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언론 기고] 우리회사의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ESG공시와 조직경계(한경ESG)2024-11-29 10:25
작성자 Level 10

 

우리회사의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ESG공시와 조직경계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기고

 

핵가족, 확대가족, 직계가족, 방계가족… 
 

학창 시절 가족의 다양한 형태와 범위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 가족의 범위는 어디까지 일까?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가족의 범위는 제각각 일 것이다. 대가족이 일반적이었던 7~80년에는 조부모님을 당연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여기는 사람이 많았을 테지만, 오늘날은 그 비중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친절하게도 우리나라 「민법」은 가족의 범위를 정의해 주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 민법 제779조에 따르면, 가족의 범위에는 ①배우자, 직계혈족 및 형제자매와 ② (생계를 같이 하는 경우에 한해)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 및 배우자의 형제자매가 포함된다. 
 

‘가족’이라는 단어는 여러 개의 개체나 사람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서 표현하는 ‘집합명사’다. 그래서 사람마다 또는 시대에 따라 ‘가족’이라는 묶음에 포함하는 구성원이 다를 수 있다. 
 

 

우리회사의 범위는? 상법은 개별 법인으로 규정
‘기업’이나 ‘회사’도 집합명사 가운데 하나다. 그래서 ‘우리회사’라는 하나의 묶음에 포함하는 대상의 범위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룹전체를 관리하는 지주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우리회사의 범위를 그룹에 속한 모든 계열사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특정 프로젝트를 운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우리회사의 범위를 자기가 근무하고 있는 좁은 범위를 사업체로 한정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최근 지속가능성 공시 의무화가 진행되면서, 보고의 대상이 되는 우리회사의 범위, 즉 보고대상의 조직경계가 어디까지 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상법」은 ‘회사’의 범위를 규정하는 별도의 조항을 두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회사의 의의’를 ‘상행위나 그 밖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여 설립한 “법인”으로 정의하고 있는 상법 169조에 비춰보면, 회사를 하나의 법인으로 정의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대기업집단’을 대상으로 하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배구조 관련 규제를 제외한 대부분의 환경, 사회 관련 규제는 개별 법인이나 사업장을 규제의 대상으로 두고 있기도 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법인단위로 관리업체을 지정하는 배출권거래제다. 
 

회계와 공시는 ‘연결실체’를 기준으로
마찬가지로 사업보고서의 공시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자본시장법」 159조 또한 공시 대상을 ‘주권상장법인’ 즉 법인 단위로 지정하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법」은 사업보고서의 공시 내용에 ‘재무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는데, 「외부감사법」은 상장회사의 회계처리 기준을 ‘연결재무제표’를 기본으로 국제회계기준(K-IFRS)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연결재무제표”는 두 개 이상의 회사가 지배ㆍ종속 관계에 있는 경우, 이들 회사를 하나의 조직으로 간주하여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것을 말한다. 「외부감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회사가 경제 활동에서 효용과 이익을 얻기 위하여 다른 회사의 재무정책과 영업정책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경우 지배ㆍ종속의 관계”가 성립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회계나 공시에서 이야기하는 ‘보고기업’의 개념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민법」에서 정의하는 ‘가족’의 개념과 묘하게 닮아 있다. 회계에서는 하나의 회사가 다른 회사를 재무제표에 연결해야 하는 지를 판단하기 위해서 ‘경제적 실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민법」에서도 ‘직계혈족의 배우자, 배우자의 직계혈족’이 가족의 범위에 포함되는 지 여부를 판단할 때, ‘생계를 같이 하는 지’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것과 유사하다.
 

「민법」에서 촌수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이라도 같이 먹고 사는 경우에는 가족으로 취급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회계에서도 별도로 등록된 다른 법인이라 하더라도 경제적 실질이 동일할 경우 하나의 조직으로 취급하여 회계처리하라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지배기업이 타 법인의 지분을 50% 초과하여 보유하고 있거나, 지분율은 이 보다 낮은 경우에도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종속회사로 판단한다. 
 

지속가능성 공시를 위한 ‘보고기업’의 범위
우리나라에서 채택할 것이 매우 유력한 IFRS 지속가능성공시기준에 따르면,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공시의 보고기업은 관련 재무제표의 보고기업과 동일해야 한다.” 다시말해, 지속가능성 정보도 재무제표와 마찬가지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종속회사의 정보를 통합해서 공시 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에서 지속가능성 이슈와 관련한 실무를 담당하는 환경이나 ESG부서에 ‘종속기업’은 낯선 개념이다. 아울러 법인 또는 사업장을 단위로 이루어진 환경이나 노동 관련 규제 대응에 맞춰진 기존의 내부체계를 개편하고 종속기업 담당자의 협조를 얻어 내는 것도 도전적인 과제다. 
 

극복해야 할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많은 기업들이 그 동안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을 위한 조직경계 설정기준으로 ‘운영통제’를 사용해왔는데, 이를 ‘재무통제’로 변경해야 하는지, 그리고 조직경계 설정과 관련하여 IFRS 회계기준, GHG 프로토콜, 그리고 국내 배출권거래제 지침 사이에 존재하는 괴리를 어떻게 처리할 지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적해 있다. 
 

어차피 가야할 길, 더 빨리 철저하게 준비해야 
오늘날 외부자본의 조달없이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리고 국내외 대다수의 금융기관이 기업에 조속한 지속가능성 정보의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공시 준비가 어렵다고 피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지만 지속가능성 공시라는 새로운 길을 기업 혼자서만 해쳐 가기에는 너무 벅찬 과제라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던가. 지속가능성 공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직면할 세부적인 문제들은 앞으로도 무수히 많을 것이다. 환경부와 한국회계기준원에서 조직경계 설정을 포함한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과 관련한 가이드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지속가능성 공시의 시행은 앞당기되, 그에 맞는 지원정책도 함께 강화되야 한다. 
 

※본 칼럼은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한경ESG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원문 보러가기>

 

#지속가능성공시# 조직경계# 지속가능성공시와 조직경계

문의안내

E-MAIL kosif@kosif.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