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언론 기고] 미국 대선판 흔드는 철강산업…’저탄소’에 답 있다(한경ESG)2024-09-13 15:02
작성자 Level 10

 

미국 대선판 흔드는 철강산업…’저탄소’에 답 있다

미국은 전기로 비중 70%, 저탄소 철강 경쟁력 있어”
“대선 승리와 무관하게 가격 경쟁 중심의 철강산업 저탄소 경쟁으로 전환할 것”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태한 수석연구원 기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베스트셀러 [힐빌리의 노래]로 잘 알려진 39세의 오하이오주 출신 흙수저 J. D 밴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힐빌리’는 미국 중부 애팔래치아산맥 주변의 저소득 백인계층을 낮춰 부르는 용어로 ‘산꼴뜨기’ 정도에 표현이다. 힐빌리 J. D 밴스 후보의 지명은 미 대선 핵심 경합지역인 러스트벨트(Rust Belt)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러스트벨트 공략, 미국 대선의 승리 방정식

미국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이 아닌 선거인단에 투표하는 간접선거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각 주(州)에서 한 표라도 많이 득표한 후보가 해당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고, 선거인단을 많이 확보한 후보가 최종적인 승자가 된다.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던 2016년 45대 대선에서 트럼프는 전국득표율은 힐러리 후보에 2.1% 뒤졌지만, 선거인단은 306명을 확보해 232명에 그친 힐러리후보를 압도적인 차이로 꺾었다. 펜실베니아(선거인단 수: 20명), 오하이오(18), 미시간(16), 위스콘신(10) 러스트벨트 저소득 백인 노동자의 전폭적 지지가 당시 트럼프 승리의 핵심 원인이었음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러스트 벨트는 철강, 석탄, 방직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대표적 공업지대였지만, 이제는 기계들이 녹슬어 버린 미국 북동부와 중서부 지역의 쇠락한 공업지대를 말한다. 과거 민주당 지지가 강했던 이 지역이 이제는 대선때마다 그네처럼 지지를 바꾸는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 즉 경합주로 변했다.

이번 선거에서도 러스트벨트의 선택이 대선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이 지역의 표심을 얻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힐빌리 출신 J.D 밴스를 내세운 공화당에 맞서, 민주당도 미네소타 주지사인 팀 월즈를 부통령후보로 내세웠다. 러스트벨트 인접지역 출신이며 교사 및 군복무 경험을 가진 백인 중년 남성인 월즈 주지사 또한 러스트벨트 지역 공략에 안성맞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관세인상 카드, 러스트벨트 핵심 공약

지난 2016년 러스트벨트 백인 노동자들은 보호무역과 반 이민 정책을 앞세운 트럼프를 선택했다. 그 배경에는 세계화와 자유무역이 미국 제조업 쇠퇴와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믿음이 깔려 있었다.

누구를 부통령으로 내세울까 하는 것은 부차적 문제일 뿐이다. 핵심은 결국 어떻게 이 지역 제조업 경쟁력을 되살리고 일자리를 회복할 지에 대한 정책에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양당 모두 보호무역을 앞세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력한 반 중국 정책과 함께, 자신이 선거에서 승리하면 외국산 철강에 60%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민주당 또한 이에 뒤질 세라 중국산 철강에 대한 관세 최대 3배 인상 카드(최대 25%)를 제시하는 동시에 철강 및 자동차 노동노조와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관세인상은 단기처방, 미국 철강의 경쟁력 회복은 저탄소에

양당이 관세인상은 앞다퉈 제시하고 있지만, 관세인상만으로 미국 철강산업이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것이라고 실제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관세정책은 인기영합주의 정책이며 단기적인 대증(對症) 요법에 불과하다. 이미 언론에서는 공약대로 관세를 인상할 경우, 어렵사리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폭등할 것으로 분석하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물가 문제는 차지한다 하더라도, 관세인상 카드만으로 인건비는 높고 노동자의 숙련도가 낮은 미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실제로 되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 제조업이 근본적인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비교우위를 활용해야 한다. 다른 산업은 몰라도 강산업의 답은 의외로 간단할 지도 모르겠다. 그 열쇠는 바로 저탄소다.


철강을 만드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전기를 사용해서 철 스크랩(고철)을 녹인 후 제련하는 전기로 방식이 있고, 철광석(산화철)을 석탄(코크스)를 사용하여 녹을 제거함(환원)과 동시에 용융하는 고로/전로 방식이 있다. 철강산업은 대표적인 탄소 다배출 산업인데, 전기로에 사용하는 전기를 만드는 과정이나 고로방식에 사용하는 석탄이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저탄소철강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기로에 사용하는 전기를 재생전기로 대체하거나 자연산 철광석을 코크스가 아닌 그린수소(재생에너지로 만들어지 수소)로 환원하고 이를 다시 전기로로 녹이는 방법(수소환원제철)을 사용해야 한다. 두 가지 방법 모두 반드시 필요한 것은 전기로와 재생전기다.

 

전기로 없는 중국, 재생에너지 없는 한국과 일본, 모두 갖춘 미국

2023년 기준 전세계 철강 생산량은 약 18억 5천만톤이다. 이중 절반이 훌쩍 넘는 10억톤 이상을 중국이 생산했고, 다음이 인도(1억 4천만톤), 일본(8천7백만톤), 미국(8천1백만톤), 러시아(7천6백만톤), 한국(6천6백만톤) 순이다. 양적인 측면이나 단가측면에서 미국이 중국철강을 상대로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관점을 저탄소로 전환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저탄소 철강 생산에 핵심적인 전기로 비중(2021년기준)은 미국이 약 70%로, 10% 수준인 중국은 물론 한국(32%)과 일본(25%)에도 크게 앞서 있다. 특히, 가장 늦게 고로 중심으로 철강생산설비를 확장한 중국의 경우, 매몰비용이 높아 전기로 대체에 한계가 있다는 점도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는 지점이다.


RE100을 통해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재생에너지 측면에서도 미국은 기업이 재생에너지구매 계약(PPA) 등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조달하기에 가장 용이한 지역이다. 기업 구매는 어렵지만 국가차원의 재생에너지 비중 빠르게 늘고 있는 중국은 몰라도, 다른 경쟁국인 일본이나 한국보다는 비교우위가 확실하다.

 

한국 철강산업, 저탄소 전환 서둘러야

저탄소 철강은 미국이 마음만 먹으면 단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영역이다. 누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던 지 무관하게, 미국이 가격 경쟁 중심의 철강산업을 저탄소 경쟁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할 정치적, 경제적 동기는 차고 넘친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시달리던 한국에게 저탄소 경쟁으로의 프레임전환은 새로운 위험임과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한동안 활발하던 저탄소 철강 논의가 줄어들고 있다. 철강은 모든 제조업의 기초자재가 되는 중요한 소재다. 철강산업을 버릴 게 아니라면, 기후변화가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저탄소 전환과 이를 위한 지원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

 

 

본 칼럼은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한경ESG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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