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ESG제도화 포럼’ 후기
EU, ISSB, SEC 등 글로벌 ESG 공시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글로벌 공시 표준화, 의무화 (예정)에 발맞춰 우리나라도 ESG 공시 단계적 의무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다만 금융위원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원래 계획에서 한 해 늦춰진 2026년 이후로 ESG 공시 의무화가 시행될 예정입니다.
이와 관련해 각계 전문가들이 모여 ESG 공시 제도화를 논의한 포럼에서 ESG 공시의 큰 틀을 이중 중대성(Double materiality) 기준으로 방향을 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습니다.
지난 9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ESG 공시 제도화의 기준과 방향’을 주제로 국회ESG포럼, 대한변호사협회, 한국법제연구원, 한국ESG학회가 공동으로 개최한 ‘제3회 ESG 제도화 포럼’이 개최됐습니다.
이날 포럼에서는 CDP한국위원회 장지인 위원장이 먼저 ‘ESG 공시 제도화의 방향: Single vs. Double Materiality’라는 발제로 서두를 던지며 이중 중요성* (Double materiality) 공시 패러다임을 강조했습니다. 장 위원장은 전통적인 기업 공시는 투자자 그룹을 대상으로 ‘재무적 중요성(financial materiality)’을 공시하는 것이었지만, ESG 공시는 기업의 지속가능성 책임 강화 및 다양한 이해관계자 그룹의 정보 수요(환경, 사회, 거버넌스)에 대응해 ‘환경/사회적 중요성(impact materiality)’까지 함께 공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materiality’라는 용어가 중대성 또는 중요성으로 병행하여 통용되고 있음. K-IFRS에서는 ‘materiality’을 ‘중요성’으로 번역함.
그 이유는 먼저, 최근 늘어난 글로벌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대표적인 규제인 EU 공급망 실사법에 대해 국내 수출기업의 절반이 ESG 미흡으로 계약 수주 파기 가능성까지 있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또한 다수의 글로벌 자산운용사, ESG평가사들은 ‘이중 중대성’ 정보를 기반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러한 글로벌 평가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사회적 중요성 정보를 공시할 수 있는 이중 중대성 접근방법의 제도화가 논의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실무를 담당하는 법률가들의 공시제도화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어졌습니다.
법무법인 율촌 윤용희, 박영윤 변호사는 공시 제도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공시의 형식을 증권거래소 규정에 의한 거래소 공시가 아닌 법에 따른 법정 공시를 도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법인 김앤장 김혜성 변호사는 ESG 공시 제도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제3자 검증제도의 법제화 방안을 논의하고 검증인, 검증기관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공시 제도의 도입 시기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은 공시 기준의 정립도 중요하지만 공시 시기를 포함한 로드맵 발표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새로운 법과 제도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정부가 기한만 명확히 제시하면 기업의 역량으로 충분한 준비와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공시제도 도입에 있어 한국기업의 특수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국제적 정합성을 최우선해야 할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Scope 3 공시에 관한 글로벌 규제는 더욱더 강해질 전망이며, Scope 3 공시의 조속한 의무화는 글로벌 공급망으로 연결된 기업들이 국제적인 ESG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중견, 중소기업의 대응을 위해 인력 및 통합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마지막 토론의 장에서 장지인 위원장은 현재 ESG 공시제도의 도입이 2011년 국제회계기준을 도입할 당시를 떠올린다고 말했습니다. 글로벌 공시기준을 도입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유사한 측면이 있으나, IMF 직후 그대로 ‘채택(adoption)’한 회계기준과는 달리, 이제는 달라진 국가 위상과 국내 기업의 측면에 있어서도 글로벌 기준을 자국기준으로 도입할 것인지 논의도 필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가 따르고 있는 국제회계기준(IFRS) 산하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에서는 ESG 공시 관점으로 단일(재무) 중대성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전 회계원장을 역임한 장지인 위원장의 발언은 함께 참석한 발표자, 토론자들이 다소 놀랄 정도로 기존 회계 관점에서 앞서 나간 발언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ISSB 또한 궁극적으로는 이중 중대성을 지향한다고 지난 COP26 회의에서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번 포럼에 참석하면서 다시 한번 ESG 공시의 목적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ESG 공시는 많은 왜곡이 존재하는 외부효과를 드러내고 기업의 투자자 이외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정보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공시를 의무화함으로써 정부는 부정적 외부효과로 인한 시장의 실패, 기업 가치하락을 개선할 수 있고 적극적 선도적 공시 의무화를 통해 긍정적 외부효과를 일으켜 기업과 국가의 발전을 도모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의 ESG 공시 논의는 공시 의무화 시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더욱 선행되어야 할 것은 공시 제도의 방향성 논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U, ISSB 등 서로 다른 공시 표준이 글로벌 공시 표준으로 각축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또한 ESG 공시를 제도화하는 시점입니다. 우리의 방향성은 앞으로 글로벌 규제와 평가에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뿐만 아니라 글로벌 수준을 선도할 수 있도록 하는 큰 목표를 가진다면 공시제도의 많은 부분에서 관점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문의: 신벼리 책임연구원(shin@kosi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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