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B, ESG 공시 국제 표준안 발표
feat. 해외 주요국과 국내 ESG 정보 공시 동향
전 세계적으로 ESG 이슈가 확산되면서 국제사회에서는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ESG 정보 공시 의무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표준화된 ESG 공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아 글로벌 리포팅 이니셔티브(GRI),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등 여러 지속가능성 기준에 따라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 공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6월 26일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상장 기업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최종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기업에 대한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의 영향을 공시하기 위한 공통된 언어(common language)를 제시하여 ESG 공시 국제 표준안이 나오는 걸 의미합니다.
*ISSB는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설립된 기관으로 국제 표준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발표된 기준은 투자자가 기업가치 판단 시 도움이 되는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기업이 공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일반적인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 공시를 담은 ‘IFRS S1’과 기후 관련 재무 공시를 담은 ‘IFRS S2’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는 2024년부터 적용되지만, 기업의 부담을 덜기 위해 Scope 3 배출량 한에서 1년 유예기간을 둬 2025년부터 시작됩니다.
물론, ISSB 기준은 강제성이 없어 국가별 행정실시 여부는 개별 정부에서 정합니다. 하지만 140개의 주요국이 재무보고 기준으로 채택하고 있는 IFRS 회계기준의 핵심 개념을 기반으로 설계됨에 따라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ESG 공시 기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더불어, ISSB 기준은 물론 유럽연합(EU) ‘기업 지속가능성보고 지침’(CSRD)의 ‘유럽지속가능성공시표준’(ESRS),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정보공시 기준’이 적용되기 시작하면 국내 수출기업의 ESG 공시는 불가피해짐에 따라 국내 산업 및 자본시장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ISSB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 어떤 내용인지 간략하게 정리했습니다.
ESG 공시 국제 표준안: ‘IFRS S1’과 ‘IFRS S2’
이번 ISSB 기준 최종안에는 TCFD의 권고안이 완전히 통합되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기후정보기준위원회(CDSB),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SASB) 등 기존 지속가능성 기준이 참조되었으며, 향후 ISSB 기준에 지속적으로 통합될 예정입니다. 또한 IFRS 회계기준(전 세계 140개국에서 사용)의 핵심개념을 기반으로 일반목적재무보고(한국의 경우, 자본시장법상 사업보고서를 의미) 내에서 재무제표와 함께 지속가능성 관련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 TCFD란?
기후 정보 공개와 관련해 대표적으로 주요 20개국(G20)의 금융안정위원회(FSB)에서 2017년에 만든 TCFD 권고안은 4가지 영역별 공시 항목 1) 거버넌스, 2) 전략, 3) 리스크 관리, 4) 지표 및 목표를 설명하고, 금융부문과 비금융부문 섹터별 추가 지침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후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공개해야 하며, 금융기관이 대출 및 투자하는 비금융 기업들의 기후변화 정보가 의무적으로 공시되어야 함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ISSB에서 발표한 ESG 공시 국제 표준안은 일반적인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 공시를 담은
‘IFRS S1’과 기후 관련 재무 공시를 담은 ‘IFRS S2’로 구성되어 있다. <출처: ISSB>
일반적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이하, IFRS S1)은 기업이 단기, 중기 및 장기적으로 직면하는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정보를 투자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일련의 공시 사항을 제시하는 기준서입니다.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와 관련하여 거버넌스, 전략, 위험 관리, 지표 및 목표에 대한 정보를 공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네 가지 핵심요소 영역은 TCFD 권고안과 일관되며, 권고안의 구조를 기반으로 확장하여 기후 외의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를 다룹니다.
IFRS S1의 주요 내용으로는 1)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가 재무제표에 미치는 현재 영향뿐 아니라 예상 영향에 대해 양적 및 질적 정보 공시, 2)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를 재무제표와 함께 공시 3) 지속가능성 관련 위험 및 기회를 일반목적재무제표 내 관련 정보와 연계 공시 4) 기업의 가치사슬(기업의 사업모델 및 기업이 운영되는 외부 환경과 관련한 모든 상호작용, 자원 그리고 관계) 관련 정보 공시, 5) 보고 기간에 공시하는 모든 수치에 대한 비교정보 공시 입니다.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시 요구안(이하, IFRS S2)은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공시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S1과 함께 적용되도록 고안되었습니다.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하여 거버넌스, 전략, 위험관리, 지표 및 목표에 대한 정보를 공시하도록 요구됩니다. 특히, 기후 관련 위험 및 기회에 대한 기업의 성과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1) 산업 전반 지표, 2) 산업 기반 지표, 3) 기후 관련 목표를 공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IFRS S2의 주요 핵심은 온실가스 배출량 공시의 범위입니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직접 배출인 ‘Scope 1’과 에너지 사용 등으로 인한 간접배출 ‘Scope 2’, 그리고 제품 생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협력업체를 포함한 전체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모든 탄소배출량을 뜻하는 ‘Scope 3’로 나뉩니다. IFRS S2에서는 모든 기업에 Scope 1, 2 배출량과 더불어 Scope 3 배출량 공시를 의무화합니다. 다만, Scope 3 배출량 공시에 대해 많은 기업들이 부담을 호소함에 따라 ISSB는 Scope 3 공시 의무를 1년 유예를 두었습니다.
ISSB는 기업들이 기후 부문의 공시를 수행할 수 있도록 IFRS S1과 S2를 먼저 제공하지만 추후 다양한 지속가능성 부문으로 공시 영역의 프레임워크(생물다양성, 생태계와 생태계 서비스, 인적자원, 가치사슬 내 인권 등)를 확대해 제공할 예정입니다.
※ IFRS S1 및 S2에 대한 자세한 내용 및 국문 번역본은 한국회계기준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SG 공시, 글로벌 동향
▲글로벌 공시제도 비교
EU는 2014년에 ‘비재무정보보고 지침’(NFRD)를 발표해 이미 2018년부터 모든 회원국 내 법인(상장사, 금융사 등)의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고, 미국은 2021년부터 기후 관련 공시에 대해 의무화하는 방안을 공개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ESG 공시 기준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국가별로 공시 대상, 시기, 인증의 의무화 등에서 일부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기후 관련 공시 기준의 경우 모두 TCFD 권고안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ISSB는 미국, EU 등 주요국의 ESG 공시 기준과 ISSB 기준의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EU는 2021년 3월 EU 내 금융기관에 금융기관의 조직체계와 금융투자상품의 지속가능성 정보 공개를 강조하는 ‘지속가능성 정보 공시’(SFDR) 시행에 이어 2023년 1월 기업의 비재무적 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NFRD를 보완한 ‘기업 지속가능성보고 지침’(CSRD)를 최종 승인했습니다. 그 결과, 2024년부터 종업원 250명, 연 매출 4000만 유로를 초과하는 기업은 상장 여부와 상관없이 공시를 의무화합니다. CSRD는 EU 내 기업뿐만 아니라 비EU(non-EU) 기업에까지 확대 적용되어 EU 국가 내에 일정 규모 이상의 자회사 또는 지점이 있으면 EU가 정한 공시 기준에 따른 보고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그 외에도 CSRD의 원활한 이행을 위한 ‘유럽지속가능성공시표준’(ESRS)을 발표했습니다.
미국 또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작년 3월, SEC은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 관련 공시를 의무화하는 ‘기후정보공시 기준 초안’을 공개하고 올해 최종안을 공개할 계획입니다. TCFD 권고안에 따라, 연차보고서와 증권신고서로 공시할 것을 지정하였고 (초안에 변동이 없으면) 대상 기업의 Scope별 공시 연도는 아래의 표와 같습니다.
▲미국 SEC ‘기후정보공시 기준’ 초안 기준 대상 기업의 Scope별 공시 연도
또한, 기후 관련 리스크와 리스크 관리 과정, 기업이 식별한 기후 관련 리스크가 단기, 중기, 장기적으로 재무제표와 기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공시해야 합니다.
세계 곳곳 추진되는 ‘ESG 정보 공개 의무화’, 한국은?
▲금융위원회에서 2021년에 발표했던 로드맵 기준 국내 공시시기
<그래픽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금융위원회가 올해 3분기 중 ESG 공시 의무화 대상 기업과 공시 기준, 제3자 검증 등을 담은 ‘국내 ESG 공시제도 로드맵’을 공개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올해 하반기까지 ISSB 기준을 바탕으로 국내 ESG 공시기준이 공개될 예정입니다. 국내 ESG 공시기준은 KSSB에서 준비 중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지배구조(G)의 경우, 2019년 유가증권시장(KOSPI) 상장사 중 대형 상장사(2조 원 이상) 기업부터 의무화를 시작으로, 2026년 모든 KOSPI 상장사에 대하여 지배구조(G) 핵심정보를 공시 의무화할 계획입니다. 한편 환경(E)과 사회(S)는 2025년부터 KOSPI 상장사 중 자산 2조 원 이상 대기업을 시작으로, 2030년에는 모든 KOSPI 상장사로 확대되어 기업의 환경(E), 사회(S) 관련 정보 공시가 의무화됩니다(2021년 금융위원회 ‘기업공시제도 종합 개선방안’).
참고로, 2022년부터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시행령’에 따라,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기업은 환경 정보 공개 의무화 대상으로 정해져 2조 원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주권 상장 법인은 환경정보를 반드시 공개해야 합니다.
ESG 공시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과제는?
ISSB는 이번에 발표한 기준을 통해 ESG 정보의 재무적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현재 ESG 정보는 재무상태, 수익성 등 기업의 재무상황을 나타내는 ‘재무정보’가 아닌 ‘비재무적 정보’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ISSB는 ESG 정보를 ‘지속가능성 관련 재무정보’라 표현하며 ESG 정보를 재무제표와 함께 공시하고 재무제표와 동일한 체계(일반목적재무보고)하에 보고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재무제표는 3월 말에,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등 ESG 공시는 통상 7월 이후에 발표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국내에서 ESG 공시는 사업보고서가 아닌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같은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금융위원회는 ‘ESG인프라고도화 방안’을 통해 사업보고서 공시를 근간으로 하는 ISSB 반영 계획을 추가로 밝혔으나 이를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법적 안정성 마련이 필요합니다.
또한 글로벌 기준이 대체로 2026년부터 적용되어 국내 수출 기업에게 ESG 공시를 요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내 공시 시기(2030년)는 다소 늦은 편이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이미 국내의 많은 기업이 해외투자자 및 고객사로부터 ESG 공시 압력에 직면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융위원회는 국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미국, EU 등 해외 주요국 ESG 공시 제도와 ISSB 기준과의 정합성, 일관성을 고려하여 국내 ESG 공시 기준을 수립하고 ESG 공시 시기를 앞당길 필요가 있습니다.
글: 정유민 선임 연구원(yumin@kosi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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