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언론 기고] 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 첫 타깃은 퇴직연금 ESG 투자 금지(한국경제신문)2024-02-01 11:47
작성자 Level 10

트럼프 재집권 시나리오…첫 타깃은 퇴직연금 ESG 투자 금지

 

새해가 밝았다. 1월은 다가올 한 해를 전망하는 시기다. 걱정보다는 앞으로 더 좋아지겠지 하는 희망의 마음을 담아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ESG 업무를 맡고 있거나 ESG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2024년은 희망보다는 불안이 더 크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 이유는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다.

 

벌써 7년 전의 일이다. 많은 이들이 버라이어티쇼 같은 대선과정을 지켜보며, ‘설마 저런 사람이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되겠어?’, ‘설마 저런 사람이 세계 최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이 되겠어?’ 하는 생각을 가졌다. 그리고 트럼프는 자신의 상상을 현실로 만들었다. 수많은 언론의 예측과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으며, 제58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대통령이 된 이후에도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전에 경험 혹은 상상조차 해 보지 못한 발언과 정책으로 전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그리고 4년 후, 트럼프는 조 바이든 현 대통령에 패해 연임에 실패했다. (생략)

 

(생략) 올해 11월 5일에 열릴 미국대선 가상대결에서 트럼프가 이긴다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이쯤 되면 나는 왜 이토록 상상력이 부족할까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이제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을 전제로 그의 ESG 정책과 공약을 진지하게 검토해 봐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트럼프 1기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Anything But Obama(ABO)’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 대부분을 뒤집었다. 트럼프는 ESG도 기후변화도 모두 부정한다. 하지만 실제 트럼프 1기 행정부가ESG 전반에 미친 영향은 그리 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이유는 트럼프가 집권한 2017년에는 그가 무언가를 크게 뒤집을 수 있을 만큼 ESG가 활발하지도 관련한 정책이나 제도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코로나19팬데믹을 거치면서, 시민들의 기후변화, 인권 등 환경과 사회 이슈에 대한 관심이 눈에 띄게 높아졌다. 팬데믹 극복을 위해 대규모로 공급된 자금의 상당 부분은 ESG펀드와 관련 산업으로 흘러 들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는 2020년 전세계 ESG 투자 자산을 2016년(22조3,830억 달러)대비 54% 늘어난 35조3,010억 달러로 집계했다. 미국은 전세계 평균보다도 높은 성장률을 보이며, 2020년 기준 ESG투자규모가 17조 달러로 트럼프 집권 이전 대비 두 배 가량 (96%) 늘어 난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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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발표된 GSIA “Global Sustainable Investment Review 2022” 미국의 2022 ESG 규모를 2020 대비 절반가량 줄어든 8.4조달러로 보고했다. GSIA 주된 원인을 미국의 ESG 투자 규모를 집계하는 US SIF에서 그린워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산정 방법을 변경했기 때문으로 밝혔다.

 

그 뿐만 아니다. ESG관련 법이나 제도도 강화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 및 ESG관련 기업 및 금융 공시의 의무화, 녹색분류체계, 녹색채권표준, 공급망 지속가능성 및 그린워싱 제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도입되고 있었으며, 저탄소 및 친환경 제품에 대한 보조금도 강화되었다. 미국에서도 기후공시의무화, 펀드이름법 규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한 전기차 및 재생에너지 보조금 등이 도입되었거나 추진되고 있다.

 

트럼프 2기의 ESG 공약

트럼프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예비 공약을 담아 아젠다 47’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아젠다 47’에는 퇴직연금의 ESG 투자 금지부터, 에너지, 기후변화, 성소수자, 중국의 인권 이슈 등 ESG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공약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트럼프의 예비 공약을 통해,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ESG와 관련한 어떤 변화를 추진할 지 가늠해볼 수 있다.

 

퇴직연금의 ESG 투자 금지

아젠다 47’에서 가장 명시적으로 ESG를 언급하고 있는 공약은 ‘ESG 투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급진 좌파의 ESG투자로부터 미국민을 보호하겠다”고 주장한다. 대통령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퇴직연금(401K)의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고려한 투자를 금지하고, 추후 입법을 통해 이를 영구적으로 막겠다고 밝혔다.

 

(생략) 미국인들에게 퇴직연금은 노후보장을 위한 핵심수단으로 인식된다. 그 가운데서도 고용주가 적립금의 일부를 매칭으로 지원해주고, 가입자가 직접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401(K) 퇴직연금 제도가 최근 근 관심을 받고 있다. 401(K)를 포함한 미국의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규모는 약 (2022년 기준)10조달러로, 미국 전체 주식 및 채권 시장의 약 10%에 이르는 수준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블랙락(BlackRock)과 뱅가드(Vanguard)의 성장 배경도 퇴직연금 펀드의 운용에 있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퇴직연금(401K) 펀드 운용사가 ESG를 고려할 수 있게 하느냐, 그렇지 않느냐 여부가 중요한 이유다. 실제로 지난해 3월,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도 ‘퇴직연금의 ESG투자 금지 결의안’이었을 정도로 미국에서는 매우 중요한 이슈다. IRA(개인은퇴계좌)를 제외한 미국의 퇴직연금제도는 ERISA (근로자퇴직연금보장법)에 근거하여 운영된다. 미국에서 401(K) 퇴직연금의 ESG 이슈가 논란이 될 때는 대부분 ERISA에 있는 수탁자책무, 즉 퇴직연금의 펀드 운용사가 가입자에게 가지는 책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와 관련된다. ERISA에는 연금의 운용사가 가입자의 재무적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하는 의무를 두고 있는데, ESG가 재무적 이익에 부합하느냐에 대한 해석이 논쟁의 핵심이다.

 

트럼프는 2019년 퇴직연금의 ESG 반영을 어렵게 하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해석권한을 가진 노동부(Department of Labor)는 2020년 수탁자책무를 매우 좁게 해석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2021년 5월,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다시 퇴직연금을 포함한 연방정부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모든 업무에 기후리스크를 반영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노동부는 2022년 퇴직연금의 운용사가 기후리스크 및 ESG 요소를 고려하도록 하는 ERISA 해석규정을 도입했다. 이에 공화당은 노동부의 해석규정을 무효화하기 위한 결의안을 발의했고 결의안은 하원과 상원의회를 통과지만, 결국 바이든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일단락되었다.

 

트럼프가 ‘아젠다47’을 통해 밝힌 공약은 우선 취임 후 곧바로 노동부의 해석규정을 변경하여 퇴직연금 운용사의 ESG요소 반영을 금지하고, 궁극적으로는 ERISA의 개정 또는 새로운 법안을 통해 향후 있을지 모를 행정명령을 통한 개정을 원칙적으로 막겠다는 의미다. 과연 트럼프의 이러한 시도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만약 현실화된다면 그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 (이어지는 내용은 한경 ESG 2월호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본 칼럼은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본 게시물은 편집본이오니, 칼럼 전문은 '한경ESG' 매거진 1월호 또는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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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설명>

(미국에서)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상원과 하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번 대선과 함께 하원의원 전원과 상원의원 14개에 대한 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현재 50대 50으로 동률을 이루고 있는 상원의 경우, 14석 가운데 7석은 민주당이 나머지 7석은 공화당이 현역인 지역으로 각 당이 현재 지역구를 유지한다면 부통령을 차지하는 당이 다수당이 된다. 따라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상원은 공화당이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하원의 경우, 현재 공화당이 다수당의 차지하고 있으나 대통령선거에서는 이겼지만 하원 장악에 실패한 사례가 많아 예측이 어렵다. 

 

법원판결

행정명령 언제든 가능 -> 법원 판결 -> 항소법원, 대법원 구성 (상원장악 유리)

#트럼프 재집권# 트럼프 기후공약# 퇴직연금 ESG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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