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KoSIF 칼럼] Larry Fink 발언과 ESG의 미래2023-07-24 10:34
작성자 Level 10

Larry Fink 발언과 ESG의 미래

 

우리나라 언론에서는 별 언급이 없지만 세계 최대 규모인 9.2조 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BlackRockCEO Larry Fink의 최근 발언이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2020ESG 리스크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않는 기업에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공개서한을 보내어 ESG 경영 열풍을 일으킨 이분은 지난 6월 마지막 주 일요일 “ESG가 정치적으로 무기화되어(weaponised) 더 이상 ESG라는 용어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여 여러 가지 해석을 낳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선언이 글로벌 기업들의 ESG 경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아보기 전에 그 배경을 먼저 살펴보는 게 도움이 될 것 같다. ESG에 대한 역풍의 시작은 미국 공화당이었다. 2022년 미국의 내국세입법(Internal Revenue Code) 401k항에 규정한 직장가입 퇴직 연금의 기후 연계 펀드를 허용한 미연방 노동부의 규정에 반대하여 DeSantis 플로리다 주지사는 금년 3월 공화당이 권력을 차지한 19개 주의 반ESG 연맹을 출범시켰고, 플로리다 상원은 4월 정부의 공적 연기금 투자와 채권 발행 시 ESG 기준을 적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나아가 플로리다는 BlackRock이 운용하고 있는 20억 달러의 주정부 기금을 회수하였다. 2022년 텍사스 교사퇴직연금(Teacher Retirement System of Texas)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BlackRock 주식을 전량 매각하였고, 텍사스 의회는 2021년 총기와 화석연료에 제약을 두는 은행과의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아리조나에서도 2022BlackRock 펀드에서 5억 달러 이상을 회수하였다. 다른 한편으로 일부 좌파도 ESG를 표방하는 BlackRock이 여전히 화석연료 기업에도 투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당장 금융배출을 탈탄소(decarbonise)하라고 요구하였다.

 

어쨌든 이러한 반ESG 역풍으로 미국의 ESG 금융은 약간 위축되는 모습이다. Bloomberg에 따르면, 금년 1/4분기 ESG 채권 발행 비중은 전체 채권 발행액 2,480억 달러의 2.5%였다. 이는 지난해 동기 비중이 총 채권 발행액 2,090억 달러의 6.08%였던 데 비해 현저히 줄어든 셈이다. 그 결과 202260.6%였던 그리니엄(greenium, ESG 채권 차입금리와 일반 채권 금리의 차이)이 이제는 거의 사라지고 없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미국의 ESG 채권에 대한 수요는 당분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고 혹자는 글로벌 ESG 유행이 끝나는 것 아니냐 하는 추측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의 의견은 그렇지 않다.

 

우선 ESG 정책의 부작용이 이미 나타나고 있다. ESG를 표방한 금융기관에게 지방채 인수를 제한한 텍사스와 플로리다의 경우 채권 인수 경쟁이 약화되어 채권 할인율이 올라가고, 이는 곧 채권 수익률을 낮추게 된다. 실제로 민주당이 집권한 캘리포니아에 비해 텍사스는 19bp, 플로리다는 43bp 더 높은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채권 발행으로 얻는 수입이 줄어들게 되고 주정부의 부채가 늘어나기 때문에 결국 주민들의 세금 부담을 올리는 효과가 있다. 또한 채권의 질이 떨어지고 신용등급도 하락하기 때문에 주정부의 재정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고 이는 투표를 통한 유권자 선택으로 나타날 것이다.

 

금융계의 입장도 근본적으로 변함이 없다. BlackRock 대변인은 CEO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미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여전히 ESG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고, 미국에서만 전환 위험이나 기후 위험이라는 용어로 바꾸겠다고 하여 실질인 변함이 없다고 밝히고 있다. 비록 2022년 플로리다에서는 20억 달러의 운용자산을 회수당했지만 미국 고객들로부터 2천억 달러의 신규 자산을 운용하게 되어 BlackRock이 입은 반ESG 조치의 피해 또한 지극히 제한적이다. EY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융업계 CFO 가운데 가장 많은 43%가 여전히 ESG를 장기적 투자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이유 이외에 필자가 ESG의 미래를 낙관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의 절박함 때문이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플라스틱 폐기물, 물 부족 같은 환경 위험만이 아니라 사회 양극화, 신종 전염병, 노동 관행, 인권, 차별 등 사회적 위험 모두 우리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도전으로 다가오고 있다. 개인, 기업, 정부 누구든 이러한 절박한 위험에 대비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게 갈수록 분명해지고 있다.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하여 ESG는 더 이상 선택(option)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명령(imperative)이 되고 있다.

 

 

2023년 7월 21일
양춘승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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