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차 세계기후당사국회의 (COP29)의 성과와 과제
화석연료 단계적 감출 또는 퇴출, 한 발짝도 못 떼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 기고
지난 11월 24일 제29차 세계기후당사국회의가 끝났다.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이번 총회는 지난 아랍에미레이트에 이어 연속으로 산유국에서 개최돼 어떠한 진전이 이뤄질지 상당히 궁금했던 터라 직접 참석은 못 했으나 내심 큰 관심을 가지고 추이를 살펴보고 있었다. 이제 회의가 끝이 났으니 그 성과를 정리하고 추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지난 11월 11일부터 열린 이번 COP29의 성과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새로운 기후금융 목표 (New Collective Quantified Goal on Climate Finance, NCQG)의 설정이다.
이는 파리기후협정 제2조 즉, 글로벌 평균 기온상승폭을 1.5-2℃ 이하로 제한하는 목적을 달성하는 데 요구되는 개발도상국의 재정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2035년까지 연간 최소 1조3000억달러 규모의 기후 자금을 개발도상국에 제공하는 “바쿠-벨렘 로드맵(Baku-Belém Roadmap)”에 합의하고, 선진국들은 공공 및 민간, 양자 및 다자 등 다양한 출처로부터 2035년까지 연간 최소 3000억 달러를 개발도상국의 기후 행동을 위해 제공할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이전 목표 1000억 달러의 세 배에 달하는 큰 규모이다.
둘째 파리협정 제6조에 의한 협력 메카니즘의 운용 방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졌다. 특히 파리 협정 제6.4조 글로벌 탄소시장의 형성을 위한 국제탄소시장 메카니즘 관련 규정의 세부 지침이 승인됐고, 제6.2조 국가간 협력을 통해 국가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NDC) 달성을 지원하는 국외감축실적(International Transferred Mitigation Outcomes, ITMO) 관련 규정에 대해 투명성과 회계기준, 환경적 무결성(integrity), 인권 및 사회적 고려 등의 문제에 대한 추가 논의를 제외하고 대체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이로써, 시장 메카니즘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초가 세워지고, 제6.4조 메커니즘의 운영을 통해 국가 간 탄소배출권 거래가 본격화되고,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에 대한 자원 지원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글로벌 적응목표(Global Goal on Adaptation, GGA)가 설정됐다. 이는 기후변화 적응 능력 증진을 위해 글로벌 적응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실행 프레임워크 (UAE Framework)를 제시하는 바쿠적응로드맵으로서, 기후 회복력을 키우고 생태계, 원주민, 지역사회 등 포괄적인 적응 행동을 촉진하며 이를 위한 국제적 연대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넷째, 지역 공동체 및 원주민 플랫폼(Local Communities and Indigenous Peoples Platform, LCIPP) 2025-27 작업 계획이 승인됐다. 이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 공동체와 원주민의 전통적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호하며 기후 변화 적응 및 완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포괄적인 계획으로 원주민의 지혜를 중시하고 소외된 그룹의 목소리를 수용하기 위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해양과 기후 연계를 강조해 해양-기후 통합 정책 개발, 지속 가능한 해양 관리, 해양 연구 및 데이터 강화, 블루 카본 프로젝트 지원, 기후 적응 및 회복력 구축, 이를 위한 국제 협력 방안 등이 합의됐다.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아 보인다. 특히 회의 마지막까지 우리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 사안은 바로 기후금융이다. 선진국의 자금 제공 약속을 둘러싸고 최빈국이나 도서국들의 요구와 선진국의 주저함이 충돌하는 이슈라서 이의 타결을 위해 회의 폐막이 이틀이나 지연돼야 했다.
그만큼 이 사안은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기존의 약속인 연간 1000억 달러도 지키지 못하고 있는 선진국이 연간 3000억 달러를 제공한다는 약속을 지킨다는 구체적 방안도 제시되지 않았고, 국가별 부담 규모도 할당되지 않았다.
더구나 연간 1조3000억 달러의 기후금융을 조달하는 일은 더욱 난망한 일이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절실히 요구되지만 기후문제를 부정하는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이 나서지 않는 상태에서 과연 가능할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둘째, 글로벌 적응 목표(Global Goal on Adaptation, GGA)에서도 적응 재정 확대, 목표 달성 측정 지표 및 평가 체계 구축, 지역별 적응 계획 지원 등에 대한 상세한 논의가 필요하다.
셋째, 손실 및 피해(Loss and Damage) 대응을 위한 재원으로는 연간 1조 3000억 달러 목표 중 일부를 소규모 도서국가와 최빈국에 할당하기로 했지만 구체적인 금액이나 세부 기준은 합의하지 못했다.
넷째, 파리협정 제6조 협력 메커니즘의 실질적인 시행을 위한 운영 규칙 확정, 비시장 접근방식의 구체적 실행 계획, 이중 계산 방지와 투명성 향상을 위한 대책 등이 시급히 논의되고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아쉬운 점은 지난번 두바이 회의 (COP28)에서 어렵사리 언급된 화석연료 단계적 감축 또는 퇴출에 대한 진전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사우디 같은 산유국의 협박성 주장 때문에 제대로 논의되지도 못했고, 당연히 아무런 진전이나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아직도 눈앞의 돈만 알고 다가올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모르는 현실이 심히 안타깝다.
기후변화라는 인류의 위기를 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많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우리에게 여전히 희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내년 브라질 벨렘에서 열리는 COP30이 오기 전에 이러한 과제들이 원만히 해결되고 COP30에서는 기후 문제 해결의 꿈이 가시화되는 전 인류의 축제가 열리기를 기대한다.
※본 칼럼은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가 SDG뉴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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