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의 노동 대체 3가지 문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수석연구원 기고
로봇이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 청소도, 길 안내도, 커피도 로봇이 하고 만드는 시대가 되었다. 비록 어릴 적 만화영화에서 보던 지구를 지키는 로봇은 아니지만, 앞으로 일상에서 로봇을 접하는 일은 더 많아질 것 같다. 최근 로봇 관련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기술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로봇에 대한 관심도 뜨거워 지고 있다. 로봇의 긍정적 가치에 주목하며 로봇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하는가 하면,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한 인간의 통제력 상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로봇기술의 발전은 많은 것을 변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노동’이 아닐까 생각한다.
노동은 경제학에서 말하는 생산의 3요소(토지, 자본, 노동) 가운데 하나다. 로봇기술의 발전과 확산은 일자리의 양과 질, 그리고 일하는 방식 등 노동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이 대체하여 사라지는 일자리, 로봇산업으로 인해 새롭게 생겨나는 일자리, 그리고 로봇이 어렵고 위험한 작업을 일부 대신하여 근무환경이 개선되는 일자리도 있을 수 있다.
우리는 학교에서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배우며 자랐다. 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다. 직업자체에 귀함과 천함이 없을 지는 몰라도, 직업을 선택하는 사람에게는 선호라는 것이 존재하기 대문이다. 미래 성장성, 사회적 인식, 임금 및 근로환경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다수가 선호하는 직업이 있는 반면, 많은 이들이 기피하는 직업도 존재한다. 이 때문에 실업자가 넘쳐나는 와중에도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로봇은 사람과 달리 선호도가 없다. 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거기다 임금수준도 낮아서 많은 사람이 기피하는 일을 로봇이 대체할 수 있다면, 사회 전체적으로 매우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심각한 저출생×고령화로 향후 생산가능인구의 급격한 하락이 예상되는 우리나라에는 더욱 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 동안 많은 국가들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노동자나 이민을 활용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제 건설, 조선, 농수산업 및 일부 서비스업과 중소제조업에서 외국인노동자 없이는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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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외국인노동자의 급격한 유입은 여러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외국인 혐오정서의 확산은 충분한 숙고없이 진행된 외국인노동자 정책이 낳은 가장 큰 부정적 효과라 할 수 있다. 외국인노동자의 필요성 및 역할, 우리사회의 인식 및 문화차이 극복 방안 등에 대한 준비 미비와 우리사회의 극심한 실업과 양극화가 겹치면서, 청년층을 중심으로 외국인 오 정서가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글로벌 팬데믹의 발생도, 외국인을 통한 노동력 확보의 위험을 높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외국인노동자의 입국이 어려워지자 여러 업종에서 인력난이 발생했고, 결국 유례없는 물가 상승으로 연결되었다.
그리고 앞으로는 외국인노동자를 통한 노동력확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우리가 로봇의 활용방안 확대에 더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저출생×고령화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한국, 일본,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상대적으로 젊은 국가라고 인식했던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상당수 동남아시아 국가도 2030년 전후 초고령 또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들 국가도 현재와 같은 생산가능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030년부터는 외부에서 노동력을 유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 필리핀, 인도네시아 및 여러 아프리카 국가 등은 높은 인구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사람을 바둑말처럼 필요할 때마다 적시에 필요한 곳으로 옮길 수도 없거니와 우리와의 문화차이 등을 고려한다면, 한국의 인력난을 외국인노동자정책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기 어렵다.
아시아 지역의 전반적인 고령화현상, 한국사회의 노동력 부족, 팬데믹 우려와 로봇의 장점과 기술발달 속도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하면, 로봇의 확대는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필연적 미래로 보인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당연해 보이는 결론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 숨어 있는 ‘감성’의 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로봇과 달리 항상 합리적 결론에 이르는 것도 아니며, 논리적으로 옮은 결정이라고 항상 감정적으로 수용하는 것도 아니다. 로봇의 활용이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미래라면, 그에 걸맞은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로봇이 노동과 관련하여 가져올 수 있는 문제는 다음 3가지 정도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사회 전체적으로 선호도가 낮다고 해서, 그 일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선호도와 무관하게 자신의 일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도 있고, 만족하지는 않지만 생계 유지를 위해 그 일이 반드시 필요한 사람도 있다. 그리고 용돈마련이나 경험을 쌓기 위해 상대적으로 구직이 용이한 단순반복 업무를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편의점, 커피숍, 패스트푸드에서 파트파임으로 일하는 대학생이 대표적인 예다.
둘째, 로봇이 반드시 사회적으로 선호도가 낮은 일자리만 대체한다는 보장이 없다. 사회에서 재화와 서비스의 생산을 주로 담당하는 기업은 이익을 위해 모인 집단이고,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생산비를 낮춰야 한다. 어떤 업무에 대해 사람보다 로봇의 생산성이 더 높다고 판단되면, 대다수 기업은 사회적 선호도와 무관하게 해당 일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하는 결정을 할 것이다. ESG경영을 선언한 기업도 마찬가지다. ESG경영은 ESG요소의 향상이 중장기적으로 기업에 재무적 이익을 가져다 준다는 것을 전제로 추진된다. 로봇이 아닌 사람을 유지해서 생산비 절감이상의 재무적 효과를 가져다 주는 다른 사회적 여건이 작용하지 않는 한, 기업의 ESG경영이 로봇 대체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셋째, 로봇의 도입이 저개발국가의 경제성장 사다리를 걷어차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7, 80년대, 중동으로 나간 건설노동자, 독일의 광부와 간호사들이 한국으로 송금한 외화는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중요한 초석이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에 와있는 베트남, 파키스탄, 네팔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비록 한국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고 있지만, 그들이 악착같이 일해 받은 월급을 모아 송금한 외화는 모국의 경제성장에 중요한 역할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19세기초 영국에서는 노동자들이 기계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에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일어났다. 당시 노동자들의 우려는 틀렸다. 산업화는 일자리, 그것도 이전보다 더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노동자들의 무지에서 나온 과격한 행동정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21세기에도 이와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고, 이미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미국의 트럼피즘(Trumpism),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우주의는 모두 외국인협오 정서에서 출발했다. 실제로는 대다수의 이민자와 외국인노동자들은 자국민이 기피하던 일을 맡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자신의 일자리를 뺏았고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원흉으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나 합의없이 엘리트를 중심으로 추진된 정책이 어떻게 사회적 분노로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분노가 사회적으로 얼마나 큰 충격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로봇 또한 마찬가지다. 로봇으로 인해 실제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로봇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었다고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감정이 모여 사회적 분노가 되고, 다시 사회적 저항으로 연결될 수 있다. 로봇과 로봇산업은 미래 노동력 문제 해결과 산업 경쟁력 확보하는 측면에서 우리가 반드시 가야할 길이다. 이제 로봇의 역할, 로봇으로 피해를 입는 계층, 이들을 위한 지원 등에 로봇과 함께 해야할 미래에 대한 보다 세심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 본 칼럼은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한경ESG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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