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언론 기고] 트럼프 2.0 시대, 살아 남아야 한다.(한경ESG) 2025-01-20 12:32
작성자 Level 10

 

트럼프 2.0 시대, 살아 남아야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수석 연구원 기고

 

“시진핑 주석은 나를 존중하고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굳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군사력을 사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답이다.

 

기후변화협상, 다시 암흑의 시대로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외치며 트럼프가 돌아왔다. 스스로를 미쳤다고 표현할 정도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여줬던 트럼프가 결국 돌아왔다. 안 그래도 부족한 전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에 또다시 먹구름이 짙게 드리우기 시작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전부터 자신이 당선되면 파리협정을 탈퇴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견이나 한 듯, 세계 최초로 석유 시추가 이루어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29차 당사국회의(COP29) 또한 혼란 그 자체였다. ‘석유는 신의 선물’이라는 아제르바이젠 대통령의 연설로 시작한 이번 회의에는 영국과 이탈리아를 제외한 대부분 G20 국가의 정상이 불참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뿐만 아니라 중국의 시진핑 주석,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독일의 슐츠 총리, 일본의 이시바 총리 그리고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았다.

 

COP29는 기후변화협상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인 기후재정, 즉 돈 문제가 핵심 의제로 다뤄졌다. 하지만 주요 선진국의 정상도 참석하고 않았고,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장국은 화석연료의 추가 판매에만 정신이 팔려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2009년 COP15에서 선진국은 매년 1000억달러(약 140조원)의 기금을 공여하기로 합의했었다. 하지만 매년 1000억달러는 커녕 10여년이 지난 이제서야 경우 합산 1000억 달러 정도를 모았을 뿐이다. 목표치의 1/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결과다. 오바마와 바이든 행정부를 거친 기간 동안의 결과가 고작 이 정도였으니, 트럼프 대통령이 재임하는 향후 4년간의 성과는 불 보듯 뻔하다. 멋 들어진 말은 몰라도, 미국이 빠진 기후변화협상 무대에서 실질적으로 돈을 낼 국가가 몇 개나 될까? 인류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내 코가 석잔데, 기후변화는 무슨? ‘먹고사니즘’의 시대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아직은 미약한 또는 상대적으로 재해에 대한 대비가 잘 되어 있는 중위도 지역의 선진국들은 겉으로 하는 말과 다르게
기후변화를 여전히 먼 미래의 일정도로 치부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당당하게 드러내어 높고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솔직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독일, 프랑스 등을 비롯한 EU 국가들은 이제 당장의 자국 경제를 챙기기에도 벅찬 모습이다. 미국의 정치력에 이끌려 왔던 일본에도 기후변화에 대한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전기차, 배터리, 재생에너지 등 기후산업에 강점을 가진 중국이 남아있지만, 중국이 어떤 역할을 할 지 가늠하기는 어렵다. 아울러 여전히 미국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중국의 리더십을 따라 나설 국가가 얼마나 될 지도 의문이다.

 

지난 몇 년간 국제사회와 경제계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던 기후변화는 이제 될 것인가? 일각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먹고사니즘’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한다. 즉, 기후변화, 인권 등과 같은 가치나 미래의 문제가 아닌, 당장의 경제문제 해결을 최우선으로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기후변화, 한국의 ‘먹고사니즘’의 핵심
그런데 기후변화가 왜 먹고사니즘의 문제가 아닌가? 기후재앙으로 이미 삶을 터전을 잃고 있는 파키스탄이나 수단과 같은 중위도 지역 국가의 이야기는 차지하고라도, 당장의 우리나라를 살펴보자.

 

먹고사니즘의 핵심은 일자리다. 그 것도 일정 수준의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일자리가 필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좋은 일자리를 가장 많이 창출하는 곳은 기업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주력 산업은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전기전자 부품, 자동차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배터리 그리고 철강과 석유화학 등이다.

 

반도체와 전기전자 부품은 여전히 RE100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애플, 구글 등 국내 기업의 주요 고객사는 이미 RE100을 요구하고 있고, 기업 이미지가 중요한 이들 기업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고 이러한 요구를 거둬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 가뜩이나 기술력으로도 밀리는 상황에서 대만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여가고 있는 TSMC를 따라가기 벅찬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AI칩 분야의 절대강사 엔비디아도 2027년(회계연도 2026년)까지 공급망기업의 67%이상에 과학기반감축목표(SBT) 수립을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는 상황이다. 국내 기업은 최근 전기차 개발 및 생산, 그리고 배터리 밸류체인 구축에 막대한 투자를 지속했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이 지연된다면 이들 기업이 입을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가능성이 높다. 철강은 온실가스 배출에 가격을 부과하는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과 미국의 청정경쟁법(CCA)의 위험에 직면해 있다. 전기로 비중이 높고 재생에너지 조달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유럽과 미국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조속한 대응 없이는 수출에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석유화학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재생 또는 바이오 플라스틱과 같은 고부가가지 제품의 개발 및 판로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지금이야 말로 재정정책이 필요할 때
우리에게 이제
기후변화는 그야말로 ‘먹고사니즘’ 그 자체이다. 한국 기업은 지금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기업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앞으로의 4년을 버텨낼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 같다. 지금이야 말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할 때이다. 미국은 다시 자국경제를 위해 국제무역질서를 무시하고, 외국 기업에게는 엄청난 관세를, 그리고 자국 기업에게는 막대한 지원을 퍼부어 될 것이다. ‘각자도생’의 시기에 우리만 체면을 살리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 정부도 우리 기업이 앞으로 4년을 버틸 수 있도록 친환경 기술 개발 및 재생에너지 전환 등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건전재정만 외치다 우리 경제와 일자리의 중추인 기업이 다 망하면 무슨 소용인가?

 

인생은 돌고 돌고, 역사는 반복된다. 트럼프의 4년은 결국 끝날 것이고, 다시 더 강력한기후변화의 시대가 돌아 올 것이다. 기후변화는 결국 인류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4년을 모두가 함께 버텨나가야 한다. 

 

※ 본 칼럼은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한경ESG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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