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언론 인터뷰] 워터리스크, 물이 산업안보다: KoSIF 김현정 “워터리스크는 곧 금융리스크, 기업의 생존 가른다”(비즈니스포스트)2023-11-13 10:30
작성자 Level 10

[인터뷰] KoSIF 김현정
“워터리스크는 곧 금융리스크, 기업의 생존 가른다”

 


김현정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선임 연구원이 8일 서울 강남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환경정보공개 플랫폼 CDP의 한국위원회 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매년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탄소 경영과 함께 물 경영 활동을 평가해 영역별로 우수한 기업을 시상한다.

'기후변화 대응·물 경영 우수기업 시상식'이라는 행사명에는 물 경영 활동을 탄소 경영과 대등한 수준으로 중요하게 보는 시선이 담겨 있다. 오늘날 수자원 안보 문제, 이른바 ‘워터 리스크(Water Risk)’가 기업 환경에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다.

'CDP'라는 명칭의 의미 변화 역시 물 경영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지니는 중요성을 엿볼 수 있게 해 준다.

CDP는 2000년 영국에서 기업에 탄소배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활동으로 시작한 단체다. 그래서 ‘탄소공개 프로젝트(Carbon Disclosure Project)’의 머리글자를 딴 CDP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공식적으로 ‘CDP’ 자체를 고유명사로 사용한다. CDP의 정보공개 요구 활동이 탄소배출에서 물, 산림, 플라스틱 등 다른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CDP는 기업의 물 경영 정보공개를 위한 플랫폼으로 ‘워터 시큐리티(Water Securit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은 CDP의 활동 영역 가운데 탄소 배출량 공개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비즈니스포스트는 8일 서울 강남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실에서 김현정 선임 연구원을 만나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물 경영 정보공개 활동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연구원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에서 ‘한국 TCFD 얼라이언스’와 ‘CDP 워터 시큐리티 한국 프로그램’의 리드 직책을 맡고 있다.

 
CDP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은 세계적으로는 2010년 처음 시작됐고 국내에는 2014년 파일럿 프로그램을 거쳐 2015년에 45개 투자자의 요청으로 공식 도입됐다.

▲ 2023년 2월10일 서울 영등포구 글래드호텔에서 진행된
한국사회택임투자포럼의 '2022년 기후변화 대응·물 경영 우수기업 시상식'에서 수상 기업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 연구원은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이 엄격한 기준을 통해 정보공개 대상 기업을 선정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물 경영 정보공개를 요구받는 국내 대상기업은 CDP의 ‘워터 임팩트 레이팅(Water impact rating)’ 방법론을 사용해 물과 관련하여 취약한 산업에 속하거나 물 사용량이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매출 등을 산정해 선정된다. 또한 발전사를 비롯해 물 사용량이 많은 기업이 비상장인 경우가 많은 국내 현실을 고려해 일부 비상장기업도 대상기업에 포함한다.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의 대상 기업은 △투자자(Investor) 요청 기업 △자발적 신청 기업(Self-Selected Company) △고객사(Customer) 요청 기업으로 구분된다.

2023년 기준으로 한국 기업 가운데 투자자 요청 기업은 270여 곳, 고객사 요청 기업은 1500여 곳, 자발적 신청 기업은 23곳에 이른다.

김 연구원은 투자자라는 정보 수요자의 현실적 요청이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 시작의 중요한 동기인 만큼 기업들이 공개한 정보는 정교한 기준에 따라 평가되고 평가 결과를 놓고 수상도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개발된 CDP 평가시스템을 통해 각 기업의 환경 책무 이행 수준 및 환경 성과를 단계별로 구분해 기업의 응답을 평가한다. CDP 한국위원회(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는 산정된 평가 점수와 CDP 한국위원회가 제정한 시상 기준에 따라 투자자 대상기업 및 자발적 신청 기업을 대상으로 물 경영 우수기업 시상을 매년 진행하고 있다.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에 따른 물 경영 정보공개 요청에 응답하는 기업의 수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78개의 투자자 대상기업이 응답했는데 최근 5년 응답 데이터 대비 333% 증가한 수치다.

김현정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선임 연구원이 8일 서울 강남구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실에서
비즈니스포스트와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 연구원은 응답 기업 수의 증가 원인을 놓고 CDP 평가 데이터의 높은 신뢰성과 이에 따라 CDP를 통해 기업에 환경정보를 요청하는 글로벌 투자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2023년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자산 규모 합계 135조 달러가 넘는 746여 개의 투자자와 6조 4천억 달러 이상의 조달 지출을 하는 330개 이상의 대형 구매자(large purchasers)가 CDP를 통해 전 세계 기업에 환경정보공개를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주요 투자의사 결정에 CDP 데이터를 활용하는 주요 이해관계자의 공개 요청에 따라 국내 기업 또한 주식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 강화, 기업 평판 보호 및 개선, 기후변화에 따른 사업 리스크 및 기회 파악 등을 위해 CDP에 더욱 적극적인 대응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물 경영 관련 정보공개를 놓고 투자자는 물론 고객사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기업의 주요 이해관계자 가운데 하나인 고객사들이 협력사에게 CDP 워터 시큐리티 프로그램에 응답하도록 요구해 수자원 관리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하도록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매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협력사가 물 관련 요구조건을 충족하도록 하는 등의 요구는 기업이 CDP에 대응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동기가 되는 요소다.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글로벌 고객사로부터 CDP 응답 요청을 받고 있는데 주요 고객사로는 인텔, HP, 후지쯔, 델, 알파벳, 노키아 등이 있다.”


물 경영 정보공개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기업들의 응답 수준도 전반적으로 진전됐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응답 수준은 아직 글로벌 기업의 응답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김 연구원은 지적한다. 한 예가 물 경영 거버넌스 수준이다.


"이사회 내 물 관련 현안에 C레벨 수준의 직책을 최고 책임자로 둔 글로벌 기업은 43%지만 국내 기업은 25%에 불과하다. 이사회 구성원 가운데 물 관련 현안에 전문성을 갖춘 경우도 글로벌 기업 43%, 국내 기업 24%로 조사됐다."

김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이 단순히 CDP의 정보공개 요구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실제 기업의 거버넌스와 리더십에 진보적 변화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CDP 정보공개 데이터를 통해 글로벌 기업과 한국 기업의 물 경영 거버넌스 리더십을
비교한 그래프. 이사회의 전문성 등 모든 영역에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물 경영 수준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CDP Korea Report 2022' 보고서 갈무리>

 

기후변화는 전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재앙이고 결국 물을 매개로 사람들의 삶과 기업 환경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업의 물 경영 강화는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김 연구원은 기업들이 워터 리스크에 따른 피해가 결국 금융 리스크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본다. 워터 리스크가 곧 기업 리스크이며 금융 리스크라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유발하는 가뭄과 홍수의 파국이 기업의 자산가치 하락, 시장의 변화, 자원 효율성 영향 등 금융시스템 내에 광범위하게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CDP의 2022년 글로벌 보고서 ‘높고 건조한(High and Dry)’를 보면 CDP를 통해 보고한 상장 주식의 69%가 사업의 실질적 영향을 초래할 워터 리스크에 노출되어 있으며 그 재무 영향은 2250억 달러에 이른다. 은행, 투자자, 보험사가 집중 투자하고 있는 자본과 관련해 워터 리스크 노출이 늘어나면서 관련 보장 범위 또는 대출을 축소하는 등 금융 시스템의 변화도 나타나는 추세다.”

 

한국 기업이 해외에 생산 거점을 두는 등 해외로 활발하게 진출하면서 워터 리스크에 노출된 한국 기업의 국내외 사업장 수는 205개에 이를 정도로 늘었다. CDP에 응답한 국내 기업에 워터 리스크가 미칠 잠재적 재무 영향은 13조59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워터 리스크 대응 수준도 그 위험성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김 연구원은 바라본다.
한국 기업들은 워터 리스크로 중대한 재무적 위험에 처하거나 혹은 사업적 기회가 있을 것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구체적 리스크 및 기회 파악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한국 기업들의 CDP 응답 데이터를 살펴보면 물 스트레스가 높은 지역에 사업장이 위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적 리스크를 보고하지 않거나 해외 사업장의 리스크 보고를 제외한 경우가 대다수다. 수자원을 효율화하는 제품 및 기술 투자로 사업의 기회를 노리는 국내 기업 역시 아직은 소수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 사업장 위치를 나타낸 그림. 상당수 사업장이 워터 리스크가
높은 붉은 색 지역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측 상단 원안은 한국의 2022년(왼쪽), 2040년(오른쪽) 워터리스크 시나리오를 나타낸 그림.
<'CDP Korea Climate and Water Report 2022' 보고서 갈무리>

 

한편 세계 시장에서 요구하는 워터 리스크 대응 수준은 금융과 연계돼 점점 높아지고 있다.

김 연구원은 블랙록을 비롯해 노르웨이중앙은행투자관리청(NBIM) 등 주요 글로벌 투자자들의 사례를 들었다. 이들은 물 관련 현안을 ESG 활동의 주요 어젠다로 선정하고 이와 관련된 요구 사항들을 투자 기업에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예전에는 단순하게 CDP에 응답을 거부한 기업의 명단을 공개했다면 이제는 개별 기업을 향한 관여 활동은 물론 실제 투자의사 결정에서 CDP 데이터를 활용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실례로 스웨덴 정부 연기금인 ‘AP4’는 투자운용사를 대상으로 워터리스크에 초점을 맞춘 글로벌 주식투자 포트폴리오 개발에 입찰을 제안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 기업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수자원 관리 역량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피할 수 없다.

김 연구원은 한국 기업이 수자원 관리는 물론 ESG 전반을 놓고 해외 사업장을 포함해 정확한 사업 리스크 및 기회를 파악하고 적절한 책무 이행 및 대응에 반드시 공을 들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미 주요국이 기업과 금융기관의 ESG 정보공개 의무화 규제를 발표하고 있으며 국내 ESG 공시 의무화 또한 막을 수 없는 국제적 흐름이다. 기업이 ESG를 단순히 평가로만 생각하고 대응한다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워터 리스크 관련해서는 기업들이 CDP 대응으로 정확한 워터 리스크와 기회를 식별한 데이터를 확보해 수자원 안보 전략을 수립하고 금융 시장에서 경쟁 우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실질적 대응과 투명한 정보공개는 이제 단순히 기후변화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을 결정하는 필수적 요소"라고 김 연구원은 강조했다. 이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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