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벗는 ESG기본법에 기업 우려 눈길, 민주당 이원욱 “규제 아닌 진흥법"
▲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월20일 주최한 ESG기본법 제정 '시장에서 듣는다' 간담회에 참석자들이
'ESG 화이팅'을 외치며 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ESG는 이제 기업의 생존이 걸린 문제지만 국회에서 입법을 하면 자칫 기업들에 또 다른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일정을 늦추며 준비해왔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활동 전반을 담은 ESG경영 기본법안을 마련해 온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ESG기본법이 기업들의 부담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ESG기본법이 기업들의 ESG경영을 지원함으로써 ESG가 더욱 확산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기업관계자들이 허심탄회한 의견을 개진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업 관계자들은 ESG기본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취지에 공감하면서 기본법 초안에 담겨야할 내용을 가감 없이 얘기하는 동시에 ESG와 관련해 기업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 어려움들도 털어놨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ESG기본법 제정, 시장에서 듣는다'를 주제로 열린 간담회에서는 ESG기본법 초안을 공개하고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앞으로 수정·보완해야 할 점을 논의했다.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본법’으로 이름지어진 ESG기본법 초안은 제1조 법안의 목적부터 각종 부칙까지 모두 40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정부의 ESG 기본계획 및 실행계획 수립(제6·7조)부터 기업이 ESG 경영평가 결과 공시 의무화(제17조), ESG 경영진흥센터 지정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됐다.
초안을 만드는데 관여한 이종성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ESG기본법은 ‘규제법’이 아닌 ‘촉진법’ 구조로 만들어졌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이 교수는 “규제는 개별법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이번 기본법에는 유도, 지원, 육성 등 ESG경영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구성하기 위해 힘썼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초안 설명이 끝난 뒤 전문가와 기업 관계자들의 솔직한 의견들이 나왔다. 이들이 중점적으로 우려를 나타낸 부분은 ESG 평가와 정보 공시였다.
특히 제15조에서 정부가 기업의 ESG경영을 평가하는 평가기관의 신뢰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한 부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문성후 법무법인 원 ESG센터장은 “ESG 평가기관의 평가는 유엔(UN)도 하지 못할 것”이라며 “특히 해외의 ESG 평가기관을 정부가 평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고 결국 정부가 ESG 경영의 최종 평가자가 되는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정부가 기업의 ESG경영에 대해 안 좋은 결과를 공시하면 기업의 국제경쟁력은 굉장히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인석 중소기업은행 ESG경영부 부장도 “ESG경영이 평가의 대상인지가 의문이다”라며 “검증과 평가는 다르게 다가올 수 있다”라고 진단했다. 공시는 사실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되지만 평가는 등급을 통해 기업들을 ‘줄 세우기’하는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들로 구성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초안에 규정된 ESG정보 공시대상이 지나치게 넓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ESG기본법 초안에는 ESG평가 결과를 공시해야 할 대상으로 △독점금지 및 공정거래법에 따른 ‘상호출자체한기업집단’ △중견기업특별법에 따른 중견기업 △기획재정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기업이 규정됐다.
김용춘 전경련 ESG팀장은 “대기업도 10명 안팎의 적은 인력을 통해 운영하는 계열사나 지주회사가 있는데 이런 기업들은 ESG공시를 할 만한 현실이 안 된다”고 토로했다.
제조기업들은 국내 기업을 향한 해외 투자자 및 고객사들의 정보 요구나 대기업들이 협력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공급망 실사 범위 등을 ESG기본법에서 다뤄줄 것을 요청했다.
이승환 LG ESG팀 총괄책임은 “고객사들이 기업들에 다양한 ESG관련 정보를 요구해서 곤란을 겪고 있다”며 “(기본법 제정 논의과정에서) 해외기업들이 한국기업들에 무분별하게 비재무적 정보를 요구하는게 전체 국익관점에 맞는지 인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재민 현대자동차그룹 책임매니저는 “현재 미국이나 유럽 고객사들의 요청에 따라 어쩔 수 없이 협력사를 대상으로 공급망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협력사들에게 정보를 요구하는 게 맞는지 등 공급망 실사 정보제공 부분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있어야한다”고 조언했다.
ESG기본법을 제정할 때 중소기업을 더욱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인식 중소기업은행 ESG경영부 부장은 “대기업은 정부의 법이 없더라도 투자자 등의 요구가 거세기 때문에 ESG경영을 이행하게 될 것”이라며 “반면 중소기업은 ESG를 달성하려는 인식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나수미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은 ESG경영 성과를 논하기 이전에 ESG경영을 실행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한 만큼 이 부분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이원욱 의원은 기업 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고민을 하는 동시에 ESG기본법 제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는지 등을 물으며 소통 의지를 나타냈다.
이 의원은 “진흥법 역할을 수행하는 기본법 제정에 노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더욱 듣겠다”고 말했다.
초안 준비 논의에 참여한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이번 ESG기본법 초안 대부분이 현재 실행되고 있는 부분을 다뤘으며 기업들이 너무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새로운 법이 생기는데 기업들이 우려한다는 건 이해한다"면서도 "기본법은 개별규정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고 규제를 위한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ESG기본법에 수정·보완이 필요한 여러 가지 내용이 나온 가운데 법안이 현실적으로 언제 발의될 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현 21대 국회가 1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원욱 의원실은 회기를 마치기 전에 법안을 내놓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의원실 관계자는 간담회 시작 전 기자와 만나 “법안의 수정 등 거쳐야 할 절차들이 남아있다”며 “하지만 최대한 빨리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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