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KoSIF 칼럼] 탄핵 국면에서 기업의 ESG 리스크 대응 전략2024-12-23 11:13
작성자 Level 10

 

탄핵 국면에서 기업의 ESG 리스크 대응 전략

 

곧 새해가 열린다. 여느 때라면 새로운 한 해를 설계하면서 각자의 꿈을 꾸기에 바빠야 할 철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3일 뜬금없는 계엄령이 선포되면서 우리의 새해는 사라지고 말았다. 국회에서 계엄령 해제가 가결되고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되면서 대한민국에서 정치적 불안정이 고조되고, 그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계엄 직후 가상화폐 가격이 35% 떨어지고 환율은 1,440원을 돌파하였으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은 12월 4일부터 6일까지 3일간 1조원의 순매도를 기록하였다. 전문가들은 경제성장률도 원래 예상치에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을 보더라도, 계엄사태는 투자 심리 악화, 금융 시장의 불안정, 무역 감소 등 다양한 경제적 충격을 유발하여 국민경제에 깊은 상처를 주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뢰 하락이다. 계엄사태는 법치주의와 정치적 안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어 외국인의 직접 투자(FDI)와 포트폴리오 투자에서 급격한 자금 유출을 초래하여, 환율 상승과 외환 보유고 감소로 이어지고, 국내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가중시킬 것이다. 12월 6일 뉴욕타임즈도 “계엄령 선포로 한국 경제는 암울한 전망에 직면”이라고 보도하였다.

 

또한 국내 소비와 기업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12월 18일 한국은행 총재도 최근 비상계엄 선포·해제 정치적 상황으로 소비심리와 경제 심리 지수가 급격하게 떨어진 만큼 심리지수 안정화가 중요하다는 의견을 밝히고 있고, 연말 송년회 취소로 울상 짓는 요식업주의 호소가 매일 티비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들은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지출을 줄이고 저축을 늘리고, 기업들도 투자 결정을 유보하거나 생산을 축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전반적인 경제 성장은 둔화된다.

 

더 나아가, 국제 무역과 공급망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계엄사태로 인해 물류와 수출입 활동이 차질을 빚게 되면,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인 반도체, 자동차, 전자제품의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경제적 입지를 약화시킬 것이다.

 

이처럼 계엄사태와 탄핵 국면은 이미 한국 경제와 기업에게 모두 심각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지만, 우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ESG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한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장기적으로 더 큰 신뢰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우리 기업이 직면할 ESG 리스크는 무엇이고, 어떤 전략으로 이에 대응할 것인가?

 

가장 중요한 것은 지배구조(G) 리스크에 대한 대응이다.
탄핵 국면에서는 전 정부와 유착이나 비윤리적 관행을 감추려는 유혹을 받기 쉽다. 따라서 기업의 투명성과 책임 경영에 대한 요구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공시 및 투명한 경영보고를 통해 주주 및 이해관계자들과의 신뢰를 유지하고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투명한 의사 소통과 비리 및 부패 방지를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 강화를 통한 윤리 경영을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급변하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클수록 리스크 식별 및 대응을 위한 위기 관리 프로세스를 정비하고 변화된 상황에 따른 시나리오 계획을 수행하는 위기관리 시스템을 강화하고, 이사회와 경영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한 신속한 의사결정이 중요하다.

 

둘째, 사회적(S) 책임을 더욱 강화하여야 한다.
정치적 불안 상황에서 불안한
노동자의 권리와 인권을 보장하는 윤리 지침을 더욱 철저히 준수하고,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해고나 고용 축소보다는 종업원의 안전과 복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종업원의 신뢰를 유지하고, 지역사회와 신뢰가 손상되거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소홀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긴급 구호 활동 및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사회 공헌을 통해 긍정적인 사회적 이미지를 구축하여 지역 사회의 지지를 확보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소비자 신뢰가 약화되기 쉬운 상황이지만 투명한 소통과 고객 중심의 정책을 유지하여 소비자 신뢰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세번째, 환경(E) 지속가능성을 유지해야 한다.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경우, 정부 정책이 불안정하고 환경 규제를 변하여 기존의 환경 프로젝트가 지연 혹은 중단될 가능성이 크고, 국내외 물류 차질이나 자원 접근성 악화로 공급망 위기와 자원 부족을 겪을 수 있으며, 탄소배출 감축 계획이 차질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한 환경 전략을 유지하되 장기적 경쟁력을 키우는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친환경 기술에 대한 투자는 지속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공급망 확보에 노력하며, 국제적 기준에 맞춘 탄소 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기업의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전략이 요구된다.

 

이상 우리 기업에게 요구되는 ESG 리스크에 대한 대응 전략을 살펴보았다. 결국 어떠한 위기 국면에서도 책임 있는 경영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여,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지적하고 싶다. 만약 국가의 거버넌스가 제대로 작동되어 불필요한 계엄이 없었다면, 우리 기업에게 애당초 쓸데없는 리스크도 전혀 없었을 것이다. 우리 기업이 자신의 미시적 ESG 리스크만이 아니라 국가 거버넌스, 기후, 금융시스템 같은 거시경제적 리스크에도 유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의 경영자들에게 정부 눈치만 보지 말고 정부에게 입바른 소리를 높이는 게 스스로의 이익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급할수록 돌아가고, 헷갈릴수록 원칙을 지키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연말이다.

 

2024년 12월 23일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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