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SIF 박남영 연구원 “녹색금융과 녹색산업의 선순환 불가능 아니다"
박남영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책임연구 인터뷰
정부와 기업도 녹색금융과 녹색산업의 필요성을 인식을 하고 있다고 한다. 다만 개별 기관들의 녹색에 대한 의지가 통합되지 못하고 흩어져 있다 보니, 효율적인 녹색 전환은 미뤄지고 국제 기준에도 뒤처지고 있다. 부처 간 협업을 이끌어낼 거버넌스와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 등 몇몇 조건들이 충족되면, 녹색금융과 녹색산업이 맞물려 돌아가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게 한국사회책임투자 박남영 금융팀 책임연구원의 진단이다.
ESG 중심의 비영리법인은 생소한 측면이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어떤 곳인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지속가능금융 전문 비영리기구로 2007년 설립됐다. ESG 선순환 생태계 구축이 목표이며 정부, 시민사회, 유관기관들과 협력해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한다. 기업과 투자자 네트워크 구축, 관여 활동, 연구, 정책 개발 등의 일을 하고 국회 ESG포럼 사무국을 맡아 입법 활동을 지원한다.
기후변화 대응에 중점을 두고 CDP(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 RE100, SBTi(과학기반감축목표이니셔티브), PCAF(금융기관 주도 글로벌 이니셔티브)의 한국 사무국도 맡고 관련 업무를 한다. 화석연료금융 백서, ESG금융 백서, 스코어 카드(보험산업 분석 보고서) 등도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우리나라 녹색금융의 성숙도는 어느 정도라고 평가할 수 있는가.
2022년 말 한국형 녹색 분류 체계(K-Taxonomy) 개정에 이어 2024년 12월 녹색여신 관리지침이 발표됐다. 금융 당국이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한 노력하고 있고, 금융기관들의 녹색금융에 대한 높은 수용도와 참여 의지도 주목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도적 기반과 공시 체계 개선에서 추가적인 진전이 요구된다. 녹색금융의 실행은 단일 기관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구조적 복합성을 가지고 있다. 정책적 프레임워크의 한계로 부처 간 협력이 부족하고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공시 체계 역시 문제가 심각하다. 기업 공시 시행 시기가 지연되고, 구체적인 로드맵조차 부재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녹색 관련 기업 데이터 수집이 어려워져, 녹색금융 활성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융기관이 녹색투자나 여신을 판단할 때 필요한 기초 데이터가 부족하다. 온실가스 감축 데이터 등 환경 영향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도 허술하다.
녹색금융, 녹색산업은 환경, 산업, 금융이 모두 맞물려 돌아가야 한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예를 들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는 환경부에서 제정했으나, 금융기관의 공시와 관리감독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담당하고 있다. 두 정책 간의 연계성이 부족한 상황이다. 일관되고 통합적인 녹색금융 정책 추진을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명확한 방향성을 잡는데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녹색금융은 현재 성숙기로 나아가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정책의 일관성 확보, 공시체계 개선 등을 통해 균형 잡힌 성장을 이루어야 할 시점이 됐다. 이런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금융기관, 기업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녹색채권은 녹색금융의 대표 상품이다. 우리나라 녹색채권 경향성이나 특징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녹색채권은 녹색금융에서 핵심적인 자금 조달 수단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녹색채권 시장은 높은 신용도와 복잡한 사전, 사후 절차를 요구하는 특성상 주로 대기업과 대규모 프로젝트에 집중돼 있다.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신용등급과 검증된 자금 사용 계획을 보유하고 있어서다.
반면 중소기업은 참여가 제한된다. 자금 조달 규모가 작고 관리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 발행 절차에서의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기 때문이다. 이러한 집중 현상은 자금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Taxonomy)도 실제 금융기관에서 이를 적용하기엔 정교한 기준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활용 가능한 기업의 정보가 제한되어 있어 프로젝트 중심에서 기업 중심으로의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녹색금융과 녹색산업에 대한 개별적인 문제도 많지만, 거시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할 수 있다. 첫째 통합적 거버넌스 구축이다. 녹색금융 전담 컨트롤타워를 설립하여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하고 일관된 방향성을 제시해야 한다. 특히 기업공시, 금융공시, 감독정책이 유기적으로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부처 특히 금융기관들의 관리 감독을 시행하는 금융감독원 등의 인력 충원도 필요해 보인다.
명확한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 명확한 로드맵은 금융기관이 정책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내부적으로 실행 가능한 세부 계획과 절차를 마련하여 녹색금융을 효과적으로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실질적 지원체계를 구축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금융기관들의 녹색금융 판단을 돕기 위한 중앙 심사기관 설립이나 외부 전문가 풀 구성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컨설팅도 강화되어야 한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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