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언론 기고] 기후금융 록스타, 캐나다 총리에 도전하다(한경ESG)2025-03-14 19:10
작성자 Level 10

 

TCFD 설립자, 캐나다 총리 도전… 기후 금융 불씨 살릴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수석연구원 기고

(해당 기고문은 3월 이전에 작성되었음을 안내드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산 모든 수입품에 25% (원유는 10%)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 캐나다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넘어오는 마약과 불법이민자 단속을 강화할 때까지 관세를 유지하겠다고 한다.

캐나다도 지지 않고 있다. 곧바로 모든 미국산 수입품에 동일한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지금 전통적 우방국이었던 캐나다와 미국의 관세전쟁에 한창이다.

정상간의 통화를 통해 한 달 간의 관세 시행 유예에 합의했지만, 미국이 또 다시 모든 수입 알루미늄과 철강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관세전쟁은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24년 기준, 미국의 전체 알루미늄과 철강 수입액 중 캐나다산의 비중은 각각 54%와 23%다.  

미국과 캐나다가 함께 참여하는 NHL(내셔널아이스하키리그) 경기에서 캐나다 관중들이 미국 국가 연주 중에 강한 야유를 보내거나, 중국에서나 보던 애국 소비 물결도 일어나고 있다. 관세전쟁의 막이 오르면서, 애국소비를 이끌고 있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모습도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떠날 사람, 쥐스탱 트뤼도 총리
그런데 사실 관세전쟁을 선봉에서 이끌고 있는 트뤼도 총리는 이미 지난 1월 4일 캐나다 총리와 자유당 대표 사임을 발표했다. 입헌군주제 국가인 캐나다에서는 집권당의 대표가 총리를 맡는다. 차기 당대표 선거는 3월 9일 예정되어 있다.

2015년 11월 취임한 트뤼도 총리는 9년째 총리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한때 매우 높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하지만 지나치게 개방적인 이민정책으로 인한 이민자 폭증과 그에 따른 주택부족문제와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한때 50%를 웃돌던 지지율이 20% 밑으로 곤두박질 치며, 결국 사임을 발표했다.

실제로 캐나다는 2023년에서 2024년 1년사이 이민으로 인해 약 2.9%(115만 명)의 인구가 증가했는데, 이는 1957년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그리고 2022년에는 8%나 되는 어마한 수준의 물가 상승율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주요 수입품을 미국에 의존하는 캐나다 경제의 구조를 보면 관세전쟁으로 인해 다시 물가가 불안정해질 우려가 높다. 주택가격 또한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인데, 최근 10년간 주택가격이 240%가 올랐다고 한다. 인구가 밀집한 밴쿠버와 토론토의 주택가격은 가구 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이 각각 13배, 11배로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청년층의 주거 빈곤 문제도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지막 승부수로 여겼던 관세협상을 위한 마라러고 방문도 트럼프에게 ‘주지사’라는 비아냥만 듣고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그날 이후 트럼프는 캐나다에 미국의 51번째 주로 들어오라고 지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결국 트뤼도 총리는 9년간 이어온 총리와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기후금융 슈퍼스타 마크 카니, 경선 참여 선언
1월 16일, 글로벌 금융계의 아이돌, 기후금융의 슈퍼스타 마크 카니(Mark Carney)가 캐나다 집권 자유당 대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맞다. 바로 그 마크 카니다. 기업에서 기후공시를 다루고 있다면 한 두번쯤은 들어봤을, 현재 모든 기후공시제도의 토대가 되는 TCFD(기후관련재무정보공개협의체)를 설립한 바로 그 마크 카니 말이다.

마크 카니는 하버드와 옥스퍼드에서 경제학을 전공했으며, 이후 13년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서일했다. 이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와 영국의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 총재를 연이어 지냈으며, FSB(금융안정위원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유엔기후변화특사로 GFANZ(글래스고 넷제로금융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마크 카니가 국제 금융무대에서 본격적으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이다. 당시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맡고 있던 마크 카니는 위기 발생 이전부터 캐나다 은행들의 자본건전성 기준을 강화하고, 모기지 대출 규제를 엄격히 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 또한 위기 발생 직후에는 신속하게 기준금리를 0.25%까지 인하하면서도, 은행권의 무분별한 대출 확대를 막기 위한 거시건전성 정책을 동시에 시행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정책 덕분에 캐나다는 G7 국가 중 유일하게 은행 구제금융이나 국유화 없이 금융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기후금융과 기후공시의 선도자
주류 금융인의 삶을 살던 마크카니가 기후금융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건 2015년이다. 사실 기후금융에 발을 들였다는 기보다는, 그가 기후금융을 주류금융으로 끌어들였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 같다. 

마크카니는 영국 중앙은행 총재 시절인 2015년, “Breaking the Tragedy of the Horizon” 연설에서, 기후변화가 금융 시스템과 경제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경고했다. 그는 기후위기의 재앙적 결과가 현재 세대의 이해관계와 시간적 한계(전통적 의사결정의 “지평선”)를 넘어 미래 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전가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설에서 기후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물질적 리스크, 전환 리스크, 책임 리스크를 강조하며, 금융 시스템과 정책 결정 과정에서 기후위기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영국은 세계 최초로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를 도입했으며, 이는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가 지켜보고 있는 기후금융 정책이 이 연설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기업의 기후공시 의무화를 주도한 것도 마크 카니였다. 기후변화로부터 금융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기후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금융기관이 기후리스크 관리를 하기 위해서는 투자대상이 되는 기업의 기후정보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는 FSB(금융안정위원회) 의장 시절, 산하에 TCFD(기후관련재무정보공개협의체)를 설립했다. TCFD가 2017년 공개한 권고안은 단순한 탄소배출량 공개를 넘어, 기업의 지배구조, 전략, 리스크 관리, 지표와 감축목표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공시체계를 담고 있는데, TCFD권고안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기후공시체계의 모태가 되었다.

 

공약과 당선 가능성은?
마크 카니는 출마 선언문에서
"기후변화 대응이 새로운 성장 동력"이라며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2030년까지 캐나다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현재 67%에서 90%까지 확대, 탄소가격제를 강화와 취약층 및 중소기업 지원을 통한 공정 전환 도모, 그리고 토론토의 기후금융 허브 구축 및 글로벌 녹색금융 선도 등을 담고 있다.물론 최근 미국과의 관계를 반영하여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되, 캐나다의 주권과 이익은 결코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명확히 하고 했다.

그의 새로운 도전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허들을 모두 넘어야 한다.

*우선 당 대표 경선이다. 마크카니는 자신을 스스로 ‘아웃사이더’로 표현하고 있다. 새로움을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낮은 국내 인지도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출마초기 최대 경쟁자인 프리랜드 전 부총리에 비해 인지도와 지지율 모두 크게 뒤지고 있다는 조사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마크카니가 6% 앞선다는 조사가 발표되기 했다.
(*2025년 3월 9일 캐나다의 차기 총리로 선출되었으며, 14일 자유당 신임 대표로 취임한다)

다음은 총선이다. 캐나다는 338개 선구구에서 단순다수득표제로 하원의원을 선출하고, 하원의석의 과반을 차지한 정당의 대표가 총리가 되는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다. 원래 총선은 10월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현재 집권 자유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신민주당(NDP)이 의회 해산안을 발의한 상태로 3월 중 통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4, 5월 경에 조기총선이 실시될 전망인데, 현재 야당인 보수당의 지지율이 자유당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상태다. 따라서 마크 카니가 당 대표로 선출된다 하더라도, 한, 두 달 정도의 단명 총리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불고 있는 애국주의가 집권당에 다시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

결과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기후금융 전문가가 총리에 도전한다는 사실 자체로서 반갑고도 부러운 일이다. 우리 정치에서도 “RE100이 뭐죠?”, “대통령 될 사람이 RE100이나 이런 건 모를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하는 논쟁보다는, 기후변화가 정책에 전면에 등장하고 기후변화와 관련된 세부정책을 심도 깊게 논의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을 기대해 본다.

 

※ 본 칼럼은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한경ESG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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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금융 록스타# 캐나다 총리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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