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게시물은 임팩트온이 진행한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의 인터뷰를 편집하였습니다.
“다음 과제는 ESG 기본법 통과” ···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
Q. 오랜 기간 국민연금을 비롯한 금융투자기관의 ESG를 개선하기 위한 법과 정책 제안 및 지원을 해왔다. 특히, 금융기관에 집중한 이유가 있나?
2007년 4월 창립될 때부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은 ESG와 CSR을 전면적으로 표방했으며, 금융기관의 ESG를 촉진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생략) ESG 선순환 시장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돈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EU는 ESG 관련한 거의 모든 법과 정책의 원천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를 위해 EU가 가장 먼저 설계한 정책이 바로 2018년에 내놓은 ‘지속가능금융 액션 플랜’이다. 금융의 관점, 자본의 흐름 관점에서 ESG 관련 법과 제도를 만들었다. 한국 사회에서 자본의 흐름을 주도하는 기관이 바로 국민연금이다. (생략) 국민연금이 ESG 관점에서 투자를 하면 위탁운용사뿐만 아니라 기업의 ESG 경영이 촉진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Q. 국민연금을 변화시키기 위해 실행한 법⋅정책 제안 및 지원 활동을 소개해달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은 2013년 입법 지원을 통해 2015년 1월 국민연금법 개정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국민연금법 102조 제4항에 “제2항 제3항에 따라 기금을 관리・운영하는 경우에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증대를 위하여 투자대상과 관련한 환경・사회・지배구조 등의 요소를 고려할 수 있다”라는 ESG 투자의 근거 조항을 마련했다. (생략)
(생략) 105조 제1항5호에 국민연금이 ESG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 자산에 관한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했다. (생략) 국민연금은 현재 이 조항에 따라 ESG 고려 기준, ESG를 고려한 투자 규모, 국민연금이 ESG 고려한 투자종목과 비중, 국민연금의 책임투자 정책과 조직 등을 매년 공개하고 있다.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설치되도록 한 것도 성과로 볼 수 있다. 2016년 총선부터 2017년 대선 정책 질의 토론회까지 국민연금 내에 독립적인 사회책임투자 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촉구했다. 결국, 2017년 12월 보건복지부는 사회책임투자위원회 설치를 발표했고,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수탁자책임위원회라는 이름으로 수용했다. 이는 노르웨이 국부펀드와 스웨덴 연기금이 윤리위원회를 만들어서 투자 배제기업과 모니터링 기업을 을 명시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관여 활동으로 투자 대상 기업의 ESG를 관리하고 있는 것에 착안한 정책 제안이었다.
Q. 국민연금 외 다른 금융기관들을 변화시켰던 사례와 ESG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정책 사례에는 어떤 게 있었나?
2018년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을 시작으로 100개가 넘는 금융기관의 탈석탄 선언을 이끌어냈다. 이전에는 탈석탄 선언을 한 금융기관이 없었다. 탈석탄 금융을 주류로 만들기 위하여 역점을 두고 만들었던 제도가 바로 ‘탈석탄 금고’다. 지자체나 교육청은 3년 혹은 4년에 한 번 예산 출납과 보관을 위한 금고 업무를 관리할 금융기관을 선정한다. 이 금고 선정 시 탈석탄 투자를 공표한 은행을 우대하자는 취지로 고안됐다. 이 제도가 금융그룹의 핵심인 은행의 탈석탄 선언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발휘했다.
2016년 개정된 조달사업에 대한 법령도 하나의 성과다. (생략) 정부가 공공조달을 수행할 때 환경, 인권, 노동, 공정 거래, 소비자 보호 등을 고려하도록 하는 임의조항이다. 이를 통해 사회책임공공조달을 할 수 있는 근거조항을 마련했다.
2007년 개정된 산업발전법은 정부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종합시책을 마련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런데 정부는 10년 간 종합시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생략) 2017년 법을 개정해서 정부가 5년마다 종합시책을 수립하고 연차별 실행계획을 만들어서 발표하도록 정했다. 그 과정에서 지속가능경영센터를 만들어서 이를 수행하도록 했는데, 한국생산성본부(KPC)에서 현재 이를 맡아 진행해 오고 있다.
Q. 앞으로의 과제로 남은 것은 무엇인가?
ESG기본법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다양한 ESG 정책들을 만들었지만, 파편화되어 있다. 이를 하나로 종합하는 기반이 되는 법이 필요하다. 지난해 9월에 이원욱 의원을 입법 지원하여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촉진 법안(이하 ESG 기본법)을 발의했다.
(생략) (ESG 기본법은)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및 투자 촉진을 위한 국가, 지자체, 기업, 금융기관의 책무 규정 ▲정부는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촉진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 및 추진 ▲국무총리 소속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촉진위원회 운영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공시기준 마련 등이며, 총 55개 조항으로 구성됐다. 이 법에는 ESG 평가와 공시, 검증기관, ESG경영 참여 기업에 대한 지원 등의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연관해서 아직 개정하지 못한 과제로는 자본시장법과 국가재정법이 있다. 자본시장법은 ESG 정보공시 의무화와 관련된 내용으로 2012년부터 관여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고치지 못했다. ESG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ESG 정보의 공개다.
국가재정법은 68개 기금이 연관된 법이다. (생략) 이를 묶는 상위법인 국가재정법을 개정하여, 개별 연기금의 자산운용원칙에 ESG를 포함시키는 방법으로 접근했다. 국가재정법은 개정하지 못한 대신 충분하지 않지만 기재부가 매년 수행하는 기금평가에 ESG 투자를 항목으로 넣는 성과를 낳았다. 이런 상위법들을 개정해 나가는 게 큰 과제다.
Q. 4월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예비 국회의원 후보들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은가?
ESG 시장 생태계와 작동원리를 하나의 그림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 그림이 ESG 기본법이다. 기본법이 통과되면, 그 안에서 부족한 법과 제도, 정책을 확인하고 이를 연결하고 채워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SG 생태계에는 기업, 정부, 금융기관, 소비자, 고객, 평가기관, 검증기관이 존재하며, 각 플레이어 간에 정보와 규제와 보상 혹은 지원이라는 사슬로 연결되어 있다. 이 사슬이 한 지점이라도 끊어져 있거나 느슨하면 생태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핵심은 ESG 정보를 매개로 한 자본의 이동이다. 정보공개가 안 되면 자본의 이동이 멈추고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만들어지더라도 법이 느슨하면 워싱이 발생한다. 이런 그린워싱을 감시하는 기구도 필요하다. 국민연금을 비롯해 스튜어드십 코드에 가입한 기관이 200개가 넘지만, 실질적으로 코드에 따라 실행하고 있는지는 모니터링되어 오지 않았다. ESG시장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거나 워싱이 발생하면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경쟁력도 저하된다. 22대 국회에 들어올 분들이 ESG 관련 법과 제도들, 특히 이를 모두 포괄하는 ESG 기본법 제정과 조속한 통과에 힘을 모아주시길 당부한다.
Q. 이번 라운드 테이블에서 참석자들이 어떤 내용을 들을 수 있나?
(생략) 기업은 앞으로 필요하고 다가올 규제를 잘 파악하고 미리 대비하는 게 필요하다. 기업이 정부에 단순히 지원 정책만을 요구하기보다는, 필요한 규제를 더 빠르게 도입하도록 촉구해야 한다. 좋은 규제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여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번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이런 규제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참여자들이 필요한 규제를 파악하고, 이를 도입하기 위한 지원 정책도 함께 적극적으로 요구할 수 있도록 발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전달하려고 한다.
<행사 안내>
2024 제 1회 임팩트온 ESG 라운드테이블: 총선 이후 ESG법·정책을 말한다
오는 2월 1일(목) 오후 4시30분 방배동 심포이에시스홀에서 ‘총선 이후 ESG 선순환 시장 생태계 구축을 위한 법·정책과제를 주제로 <2024 제 1회 임팩트온 ESG 라운드테이블: 총선 이후 ESG법·정책을 말한다> 행사가 진행됩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이 강연자로 함께할 예정입니다.
<해당 게시물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