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칼럼] ESG분식(ESG-washing)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기구의 설치를 제안한다.2022-06-29 20:49

 

ESG분식(ESG-washing)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기구의 설치를 제안한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상임이사

 

 


 

바야흐로 ESG 시대가 왔다. 원래 ESG는 투자자들이 투자받는 기업의 재무적 성과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적 요인 즉, 환경•사회•지배구조 (ESG) 요소를 감안하여 보다 치밀한 위험 관리와 새로운 기회 포착을 통하여 금융과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자는 관점에서 2004년 처음 등장하였다. 이어서 UNEP/FI가 ESG에 대한 고려를 금융기관의 수탁자 책임으로 간주하는 보고서를 내면서 투자자만이 아니라 은행, 보험, 연기금 등 모든 금융기관의 주류적 관행으로 발전해 왔고, 이제는 금융을 넘어 많은 기업들이 ESG를 경영의 새 패러다임으로 채택하고 있다. 이제 ESG는 금융, 디자인, 원료 조달, 생산, 마케팅, 물류, 소비, 폐기의 전 가치사슬에서 기업의 경쟁우위를 확보하는 강력한 전략이 되고 있다.

 

그 결과 ESG 상품의 성장 속도는 눈부시다. 뉴욕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ESG를 표방한 상품의 성장이 그렇지 않은 상품보다 5.6배 빠르고 2023년 ESG 상품의 연간 매출 규모는 1,40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이처럼 ESG 상품의 매출 성장이 빠르고 소비자들의 호감이 늘어나면서 고의든 아니든 ESG분식(ESG-washing)을 저지를 위험이 커지고 있다. ESG분식은 친환경 상품으로 포장을 하였으나 실제로는 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경우를 지칭하는 녹색분식(greenwashing)에서 나온 용어이다. 겉으로는 ESG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환경이나 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ESG분식으로 칭할 수 있겠다. 녹색분식의 시기에는 제품의 환경적 영향만을 주로 고려하였지만 ESG분식의 시기에는 환경적 영향만이 아니라 사회적 영향도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탄소 발자국이 적은 상품이라도 그 상품에 투입된 원료가 분쟁지역에서 조달되었거나 납품업체가 소년노동이나 강제노동을 행하고 있다면 이는 ESG분식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ESG분식을 저지르면 처음 한두 번은 재미를 볼 수 있겠지만 나중에는 모든 ESG상품에 대한 대중의 신뢰가 사라져서 옥석을 구분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ESG경영이 추구하는 경쟁우위를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ESG 경영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이처럼 ESG분식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려 경제의 선순환을 막는 중대한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분식은 반드시 제조업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금융상품의 ESG분식의 폐해는 오히려 더 심각하다. 금융기관은 금융상품을 판매하긴 하지만 금융상품에 동원된 돈의 진짜 주인은 금융기관이 아니라 다수의 대중이기 때문에, 금융의 ESG분식은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끼치고 심한 경우 글로벌 금융시스템을 교란시킬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ESG분식은 널리 퍼져 있다. 기업과 금융이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독립적인 싱크탱크인 InfluenceMap의 보고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운용자산 3,300억 달러에 달하는 723개의 주식형펀드를 ESG펀드와 기후관련 펀드로 구분하여 분석한 결과, 2,650억 달러에 달하는 593개의 ESG펀드 가운데 71%인 421개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파리기후협정의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가 하면 670억 달러의 130개 기후관련 펀드 가운데서도 55%에 달하는 72개의 투자 포트폴리오가 파리기후협정의 목표에 미달하고 총1억5,300만 달러에 달하는 화석연료 관련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상품의 분식으로 인한 피해는 다수의 대중에게 직접적으로 미치고 저탄소 경제로 전환에 대한 자금 동원을 지연시켜 글로벌 지속가능성을 해치기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EU는 2020년 녹색경제활동분류체제(green taxonomy)를 법제화하여 녹색금융을 장려하고 ESG분식 여부를 결정할 기준을 제시하였고, 이어 2022년 3월에는 소비자 권리 보호와 녹색분식을 금지하는 법안 즉, 소비자권리지침(Consumer Rights Directive)과 불공정상행위지침(Unfair Commercial Practices Directive, UCPD)을 개정하는 절차에 착수하였다.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도 2022년 5월 ESG펀드정보공개규정의 개정안을 제시하여 ESG 펀드 유형에 따른 정보 공개의 내용을 상세히 규정하고 펀드 명칭이 대중을 현혹시키지 않도록 정확하게 표시하게 하는 명칭규정(Names Rule)을 두어 ESG펀드라는 명칭을 사용하려면 최소 80% 이상의 자산을 ESG투자에 충당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프랑스는 2021년 모든 상장회사에게 녹색분식으로 기소되면 분식을 위한 캠페인에 소요된 비용의 80%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ESG분식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분식으로 인해 조사를 받거나 기소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 해 조 달러 규모의 자산을 운용하는 Deutsche Bank와 그의 자산운용 자회사인 DWS가 투자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ESG 통합을 왜곡하여 다수의 투자자들을 속인 이른바 ‘투자설명서 사기(prospectus fraud)’ 혐의로 미국 SEC와 독일의 연방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한 분식 관련 분쟁에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2020년 미국에서만 녹색분식 관련 주식집단소송에서 피고의 60%가 5백만 달러 이상을 8%가 1억 달러 이상을 합의금으로 지불하였다고 한다. (https://www.sustainablefitch.com/_assets/special-reports/esg-litigation-risk.pdf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끼치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전환을 저해하는 ESG분식은 반드시 없어져야 할 잘못이다. 문제는 누가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이다. EU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법제화나 감독 기관의 규제 강화가 하나의 처방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특히 다수의 편익이 분명한 경제적 이슈마저 모두 정쟁적 입장에서 접근하는 우리나라의 정치 지형에서는 여야가 합의하여 ESG분식을 막는 법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다. 더구나 법률에 의한 규제는 새로이 등장하는 ESG분식 유형에 적시에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고, 또 기업이 행한 분식 행위가 발각되지 않으면 법적 처벌을 피해갈 수도 있다. 기업도 법에 정한 최소한의 규정만 지키려고 할 뿐 진정성 있는 ESG 실천으로 나아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ESG분식을 예방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전 국민이 나서는 것이다. 특히 금융기관의 ESG분식을 막는 일은 예금주이고, 보험 가입자이며, 연금 가입자이고, 투자자이기도 한 우리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는 길이다. 경제 시스템을 원활하게 만드는 방안 중에 가장 좋은 것은 시장 스스로의 자정작용을 통해 시장의 질서가 바로 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장 참여자들의 집단적 감시가 필수적이다.

 

그런 취지에는 필자는 ESG분식을 감시할 독립적인 기구의 설립을 제안한다. 기업의 분식을 감시해야 하니 예산의 독립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정치적 입장에서 자유로워야 하니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민간 전문가의 참여가 완벽하게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새 정부도 ESG 진흥을 위한 정책을 펼 것이라고 하니 빠른 시일 내에 ESG분식을 감시할 기구 설립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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