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기업의 주요 ESG 이슈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2025년 우리 기업들은 국내외의 환경 변화, 규제 강화, 이해관계자 요구 증대, 그리고 글로벌 시장의 트렌드 등의 요인으로 인해 다양한 ESG 이슈에 봉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경제적 대변화(upheaval)가 일어나고 있어 개별 기업의 고민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금년 우리 기업들이 봉착할 중요한 ESG 이슈가 무엇인지 살펴보자.
우선 가장 시급한 이슈는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국가 거버넌스의 실패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은 거시적 거버넌스의 실패로서, 정부 정책의 불안정성 - 기업의 장기투자 계획 부재 - 잠재 성장률의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 국내외 투자자 신뢰 하락으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 행정 공백으로 인한 정부 규제 정책의 혼선, 사회적 혼란과 기업의 평판 위험 증가, 국가 신인도 하락 등 다양한 측면에서 기업 경영자에게 거시경제적 위협이 되고 있다.
둘째, ESG에 대한 글로벌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반ESG 정책이 도입되어 규제가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새로이 적용될 SEC 기후 공시 규칙 (SEC Climate Disclosure Rule), 일종의 탄소국경세를 규정한 청정경쟁법 (Clean Competition Act, CCA), ESG 평가기관에 대한 새로운 규제 등이 등장하고 있다. EU에서는 더 많은 규제가 제도화하는 추세이다. 특히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 공급망실사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CSDDD),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CSRD), 넷제로산업법(Net-Zero Industry Act, NZIA), 포장 및 포장 폐기물 규정(Packaging and Packaging Waste Regulation, PPWR), ESG평가기관 규제안(ESG Ratings and Sustainability Ratings Regulation), EU텍소노미 개정안(revision to EU Taxonomy) 등이 이미 시행되었거나 시행 예정이어서 이들에 대한 치밀한 준비와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이 가운데서 특히 미국의 청정경쟁법과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철강과 시멘트의 수출 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고, 공급망실사지침도 우리 기업에게 추가적인 부담이 될 것이다.
출처ㅣ Pixabay
국내적으로도 다양한 ESG 이슈들이 우리 기업들을 기다리고 있다. 첫째, 환경 측면에서 보면, 새 정부에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2030년 이후 국가감축목표(NDC) 설정에 대한 대비, 기후변화로 인한 물리적 리스크(예: 홍수, 폭염)와 전환 리스크(예: 규제 및 기술 변화)의 관리, RE100 대응을 위한 재생전력 사용 확대, 다가올 국제플라스틱 협약에 대한 대응, 기후공시 의무화 추진에 대한 대비 등이 우선시 되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된다. 특히 RE100 확대와 기후공시 의무화는 우리 수출기업의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이슈이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재생전력의 공급 확대와 민간 거래 활성화를 지원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기후공시 의무화도 가급적 빨리 도입하는 정부의 주도적 정책이 우리 수출기업의 면역력을 높여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금융기관의 경우에도 K-Taxonomy를 활용한 저탄소 경제로 전환을 위한 투자 확대와 포트폴리오의 금융배출 관리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요구에 직면하게 될 것이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수용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둘째, 사회 측면을 보면, 공급망 내 인권, 환경, 노동 문제,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Diversity, Equity, and Inclusion, DEI), 데이터 보호와 개인정보 보호 등이 주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EU의 공급망실사지침은 공급망의 인권, 기후경영, 노동 관행에 대한 실사와 보고에 초점을 두고 있어 많은 공급자와 거래하는 대기업은 이들 공급망 관리에 많은 자원을 배분해야 할 것이다. DEI는 조직, 사회, 또는 기업이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을 존중하고, 모두가 공정한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며, 누구나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노력을 포괄하는 것으로, 회사 구성원의 평등하고 공정한 참여를 보장하는 경영 방침을 기업내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DEI는 단순히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조직의 지속 가능성과 성공,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필수 전략으로, 세계화와 고령화, 그리고 MZ세대의 등장을 특징으로 하는 시대에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필수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또, 디지털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데이터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우리 기업도 개인정보 보호법 및 유럽의 일반 개인정보 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의 규정에 따라 개인정보 보호와 보안 강화를 위한 기술적 투자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국가지배구조의 실패를 경험하고 있는 현재의 여건에서는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고 기업에 대한 사회적 이미지도 취약해지기 때문에 특히 이들 사회적 이슈에 대한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기업지배구조 관련 이슈가 있다.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윤리성 확보, ESG 정보공시 적극 수용, 주주와 이해관계자 관여 강화, AI와 디지털 기술의 윤리적 이용 등 기업지배구조의 책임성과 윤리성을 강화하여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실천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반부패 정책 강화와 준법경영 시스템 확립, ESG공시가이드라인의 선제적 수용, 주주와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적극적 관여(engagement)를 통한 투명한 소통과 신뢰 형성, 인공지능 같은 새로운 기술의 윤리적이고 공정한 이용 등이 일상적 경영활동에 반영되고 제도화되어야 할 것이다.
2025년, 싫든 좋든 ESG는 글로벌 기업에게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도 위에서 언급한 여러 ESG이슈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길에 앞장서기를 기대한다.
2025년 1월 14일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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