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언론 기고] 기후변화 다음은 생물다양성…국내 기업 대응 시급(한국경제신문)2024-05-22 17:55
작성자 Level 10

기후변화 다음은 생물다양성…국내 기업 대응 시급(한국경제신문)
 

 

기후변화 다음은 생물다양성이다.’ 최근 ESG나 환경 관련 세미나를 가면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자주 듣게 되는 말이다. ESG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도 하루 빨리 생물다양성 이슈에 대응할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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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작 기업의 담당자를 만나 이야기해보면, 생물다양성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겠는데, 도대체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전문가들도 기업과 생물다양성이 구체적으로 무슨 관련이 있는 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속 시원하게 설명해 주는 경우도 많지 않은 것 같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고 일단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심정에서 인지는 몰라도, 기존에 사회공헌차원에서 해 오던 활동을 생물다양성으로 다시 포장해서 홍보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현실이다

 

맞다. 생물다양성은 매우 중요한 이슈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전세계 연간 GDP의 절반 이상인 44조 달러가 자연에 의존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1970년 이후 포유류, 조류, 어류, 양서류, 파충류 개체수의 69%가 감소했고, 100만종 이상의 동식물이 인간 활동으로 인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니 중요하고도 시급히 개선해야 할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점은 세계경제포럼은 생물다양성이 아니라 자연에 대한 의존성을 말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점이 바로 기업이 생물다양성과 관련하여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는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최근 우리가 사용하는 ‘생물다양성’이라는 용어에는 ‘생물 종의 다양성’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생태시스템’이라는 의미가 합쳐져 있다. 우리 사회와 경제는 생태시스템이 주는 다양한 서비스, 즉 물, 식량, 원자재를 제공하는 공급서비스, 수질, 대기질 정화, 자연재해 예방 등의 조절서비스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이러한 생태시스템이 훼손되면 우리 사회와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당연한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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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나고야의정서 채택을 계기로, 많은 기업들이 생물다양성이 향후 기업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칠 규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여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실제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종에 대한 지적재산권, 예를 들어, 생물종에서 나온 유전자원을 활용한 기업과 이를 보존한 국가 간의 이익 공유가 핵심 사안으로 제약 산업 등 일부 업종에만 영향을 주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업들도 나고야의정서가 자사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인지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생물다양성에 대한 경제계의 관심도 줄어들게 된 것이다.

 

그럼 왜 지금 다시 ‘생물다양성’일까?

 

금융기관이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권은 생물다양성을 기후변화와 동일한 시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생략) 경제시스템의 자연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생태계가 훼손되어 더 이상 생태시스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거나 또는 이를 방지하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면, 원부자재의 구매 비용, 최종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 변화 등을 통해 기업의 재무에 직접적 영향을 주게 된다.

 

최근 생물다양성 논의를 이끌고 있는 자연자본공시협의체(TNFD)에도 금융권의 이러한 시각이 매우 잘 드러난다. TNFD에서 요구하는 공시 프레임워크는 금융기관이 주도해서 만든 TCFD와 그 구조가 거의 동일하다. TNFD는 단순히 기업이 환경보호를 얼마나 잘 하고 있느냐가 아니라 생물다양성을 포함한 자연자본이 기업의 미래 재무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그리고 기업이 이를 제대로 관리할 준비가 되었는 지를 확인하기 위한 정보의 공시를 요구한다. (생략)

 

그런데 사실 따지고 보면, 대기, 수질, 토양 등에 대한 관리는 우리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것들이다. (생략) 하지만 눈을 해외나 공급망으로 돌려보면 사정이 많이 달라진다.

 

물론 우리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면서, 현지 환경규제를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하지만 그 관리 수준이 국내사업장이나 글로벌 스탠다드와 비교해서는 현격히 떨어진다는 비판에서는 아직 자유롭지 못하다. 또한 전체 공급망에서 일어나는 환경훼손에 대해서는 여전히 관심조차 두지 않는 기업이 대다수다. 우리 기업들이 개선해야 할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기업 가치사슬 전 과정에서 자연자원에 대한 의존성과 상호 영향 및 그에 따른 리스크를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공급망을 포함한 전과정에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한 관리 체계를 도입하고 이를 공개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공급망에서의 자연훼손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EU는 2023년 6월 EU산림벌채금지규정(EUDR)이라는 산림관련 공급망 실사법을 도입했다. EUDR은 산림 벌채를 통해 생산될 가능성이 높은 7가지 주요 품목(소고기, 코코아, 커피, 팜유, 대두, 목재, 고무)과 종이, 초콜릿, 가구제품 등 이들을 원료로 사용한 파생제품을 EU지역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당 제품이 산림 벌채가 없이 생산되었다는 것을 입증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이들 제품을 공급 또는 수입하는 업체는 실제 산림 벌채가 없었다는 것을 실사를 통해 확인하도록 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기업에게는 EU내 연간매출액의 최소4%이상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정부, 산업계 및 전문가가 모여 <자연자본공시 협의체>를 구성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TNFD의 주요내용을 함께 학습하고, 보고서에 적용해보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생물다양성과 관련된 최근 노력이 제대로 된 방향을 잡고 지속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이나 정부도 글로벌 환경정보공개 플랫폼인CDP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CDP는 이미 TNFD와 유사한 구조의 ‘CDP Forest’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TNFD와의 일관성을 더욱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CDP Forest 프로그램 참여 기업이 전무한 상황인데, 국내기업도 CDP 참여를 통해 생물다양성 공시를 선제적으로 준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CDP를 통해 공개된 해외 선진 사례를 적극적으로 벤치마킹하여, 사회공헌 성격의 환경보호 활동 뿐만 아니라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내부 리스크 관리시스템 및 공급망 관리 체계 구축 병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칼럼은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이 한국경제신문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게시물은 편집본이오니, 칼럼 전문은 '한경ESG' 매거진 5월호 또는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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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다양성# TN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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