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의 기후변화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2월18일 미국 네바다 주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페이스북>
농담처럼 이야기하던 ‘만약 트럼트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Donald Trump) 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2위 그룹인 디 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 등 2위 그룹에 큰 폭으로 앞서 있다. 조 바이든(Joe Biden) 현 대통령과의 제60대 대선(2024년 11월) 가상대결에서도 앞서는 결과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4년 중임(重任) 대통령제 국가다. 연임제는 대통령직을 연속으로 수행하는 것을 의미하며, 중임제는 차기 대선에서 떨어져도 다시 출마할 수 있는 제도다.
미국은 1933년부터 1945년까지 무려 4연임을 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례를 계기로, 1951년 헌법을 수정하여 1차례의 중임만 허용하고 있다. 로널드 레이건(49대, 50대), 빌 클린턴(52대, 53대), 바락 오바마(56대, 57대) 등 우리가 익숙한 대부분의 미국 대통령은 8 년 동안 연속해서 집권했다.
미국이 비록 4년 중임제를 채택하고 있기는 하지만, 연임에 실패하고 백악관을 떠난 대통령이 다시 권력을 잡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미국에서 현직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낙선한 후, 다시 집권에 성공한 경우는 22대와 24대 대통령을 지낸 그로버 클리블랜드((Grover Cleveland) 대통령이 유일하다. 다가오는 선거에서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무려 135년 만에 임기가 둘로 나눠진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이다. 트럼프의 재선은 그의 첫번째 등장만큼이나 이례적인 일이 될 것이다.
이제 ‘만약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을 현실로 가정하고, 준비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트럼프 1기의 기후변화 정책
트럼프 1기 정책은 그의 당선만큼이나 충격이었다. 후보시절 제시했던 정책의 방향과 내용도 충격이었지만, ‘설마 하겠어’ 하던 일들을 실제 실행하는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랐다. 트럼프 1기 정책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ABO(Anything But Obama), 즉 전임 오바마행정부의 정책의 부정이다.
기후변화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보시절부터 기후변화 자체를 부정하는 언급을 이어갔으며, 취임 후에는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을 전면적으로 뒤집었다. 트럼프 1기 기후변화 정책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바로 파리협정의 탈퇴다. 파리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협정으로, 산업화 이전 대비 전세계 평균 기온 상승을 1.5℃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은 2016년 4월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으로 참여를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의 경제적 이익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파리협정 탈퇴하겠다고 발표했다. 실제로 2020년 11월 공식 탈퇴를 마무리하여, 전세계에서 유일한 협정 탈퇴국이 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과 동시에 파리협정 재참여를 결정했다.
뿐만 아니라, 오바마행정부에서 석탄 화력발전소의 조기 폐쇄를 위해 추진한 청정전력계획(Clean Power Plan)을 백지화했으며, 화석연료에 대한 규제 및 자동차 연비 규제를 완화했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지원도 축소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트럼프 집권기간에도 풍력과 태양광 신규 설치는 지속증가했으며, 석탄발전은 감소했다. 재생에너지 자체의 경제성 향상과 더불어 오바마 집권 마지막에 입법화된 보조금 지급이 연속성(5년)있게 지급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주(州)단위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된 기후변화 및 재생에너지 정책 등도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 2기 기후변화 공약
‘만약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트럼프는 ‘아젠다 47’ 이라는 이름의 예비 공약을 발표했다. 트럼프 1기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ABB(Anything But Biden)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젠다 47’에서 발표한 기후변화관련 예비 공약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파리협정의 재탈퇴
2.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한 친환경보조금 전면 수정
3. 미국 내 화석연료 채굴 확대
4. 자동차 연비규제 완화 및 전기차 의무 판매 규제 폐지
정책 자체는 1기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우선 예측가능성이라는 측면만 본다면, 예상치 못하게 모든 정책이 뒤집어진 7년 전과 비교해 그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 2기 기후변화정책의 영향과 시장의 반응
한국 기업은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 이후 미국에 대대적 투자를 단행했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만 최소 72조원에 달하고, 계획된 투자금을 합하면 그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그리고 대부분의 투자는 보조금을 비롯한 친환경 정책이 지속된다는 것을 전제로 결정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과연 트럼트 2기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외부에 공언하는 것처럼 정말 IRA를 폐지하고, 재생에너지로 향하던 투자를 화석연료로 돌릴 수 있을 것인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후변화정책은 입법을 거쳐 진행한 것과 행정명령을 통한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 중인 정책은 트럼프 집권 후 쉽게 뒤집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IRA와 같이 입법을 통한 정책을 폐지하거나 수정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의회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국 의회는 한국에 비해 훨씬 더 강한 권한과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회는 하원은 공화당이,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상원의 경우, 실제 의석수는 동률이므로 공화당으로 부통령이 넘어가게 되면 상원도 공화당이 차지하게 된다. 계산상으로는 충분히 IRA를 뒤집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쉽지 않을 것이다. IRA를 비롯한 친환경 정책으로 인한 경제적 혜택의 상당수가 공화당 지역구, 즉 미국의 남부와 중부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기업의 대미 투자도 대부분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아울러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유가를 고려한다면, 화석연료 채굴확대에 대한 미국 국민의 목소리도 점차 낮아질 것으로 생각되며, 반대로 트럼프 집권기 동안 단행될 금리인하는 재생에너지 투자에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책에 따른 반작용, “We Are Still In” 이니셔티브
또한 트럼프 정책에 대한 반작용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전체 경제시스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전부는 아니다. 트럼프 1기의 기후변화 정책과 관련하여 눈 여겨 봐야 할 지점이 있는 데, 그것은 경제를 이루는 다른 중요한 축인 기업과 금융기관 및 주정부의 반응이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파리협정 탈퇴 선언을 계기로 ‘We are Still In’이라는 이니셔티브가 생겨났다. 즉, 연방정부의 파리협정 탈퇴와 무관하게, 기업, 금융기관 그리고 주 정부차원에서는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활동을 이어 가겠다는 의미다. 이 이니셔티브에는 애플, 구글, 시티은행 등 2,300여개의 기업 및 금융기관과 켈리포니아, 뉴욕 등 10개의 주정부가 참여했다.
트럼프 2기에도 민간차원의 기후변화 강화 움직임이 나타날 것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은 공급망을 통해 우리기업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트럼프가 재집권 한다면’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가정에 불과하다. 2024년 11월 5일까지는 아직 1년에 가까운 시간이 남았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긴 시간이다. 하지만 이제 트럼프의 재등장이 현재 생각할 수 있는 가능 현실적인 상황이 되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트럼프 시대의 기후변화 정책과 그에 따른 반작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칼럼은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비즈니스포스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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