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언론 기고] 국가 거버넌스 실패와 한국 기업(뉴스후플러스)2025-01-07 11:39
작성자 Level 10

국가 거버넌스 실패와 한국 기업(뉴스후플러스)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기고

 

12월 3일 갑작스런 계엄 선포와 철회, 이어지는 탄핵 절차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치적 이견 등 지금 대한민국은 엄청난 국가 거버넌스의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국가 거버넌스는 정부를 중심으로 공공 부문, 민간 부문, 시민 사회가 협력하여 국가를 운영하고,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자원을 관리하고, 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과정으로서, 정책 결정과 집행의 투명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참여와 협력, 법치와 규범 준수, 자원 효율성과 정책 효과성, 정부의 책임성과 국민 요구에 대한 대응성(responsiveness) 등의 요소를 포함하는 개념이다.

현재의 탄핵 국면은 정부와 관련 기관이 국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책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국가 거버넌스 실패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거버넌스가 실패하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정책 집행이 어려워지고, 비합리적인 의사 결정 구조로 인한 투명성과 책임성이 사라지며, 법치와 규범이 붕괴되고 정치적 불안정성이 높아져 결국 사회적 갈등이 높아지고 불평등이 심화되며 결국 정부의 붕괴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2016년 국정농단을 저지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나 같은 해 회계 부정과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브라질 지우마 호세프(Dilma Rousseff) 대통령의 탄핵이 대표적인 국가거버넌스 실패 사례이다.

국가 거버넌스가 실패하면 해당 국가의 기업이 당하는 결과는 참담하다.

우선,
정부의 정책 방향이 불투명해지고, 모든 정부 정책의 연속성이 흔들려,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지기 때문에 기업은 장기적인 경영 계획을 세우기 어렵고 대규모 투자 결정을 미루게 되어 경제성장 잠재능력이 현저히 낮아진다.

둘째, 거버넌스 실패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금융시장 불안정을 유발한다. 특히, 정치적 혼란 때문에 외환시장에서 환율 변동성이 커져서 수출입 기업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철수하거나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어 기업의 시장가치가 하락하게 되며, 정부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국채 금리가 상승하고, 이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을 증가시키게 된다.

셋째,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의 기능이 약화되며, 기업들이
규제 준수나 정부와의 협력을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증가한다. 행정 공백으로 주요 정책 결정이 지연되거나 혼란스러운 행정 환경이 조성되어, 기업들은 필요한 허가나 지원을 제때 받지 못할 수 있고, 거버넌스 실패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기업들에게 갑작스러운 규제 강화나 정책 변화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져 기업 경영이 혼란을 겪게 된다.


넷째,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기업 이미지가 손상되기 쉽다. 거버넌스 실패는 사회적 갈등과 양극화를 심화시켜, 노사간 갈등이 심화되고, 소비 심리 위축으로 특히 국내 소비재 기업의 매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게 된다.

다섯째, 정치적 안정성과 거버넌스를 기업 환경 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간주하는
외국인들의 투자를 저해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거버넌스 실패를 겪고 있는 국가를 불안정한 투자처로 인식하게 되어 외국인 직접 투자(FDI)와 포트폴리오 투자를 감소시키게 되고, 외국 기업과의 파트너십이나 합작 사업에서도 불확실성이 증가하며, 한국 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게 된다.

마지막으로 특히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국가 거버넌스 실패가
대기업 운영 환경에 큰 영향을 미쳐 국민경제 전체의 취약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16년 박근혜 탄핵 때 삼성전자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어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해외 투자자들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사례가 있다.

 

이처럼 현재의 탄핵 국면과 같은 국가 거버넌스 실패는 경제적 손실, 사회적 혼란, 국가 신인도 하락, 민주주의 후퇴 같은 엄청난 부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기업 경영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고 이는 곧 국민 모두의 삶의 질을 망치게 된다.

정부 정책의 일관성 부족, 금융시장 불안정, 외국인 투자 감소, 규제 정책의 변화 등의 요인들은 기업들이 장기적인 성장 전략을 세우는 데 큰 제약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투자자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독립적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동시에,
정부 차원에서는 거버넌스 복구와 신뢰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즉, 국가 거버넌스 실패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법이 정한 바에 따라 실패한 거버넌스를 하루빨리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 밖에 없다.

근래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시하는 ESG 경영을 표방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이번 탄핵 국면을 거치면서 우리 기업들이 본인의 ESG 경영도 중요하지만, 올바른 국가 거버넌스를 지키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깨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정부나 권력자 눈치만 보지 말고 정부와 국민에게 자신의 입장을 당당하게 요구하는 그런 떳떳한 ESG 모범 기업이 늘어나기를 기대한다.

 

※본 칼럼은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가 뉴스후플러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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