조3천억원) 이상의 기업을 대상으로 TCFD 권고안에 기반한 기업 기후공시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뿐만 아니라 뉴욕, 일리노이, 메사추세스, 워싱턴 등에서도 유사한 공시 제도 도입을 추진 또는 검토 중이다. 캘리포니아 주 하나의 GDP가 독일이나 일본에 버금간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주 차원의 공시제도가 미치는 영향력 또한 강력할 것으로 생각된다.
[언론 기고]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 첫 타깃은 퇴직연금 ESG 투자 금지
20240201 한국경제신문 https://plus.hankyung.com/apps/newsinside.view?aid=202312237472i&category=&sns=y
[언론 기고] 트럼프의 ESG 공약 ② 불안한 SEC 기후 공시, 살아남을 수 있을까
20240219 한국경제신문 https://kosif.org/esg-2/?board_page=3&vid=141
3) 무역: 대중무역을 포함한 대외정책의 인권 이슈 고려
트럼프가 여러 차례 반노조, 반이민 정책을 공개적으로 밝혔기에 미국 내 인권과 노동정책은 약화할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우리가 영향을 받는 것은 트럼프의 국내 정책이 아니라 무역을 포함한 그의 대외정책이다. 최근 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에 생산설비를 늘리고 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제조설비는 한국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미국 외 지역에 짓는다. 이 때문에 중점적으로 눈여겨봐야 할 것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인권과 노동권이 미국의 무역 정책에 어떻게 반영됐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 취한 상당수 무역과 경제 제재 명분에는 인권, 노동문제가 포함된다. 과거 트럼프 행정부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상대국의 인권과 노동 이슈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강제노동을 이유로 중국 신장웨이우얼 자치구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 면화, 토마토 등의 수입을 금지했다. 또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대체 협정으로 체결된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서는 노동 및 인권 관련 조항을 이전 협정보다 강화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인권 및 노동권 수준이 낮은 멕시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한다면 미국 내 인권 및 노동 관련 규제는 강해질 것임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이런 조치가 곧바로 해외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인권과 노동문제는 트럼프가 추진하는 무역 전쟁의 강력한 무기로 전방위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무역 전쟁은 중국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지만 반드시 그 화살이 중국으로만 향한다고 볼 수는 없다. 우리 기업의 공급망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초당적으로 발의된 ‘위구르 강제노동방지법’에는 우회 수출을 막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소재가 사용됐는지에 대한 공급망 실사를 요구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되면 ESG가 약화될 것이라고 쉽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해외 기업에 적용되는 인권과 노동에 관한 기준은 오히려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아울러 이미 경제 시스템의 주류로 편입된 ESG를 되돌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론에도 귀 기울이며 단기적 정치 지형 변화에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ESG 경영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언론 기고] 트럼프 집권 시 ESG 약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20240620 한경ESG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61048511
4) 산업: 저탄소 철강의 경제성 주목
자동차-철강 등 제조업이 쇠락한 지역인 이른바 ‘러스트벨트’ 내 저소득 백인 노동자의 전폭적 지지가 당시 트럼프 승리의 핵심 원인이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번 대선 또한 러스트벨트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자신을 지지한 노동자 계층의 지지를 다지기 위한 정책에 빠르게 나설 수 있다는 예측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제조업이 근본적인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비교우위를 활용해야 한다. 다른 산업은 몰라도 철강산업의 답은 의외로 간단할 지도 모르겠다. 그 열쇠는 바로 저탄소다. 저탄소철강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기로에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전기로 대체하거나 자연산 철광석을 코크스가 아닌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지 수소)로 환원하고 이를 다시 전기로로 녹이는 방법(수소환원제철)을 사용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전기로와 재생전기다.
저탄소 철강 생산에 핵심적인 전기로 비중은 미국이 약 70%로(2021년기준), 10% 수준인 중국은 물론 한국(32%)과 일본(25%)에도 크게 앞서 있다. 특히, 가장 늦게 고로 중심으로 철강생산설비를 확장한 중국의 경우, 매몰비용이 높아 전기로 대체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는 지점이다. RE100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재생에너지 측면에서도 미국은 기업이 재생에너지구매 계약(PPA)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에 가장 용이한 지역이다. 기업 구매는 어렵지만 국가차원의 재생에너지 비중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은 몰라도, 다른 경쟁국인 일본이나 한국보다는 비교우위가 확실하다.
저탄소 철강은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단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다. 미국이 가격 경쟁 중심의 철강산업을 저탄소 경쟁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할 정치적, 경제적 동기는 차고 넘친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던 한국에게 저탄소 경쟁으로의 프레임전환은 새로운 위험임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동안 활발하던 저탄소 철강 논의가 줄어들고 있다. 철강은 모든 제조업의 기초자재가 되는 중요한 소재다. 철강산업을 버릴 게 아니라면, 기후변화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저탄소 전환과 이를 위한 지원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언론 기고] 미국 대선판 흔드는 철강산업…’저탄소’에 답 있다
20240913 한경ESG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090204531
5) 트럼프 정책에 따른 반작용, “We Are Still In”
트럼프 정책에 대한 반작용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전체 경제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트럼프 1기의 기후변화 정책과 관련하여 눈 여겨 봐야 할 지점이 있는 데, 그것은 경제를 이루는 다른 중요한 축인 기업과 금융기관 및 주정부의 반응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을 계기로 ‘We are Still In’이라는 이니셔티브가 생겨났다. 즉, 연방정부의 파리협정 탈퇴와 무관하게, 기업, 금융기관 그리고 주 정부차원에서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 가겠다는 의미다. 이 이니셔티브에는 애플, 구글, 시티은행 등 2,300여개의 기업 및 금융기관과 캘리포니아, 뉴욕 등 10개의 주정부가 참여했다.
트럼프 2기에도 민간차원의 기후변화 강화 움직임이 나타날 것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은 공급망을 통해 우리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트럼프 시대의 기후변화 정책과 그에 따른 반작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언론 기고]]트럼프 시대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20231220 비즈니스포스트 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6731
트럼프 2기 행정부의 ESG에 대한 반(反) 기조가 미국 내 ESG 흐름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주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의 자발적 ESG 움직임은 여전히 유지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유럽 및 글로벌 금융 시장은 여전히 강력한 ESG 기준을 따르고 있어, 국제 사회에서 ESG는 퇴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한국 기업과 금융계는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장기적 관점으로 ESG 경영을 강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변화하는 정책 환경 속에서도 ESG로부터 지속 가능성과 경쟁력 강화의 요인을 찾아,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는 장기적인 경영 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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