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NDC 연계 제안
강력한 다국적 압력 수단 없다면 파리협정 목표나 2050넷제로 달성은 어려울 것
“한국, ‘기후악당’ 불명예 벗기위해서도 NDC 목표 설정에 SBTi 기준 도입해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양춘승 상임이사 기고
[SDG13 기후변화대응]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세계 각 정부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 가급적 1.5℃ 이하로 고정하자고 합의하고 매 5년마다 각국의 감축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NDC)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의 NDC를 모든 나라가 100% 이행한다고 해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은 2.6~2.8℃에 달해 1.5~2℃ 상승이라는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에는 한참 부족하다.
UNEP의 2024 배출량 격차보고서(Emission Gap Report 2024)에 따르면 상승폭 1.5℃ 목표에 부합하려면 2030년까지 전 세계 배출량을 최소 42% 이상 감축해야 하는데, 현재의 NDC를 적용하면 5~10% 정도 감축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파리협정의 목표가 물 건너가는 것을 두고만 볼 것인가?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는 것인가?

필자는 모든 국가의 감축목표 설정을 과학기반감축목표 이니셔티브(Science Based Target Initiative, SBTi)의 기준에 따르도록 강제하는 해법을 제안하고 싶다. SBTi는 2015년 CDP, UN Global Compact, World Resources Institute(WRI), 그리고 World Wide Fund for Nature(WWF) 등 주요 국제기관들이 협력해 기업들이 최신 기후 과학에 기반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파리협약의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 2°C 이하(바람직하면 1.5°C 이하)” 목표 달성에 기여하도록 돕기 위해 설립된 자발적 이니셔티브이다. 이는 기업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결정하는 자발적 국가감축목표(NDC)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재 참여 기업 수는 2,000여 개이나 매년 그 수가 늘어나고 있다.
SBTi가 인정하는 기업의 과학기반감축목표는 다음과 같은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첫째, 기업이 설정하는 감축 목표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C 이하, 가능하면 1.5°C 이하로 제한하는 데 필요한 최신 기후과학이 제시하는 온실가스 감축 경로와 일치해야 한다.
▲둘째, 배출 범위에 직접 배출(Scope 1)과 간접 배출(Scope 2)는 물론이고, 공급망과 기타의 간접배출(Scope 3)도 포함해야 한다.
▲셋째, 목표 기간(최소 5년 최대 15년), 해당산업과 기업 특성에 합당한 감축수준, 산업별 세부 기준 충족 등의 요건을 충촉해야한다.
▲넷째, 설정된 감축 목표에 대한 SBTi의 검증 절차를 통해 과학적 근거와 일치 여부 평가를 거쳐야 한다. 이상의 기준을 모두 충족했을 때, 비로소 기업이 설정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목표가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과 일치한다는 공인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SBTi의 기준을 어떻게 국가감축목표(NDC)에 적용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은 몇 개의 경로를 엄격하게 따른다면 특정 국가의 NDC가 SBTi 기준에 의해 파리협정의 목표 달성과 일치하는가 아닌가를 판단할 수 있고, 그 결과에 따라서 특정 국가의 NDC 목표의 상향 설정을 강제하는 국제적 압력을 행사해야지만 파리협정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NDC의 목표 수치가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1988년 설립) 최신보고서에 나오는 최신의 기후 과학에 근거한 기온 상승 시나리오에 근거해야 한다.
둘째, 경제 전반의 주요 배출원을 부문별로 상세히 분석하고, 각 부문에 맞는 세분화된 감축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셋째, SBTi 기준처럼 단기적 (예: 2030년까지) 중장기적 (예: 2050년) 목표를 명확히 구분해 단계적으로 감축 경로를 설정해야 한다.
넷째, 국가 차원에서 정기적인 배출량 보고, 검증, 그리고 성과 평가를 위한 체계 즉 투명한 모니터링과 검증 (Monitoring, Reporting, and Verification, MRV)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정부와 민간 부문의 긴밀한 협력이 전제돼야 한다. 이는 NDC를 수립할 때, 민간 부문(예: SBTi 참여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국가 목표와 기업별 감축 목표가 상호 보완되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가 차원의 목표와 기업들의 과학 기반 타겟이 서로 조화를 이뤄 파리협약 목표 달성에 더 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다국적 압력 수단이 없다면 파리협정의 목표나 2050넷제로 달성은 어려울 것이다. 왜 그런가? 우선 현재 제출된 NDC로는 2050년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게 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또, 기존에 제출한 NDC조차 이행률이 낮고 법적 구속력이 없으며, 재정과 기술 부족으로 감축 목표 달성 가능성이 낮다. 차기 기후협약당사국회의(COP30)를 주최하는 브라질 정부조차 재정 문제로 OPEC 주도의 석유·가스 토론 클럽에 가입하고,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브라스가 아마존에서 해양 시추 허가를 받도록 국가 환경청에 압력을 가하며, 새로운 석유 탐사로 얻어지는 수익이 에너지 전환 자금을 마련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현실이다.
폐암 치료비를 모으기 위해 더 많은 담배를 피우라는 것이다. 더 나아가, 현재 각국의 NDC에서는 SBTi의 넷제로 기준에 속하는 탄소제거(carbon removal)나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 NBS) 같은 탄소 제거 전략이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점도 문제이다.
결국 SBTi의 과학 기반 목표(1.5°C 경로)를 따르려면 2030년까지 28%, 2035년까지 37% 감축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각국의 NDC 목표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특히 2050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단기 감축 목표 강화와 이를 위한 탄소 제거 기술 개발과 보급이 시급하기 때문에, 각국이 5년마다 NDC를 갱신할 때, SBTi의 권장 감축 경로를 반영해 더 야심찬 국가 감축목표를 설정하도록 국제적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기후악당으로 평가받고 있는 대한민국의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차기 정부에서는 NDC 목표 설정에 SBTi 기준을 도입하도록 촉구한다. 이제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나라를 만들 때도 되지 않았나요?
※본 칼럼은 양춘승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상임이사가 SDG뉴스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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