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검증으로 신뢰 확보... SBTi 승인 기업 급증
최근 넷제로(Net-Zero) 목표를 설정하는 기업이 급속도로 늘고 있다. 기후변화는 환경뿐만 아니라 금융리스크라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15년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 설립을 계기로 기후변화가 금융안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금융기관의 기후리스크 관리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전세계 주요 금융기관은 리스크 관리 시스템에 기후변화를 반영하기 시작했고, 금융기관의 투자 또는 대출 대상이 되는 기업에도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수립과 이행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기업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의 핵심이자 시작점이 바로 목표 수립이다.
글로벌 환경정보공개플랫폼인 CDP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세계 4,997개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목표를 수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0년 3,055개과 비교해 2년 사이 약 2천개가 증가한 수치로 가히 폭발적인 증가세라고 표현할 수 있다. 국내의 경우도 2020년 80개에서 2022년 180개로 두 배이상 증가했다. 온실가스 감축목표의 수립 자체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이제 관심은 누가 어떤 목표를 수립했느냐, 그리고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느냐로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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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제로는 온실가스 순배출량이 ‘0’이 되는 것을 말하는데,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줄이고 남은 배출량인 잔여 배출량과 흡수나 제거를 통한 상쇄의 합이 ‘0’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넷제로 목표의 기준
넷제로 목표는 이론적으로는 간단해 보이지만 기업에 적용하고, 외부에서 어떤 기업이 더 높은 수준의 목표를 수립했는지를 비교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같은 섹터 내 시가총액이 비슷한 두 기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두 기업은 판매 상품 종류도 유사하고 매출액 대비 배출량도 비슷한 수준이다. A 기업은 단기 목표로 2030년까지 scope 1, 2 배출량 40% 감축, 넷제로 목표의 경우 2040년 scope 1, 2, 3 배출량 70% 감축 및 상쇄 30%를 목표로 세웠다. scope 3의 경우 절대량이 아닌 원단위 감축 목표를 설정했다. B 기업은 2050년 scope 1, 2 95% 감축, 상쇄 5%로 목표를 수립했으나 socpe 3는 포함하지 않았다. 두 기업의 목표는 언뜻 둘 다 배출량을 충분히 감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간, 배출량 범위 및 감축량과 유형 모두 다르다. 두 목표는 적절한 목표일까, 또 어느 것이 더 목표 수준이 높다고 할 수 있을까? 쉽게 판단해서 답을 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목표 예시>
현재 NZAOA, Race to Zero 등 다양한 이니셔티브에서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넷제로 목표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이 SBTi(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SBTi 의 넷제로 목표 기준은 IPCC에서 제시하는 기후과학에 근거한다. IPCC는 1.5℃달성을 위해서는 2050년 이전 넷제로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43%의 배출량을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는 대기 중에서 바로 분해되지 않고 누적되며 지속해서 온실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빠르게 감축하는게 관건이기 때문이다. 이에 SBTi에서는 2050년 이전에 넷제로를 달성하겠다는 장기목표와 더불어, 2030년 전후를 목표연도로 하는 단기(중기) 목표의 수립을 함께 요구한다.
감축 목표에 포함되는 배출량 범위는 scope 1, 2 뿐만 아니라 scope 3 배출량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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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축 수준의 경우, 잠재성장률 차이나 감축 잠재량 등을 고려하여 섹터별로 다른 경로를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평균적으로 연간 4% 이상의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감축목표는 1) 일반적으로 기준 연도 총 배출량 대비 목표 연도 배출량을 감축하는 절대량 감축 목표와 2) 매출액 또는 생산량을 기준 삼아 일정 액수(또는 개수 등) 대비 배출량을 줄이는 원단위 감축 목표가 있는데, 원단위 목표의 경우 섹터에 따라 허용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한다. 감축량은 목표 유형에 따라 기준 연도 대비 a% 감축(절대량) 또는 기준 연도 대비 매출액 n달러 당 c% 감축(원단위) 등으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상쇄의 경우는 전체 배출량의 5~10% 이내로 제한하고 있다.
기업이 목표 검증을 받는 이유
SBTi에서 요구하는 기준에 부합한 목표를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SBTi 목표 기준에 부합한 목표 수립을 선언하거나, 실제 목표를 수립하여 승인받은 기업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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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많은 기업이 SBTi에 목표를 제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린워싱’과 ‘비교가능성’이 그 원동력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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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투자자를 비롯한 외부이해관계자의 요구도 큰 몫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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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Ti는 목표 승인 기준을 모두 공개하고 있으며 승인한 목표에 대해 외부에서 이해할 수 있는 간단한 문장으로 공개하고 있다. 목표 검증 과정에서 기업은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방법론과 감축 전략 등에 대해 제출하게 되며, 목표가 기준에 맞지 않으면 수정할 수 있도록 한다. 검증 과정을 거친 목표는 모두 감축 수준이 1.5℃ 경로에 부합하게 된다.
목표를 넘어 이행으로
최근 SBTi 기준에 부합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목표를 수립하고 승인받은 기업이 빠르게 증가하면서, 관심은 자연스럽게 이들 기업이 실제 목표를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로 넘어가고 있다. SBTi는 목표 승인을 받으면 CDP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 홈페이지 등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채널을 통해 매년 배출량을 공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모니터링 보고서와 기업별 진척도를 확인할 수 있는 Progress Dashboard를 공개한다. 향후 목표 성과 추적 방법 고도화와 성과에 대한 평가 지표도 개발할 예정이다.
<SBTi Progress Dashboard 포함 항목>
넷제로 목표를 수립할지, 어떤 기준으로 수립할지, 그리고 그 목표를 SBTi와 같은 글로벌 이니셔티브를 통해 승인받을 지 여부는 기업의 결정사항이다. 하지만 그 의사결정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를 위한 의지와 역량이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는 점이다. 저탄소 사회에서 온실가스는 곧 ‘돈’이라는 인식이 정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수출 중심의 국내 산업이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선점을 차지하기 위해선 목표 검증 등 기후 대응 역량을 제고하는데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본 칼럼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의 김민아 연구원과 김태한 수석연구원이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본 게시물은 편집본이오니, 칼럼 전문은 '한경ESG' 매거진 1월호 또는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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