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리스크와 공급망 불안정,
“금융과 산업의 지속가능한 전환으로 해법 찾아야”
‘기후금융과 광물의 지속가능성’ 세미나 개최, 韓-英 전문가 한 자리에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주한영국대사관 공동 주최, 국회ESG포럼 후원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 환경 문제를 넘어, 금융과 산업 전반의 복합적인 도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기후금융과 광물의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세미나가 11일 (화) 개최됐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과 주한영국대사관이 공동 주최하고, 국회ESG포럼이 후원한 이번 행사는 금융기관과 기업이 기후리스크 관리 및 지속가능한 공급망 구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번 세미나는 금융기관과 기업, 연구기관들이 기후 및 자연 리스크를 고려한 ‘전환 금융’ 전략과 책임 있는 광물 조달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로, 금융이 지속가능한 경제 전환을 촉진하는 핵심 축이라는 점이 강조됐다. 아울러, 산업 부문 역시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을 강화하고, 공급망 내 환경적∙사회적 책임을 확대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 기후리스크 대응, 전환 금융 실행을 위한 금융기관의 역할 강화 필요
기후변화로 인한 금융 리스크가 점점 더 현실화되는 가운데, 금융기관이 단순한 자금 조달 역할을 넘어 전환 금융의 핵심 실행자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됐다. 발제자들은 금융기관은 기업이 기후 및 자연 리스크를 반영한 전환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본 배분과 투자 전략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제 전환을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옥스퍼드대학교 스미스 기업환경 연구소 벤 칼데콧 박사는 기후 및 자연 리스크가 금융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발제하며, 전환 금융과 전환 계획의 필요성을 국제적인 정책 흐름을 통해 설명했다. 칼데콧 박사는 “기후와 자연을 전략에 통합하지 못하는 기업은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며, “신뢰할 수 있는 전환 계획은 위험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기회를 포착하며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에게 기업이 미래를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연정인 과장은 ‘경제성장과 탄소배출의 탈동조화 분석 및 기후금융의 시사점’을 주제로 발제했다. 탈동조화(Decoupling)란 탄소배출 감축과 경제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연 과장은 탈동조화를 위해 "산업구조 전환, 기술 혁신, 금융 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고탄소 제조업 중심의 산업 구조와 화석연료 의존적인 에너지 공급 체계로 인해 탈동조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금융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수석연구원은 기후변화가 단순 환경 문제가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기후 민스키 모멘트(Climate Minsky Moment)’ 개념을 소개하며, 기후리스크가 금융시장에 급격하게 반영될 경우 자산 가치의 대규모 재평가가 일어나 금융 시스템 전체의 불안정성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기관과 정책당국은 기후리스크를 사전적으로 반영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의 금융당국이 기후금융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대응이 단기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지속가능한 금융을 위한 법적 기반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수석연구원은 금융기관의 기후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한국은행법, 자본시장법 등의 개정 방향을 제안했다.
| 광물 조달,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위기 속 지속가능한 전환 전략 마련해야
기후변화 대응이 단순한 탄소 감축을 넘어 자연자본 보호와 생물다양성 회복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기업과 금융기관이 공급망 전반에서 자연 리스크를 고려해야 한다는 논의도 진행됐다. 세션2에서는 지속가능한 광물 조달과 책임 있는 공급망 구축이 ESG 경영의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기업은 환경 보호와 경제적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TNFD(자연관련 재무공시 태스크포스)의 에밀리 멕켄지 기술디렉터는 영상 발제를 통해 기업이 자연자본에 대한 의존성과 영향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공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며, 이를 위한 국제 표준과 권고안을 소개했다. 특히, 기후변화가 특정 산업의 공급망 안정성을 위협하는 사례로 대만 반도체 산업을 언급하며, 수자원 부족으로 인한 생산 비용 증가와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성을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자연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면 재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으며,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에도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오틴토 코리아 한윤구 대표는 광물 채굴과 생태계 보호의 공존을 위한 지속가능성 전략을 발표하며, 책임 있는 광물 조달을 핵심 원칙으로 삼고 있는 기업 사례를 설명했다. 한 대표는 "리오틴토는 생물다양성 보호, 온실가스 감축, 수자원 관리, 폐기물 저감 등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있으며, 기존 채굴 부산물에서 희귀 광물을 추출하는 기술을 사용해 새로운 광산 개발 없이도 핵심 광물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순환 경제 원칙'을 적용해 광물 자원의 재활용과 지속가능한 활용 방안을 확대하고 있으며, 국제금속광업평의회(ICMM)의 책임 채굴 원칙을 준수하며 ESG 요소를 공급망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ERM 코리아 신언빈 파트너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 상호 연결된 위기라며, 기업이 자연을 단순한 자원이 아닌 미래 전략 요인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파트너는 "광물 채굴이 전 세계 산림 생태계의 3분의 1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2050년 전기차 수요 충족을 위해서는 현재보다 5배 이상의 핵심광물이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조달 및 운영 전략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또한, 기업은 개별 사업장뿐만 아니라 공급망 전반을 포괄하는 자연자본 대응 전략을 수립해야 하며, ‘네이처 포지티브(Nature Positive)’ 접근 방식을 통해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김종대 인하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았으며,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조영준 원장, 국회미래연구원 미래산업팀 김은아 연구위원, 녹색전환연구소 지현영 부소장이 참여해 광물 산업의 지속가능성 및 ESG 전략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한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영호 이사장은 세미나 개회사를 통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여러 정책 중 지속가능한 금융정책은 변화를 이끌어내는 핵심 동력"이라고 말하며, “청정-재생에너지 기술에 사용되는 핵심광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문제 또한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핵심적인 과제”라고 밝혔다. 콜린 크룩스 주한영국대사는 “영국은 203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수준 대비 최소 81% 줄이고, 2030년 청정 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며, 파괴된 자연을 복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히며, “한국처럼 뜻을 같이 하는 파트너 국가들과 협력하여 청정 에너지, 녹색 금융, 지속가능한 공급망에 대한 접근 방식을 재구성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에 참석한 국회ESG포럼의 공동대표인 민병덕 국회의원은 “금융 시스템과 산업 전반에 중대한 변화를 초래하는 기후 리스크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와 대응은 곧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며, “국회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용태 국회의원은 “기후 금융은 기후 위기 극복의 강력한 수단이며, ESG 공시는 기업의 부담이 아니라, 기후 재난과 국제 규제 속에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기회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핵심 광물 공급망의 안정화는 자원 안보를 넘어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친환경적 채굴과 재자원화 기술 개발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금융과 광물의 지속가능성 세미나’에는 100여 명의 기업 및 금융기관 ESG 담당자들이 참석했다.
[붙임] 세미나 현장 사진
[참고] 자료집 다운로드 링크https://drive.google.com/file/d/1NObgZj0fhLaoBvEVxHlHVzoVes8UN6eL/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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