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 2025년 꼭 챙겨야 할 기후변화 정책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기고
‘격동 50년’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광복 후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진 그야말로 격동의 한국 민주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 드라마다. MBC FM라디오에서 무려 21년의 기간 동안 방영하고, 2009년 10월년 막을 내렸다.
최근 ‘서울의 봄’이나 ‘제5공화국’과 같은 컨텐츠가 ‘역주행’ 하고 있다고 한다. 언젠가는 지금 우리가 눈 앞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사태를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도 나올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지금 이 순간을 또다른 ‘격동’의 시대로 표현하지 않을까 싶다. 그 드라마나 영화를 본 미래 세대가 ‘너무나도 비현실적인 2024년의 계엄’을 실화인지 허구인지 구분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정치권력의 변화라는 채널을 통해 주권자의 의사가 반영되는 체제이다. 민주주의에서 변화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정치권력이 변하면 사회, 경제 시스템과 관련된 정책도 따라서 변하기 마련이다.
불확실성의 2025년
하지만 2025년 우리가 맞이하게 될 변화는 다르다. 변화의 크기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모두 예상의 범위를 넘어설 것이기 때문이다. 격동의 2025년이 시작되고 있다.
‘격동’의 시대를 역사가 아닌 ‘현재’로 그리고 ‘일상’으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은 부지런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기 위해서도 그렇고,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며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2025년은 트럼프의 취임과 함께 시작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월 20일 미국의 제47대 대통령으로 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나아가 헌법재판소의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상반기 중으로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치러 질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라는 대외적 불확실성에 더해, 외교력의 공백과 국내 정책 방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동시에 닥쳐온다.
2025년 주요 기후변화 정책 변화
사회, 경제 전반에 걸쳐 문제가 없는 영역이 어디 있겠냐마는, 그 중에서도 가장 불확실성이 큰 영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기후변화 정책이 아닐까 한다. 트럼프 리스크 외에도 2025년은 우리나라의 주요한 중장기 기후변화 정책 의사결정이 예정되어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큰 폭의 정책 변경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격동’의 시대를 생존하기 위해 잊지 말고 챙겨야 하는 주요 기후변화 정책 사항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기후소송과 탄소중립기본법 개정
2020년 청소년기후행동(청소년기후소송)을 시작으로 탄소중립기본법 등 국가의 기후위기대응 정책이 국민과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 내용을 골자로 한 총 5건의 헌법소원 제기되었다.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경로를 제시하기 않았다는 점에서 탄소중립기본법 8조 1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2026년 2월 28일까지 관련 조항을 개정하도록 요구했다.
환경부는 대안 입법안, 즉 2050년 이전 감축경로안을 마련하기 위해 2024년 12월 ‘기후미래포럼’을 발족했다. 포럼은 감축분과와 미래사회분과 총 48명으로 구성되었으며, 포럼을 통해 복수의 감축경로를 마련하고 이를 검토하여 개정안을 수립하겠다는 취지다. 포럼은 운영의 간사 역할을 맞게 되는 정부 또는 정부 산하 기관의 역할이 매우 크다. 따라서 향후 정치 지형의 변화에 따라, 포럼을 통해 마련될 감축경로안도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2035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파리협정에 따라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모든 당사국은 국가 감축목표를 수립하고, 5년마다 이전 목표보다 높은 수준의 새로운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현재 195개 모든 당사국이 2030년 NDC를 제출한 상태이며, 우리나라도 2030년까지 2018년 배출량 대비 40% 감축하는 목표를 제출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은 모든 협약 당사국에 2025년2월까지 2035년 NDC를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현재 환경부를 중심으로 2035년 NDC 수립을 위한 분석과 의견수렴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28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2035 NDC 컨퍼런스」를 개최하기도 했다.
2035년 국가감축목표(NDC)가 최종 확정되기 위해서는 탄녹위의 심의∙의결 및 국회 보고 과정을 거쳐야 한다. 헌재 결정에 따라, 탄소중립기본법에 2049년 이전까지의 감축경로안을 담는 법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므로 이번 2035 NDC 수립은 법 개정과 연동될 가능성도 높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탄녹위 위원 구성에도 큰 폭의 변화가 있어왔다는 관례와 현재 국회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탄녹위 의결과 국회 보고 과정 모두 2월 안에 마무리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탄핵 및 대선이 마무리된 이후에 실질적인 NDC수립이 다시 진행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배출권거래제 4차 계획기간 (2026년 ~ 2030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70% 이상을 포함하는 배출권거래제는 국가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정책이다. 2015년 도입된 배출권거래제는 2026년부터 제4차 계획기간이 시작된다 (1차: ‘15년~’17년, 2차: ‘18~’20년, 3차: ‘21년~’25년). 배출권거래제는 그 동안 그 중요성에 걸맞지 않게 배출량의 과도한 할당, 지나치게 높은 무상할당 비중, 낮는 배출권 가격(유럽 대비 1/10 수준) 등으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에 제대로 기여하지 못해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4차계획기간은 2030 NDC 달성 여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시기다. 환경부는 2024년11월 ‘제4차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으며, 배출허용총량, 유상할당 업종 및 비중, 벤치마크 적용 업종 추가 등이 핵심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당초 2024년까지 탄녹위와 국무회의를 거쳐 최종 확정할 계획임을 밝혔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2024년~2038년)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15년 간의 전력 수요를 예측하여 그에 따른 공급 전략을 수립하는 국가계획으로 매 2년마다 업데이트한다. 1982년 1차 계획이 수립된 이래, 2022년 1월 10차 계획(2022년~2036년)이 확정되었고, 2024년 5월에는 2024년부터 2038년간의 계획을 담은 제11차 계획에 대한 실무초안이 공개되었다. 전력부문은 산업부문과 더불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울러 탄소중립 전략의 핵심이 전기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력의 탈탄소화는 국가감축목표 달성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전력수급계획에는 석탄이나 LNG발전과 같은 대규모 발전시설뿐만 아니라 재생에너지 보급 전략도 함께 담고 있어, 최근 RE100 등으로 인해 재생에너지 수요가 높은 기업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11차 전기본은 당초 2024년내로 확정할 계획이었으나, 다른 계획과 마찬가지로 확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신규 원자력발전소와 소형모듈원전(SMR) 계획이 반영되어 있어, 향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계획이 대폭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본 칼럼은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한경ESG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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