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언론기고] 과장과 침묵 사이, 그린허싱의 해악은(한경ESG)2025-04-04 16:21
작성자 Level 10

 

과장과 침묵 사이, 그린허싱의 해악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종오 사무국장 기고

 

지금은 황소 앞에서 붉은 기를 꽂을 적절한 때가 아니다.”

지난 3월 초 블룸버그가 보도한 란자테크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제니퍼 홈그렌의 말이다.

란자테크 글로벌은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화학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원료로 전환하는 기술에 특화된 회사로,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서라도 열정적으로 기후 위기 대응의 시급성을 설파해야 할 기후 솔루션 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 CEO는 향후 4년 동안 탄소배출량 감축보다는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등으로 이해관계자 메시지를 재조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유는 정치적 지형 변화다. 지금은 ‘기후 대화(climate talk)’를 하기에 좋지 않은 ‘트럼프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린허싱 전성시대

트럼프의 귀환, 그린워싱 방지 규제 강화 등으로 ‘그린허싱(greenhushing)’ 전략을 채택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그린허싱은 기업이 기후 등 지속가능성 관련 목표, 노력, 성과 등의 정보를 이해관계자에게 의도적으로 알리지 않거나 최소화하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환경 등 지속가능성 정보공개 요구에 대응해 그린허싱 기업이 취하는 기본 전략은 ‘무선 침묵(radio silence)’이다. 비유하면, 안전·보안 등의 이유로 무전기 일부나 전부를 끄는 전략으로, 회피(avoidance) 또는 거부(refusal) 등이 주로 사용된다.

크래프트 하인즈는 지난 1월 ‘2030년 배출량 50% 감축목표’를 웹사이트에서 삭제했고, 아메리칸항공은 ‘저탄소 전환에 대한 노력’을 강조한 문구를 트럼프가 당선한 달인 지난해 11월에 지웠다. 월마트, 메타 등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다. 그린워싱 혐의로 영국 규제당국과 마찰을 빚은 유니레버는 기후 관련 홍보를 대폭 축소했다.

그린허싱은 친환경 컨설팅사인 트리허거가 2008년 최초로 고안했으며, 기후 컨설팅 기업인 사우스폴이 2022년에 발간한 보고서(Net-zero and Beyond)에서 언급하며 널리 유통되기 시작했다.

사우스폴은 2024년 1월 발간한 보고서(Destination Zero)에서 그린허싱이 기업경영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만연하다고 진단했다. 분석에 따르면, 조사 대상 1400개 중 4분의 3 정도 기업은 배출량 감축에 더 많은 재원을 투여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이해관계자들과 그 사실을 공유하는 것은 꺼렸다. 1년 동안 기후 관련 외부 커뮤니케이션을 줄였다고 응답한 기업은 1400개 중 58%에 달했다. 환경·소비재·화석연료 기업일수록, 프랑스 등 유럽 기업일수록 그린허싱이 높았다.

이 지점에서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그린허싱 기업은 나름대로 내부적으로 지속가능성 관련 목표와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 활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관련 정보를 이해관계자에게 ‘비공개’ 또는 ‘과소 보고’한다는 점이다.

환경운동가인 로마 다나니는 기업이 그린허싱을 하는 동기를 다음 6가지로 정리한다. ▲비판과 나쁜 평판에 대한 두려움 ▲고객에 대한 죄책감 감소 ▲지속가능성 제품에 대한 부정적 인식(예: 천연 제품은 저품질이라는 인식) ▲기업 목표 달성에 대한 확신 부족 ▲중소기업의 경우 요구 충족 어려움 ▲지속가능성 노력에 대한 소통 방법 불확실성이다. 이 중 그린허싱의 핵심 동기는 ‘두려움’과 ‘목표 달성에 대한 확신 부족’이며, 규제당국·주주·NGOs 등 이해관계자의 감시·비판·소송 등으로부터 기업 보호가 목적이다.

그린허싱은 미국에서는 기후 등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이슈가 극단적으로 진영화되는 과정에서, 유럽에서는 더욱 엄격해지는 그린워싱 규제 상황에서 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전략적 선택지이자 침묵으로 만든 일종의 피난처라 할 수 있다.

블랙록은 ‘ESG의 정치화’를 우려하며 ‘ESG 용어 사용 전면 중단’ 즉 ‘ESG 허싱’을 선언한 후 이 피난처로 조기 안착한 금융회사다. 양 당의 모든 주(州)가 고객인 블랙록으로서는 고육지책이다. 최근 다수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마치 안전지대인 듯 이 피난처로 들어오고 있다. 그린허싱은 그린워싱을 피하기 위한 극단적 진자운동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피난처의 ‘안전 여부’다. 즉 그린허싱이 그린워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느냐는 말이다. 이를 위해서는 그린워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선택적 정보공개하는 그린워싱

그린워싱은 조직의 관행과 성과 또는 제품·서비스의 환경적 속성과 성과를 홍보·광고·마케팅 방식으로 주장(claim)하고 실행(executional)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그린워싱의 주요 전략은 상징적 행동과 선택적 정보공개이며, 긍정 정보는 ‘과장’하고, 부정 정보는 ‘축소·생략·누락·은폐’하는 전술을 사용한다. 브라운워싱(brownwashing), 클라이밋워싱(climatewashing), 그리고 모호한 지대에 놓여 있지만 그린허싱과 그린위싱(greenwishing)이 있다.

그린위싱은 조직이 구체적 행동을 취하지 않고 환경 등 지속가능성에 대한 바람이나 의도를 표현하는 관행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정한 관심에서 출발할 수도 있지만, 변화에 필요한 헌신과 후속 조치가 부족하거나 부재한 경우를 말한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던컨 오스틴은 그린위싱을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야망을 훼손하는 희망찬 사고’라고 표현한다.

ESG 데이터 분석기관인 렙리스크에 따르면, 이러한 그린워싱은 2019년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다 2024년에는 전년 대비 12% 감소했다. 유럽에서는 20% 급감했으나 미국은 소폭 증가했다.

유럽에서는 강력한 녹색 규제(그린 클레임 지침, 소비자 권리 지침 규제)가 감소의 동인이고, 미국에서는 ESG 정치화가 일부 소폭 증가 요인으로 분석되었다. 렙리스크의 분석에서 주목할 점은 “강화된 규제 감독은 그 자체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그린워싱을 억제할 가능성이 있지만 그린허싱을 장려할 수도 있다”고 언급한 대목이다. 그린허싱을 그린워싱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지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우려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시민사회나 비영리 연구기관은 그린허싱을 그린워싱으로 규정한다. 플래닛 트래커가 2023년 초에 발간한 ‘그린워싱 히드라(The Greenwashing Hydra)’ 보고서에서는 그린워싱 6가지 유형 중 하나로 그린허싱을 꼽았다.

 

그린허싱의 폐해는 광범위

그린워싱은 ‘과장’하지만 그린허싱은 ‘침묵’한다. 그린허싱은 기업의 방어 전략이지만 그 폐해는 광범위하다. 그린허싱은 기후 등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산업, 국가 단위에서 집단적 진전 속도를 지연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기후 선도 기업이 그린허싱을 할 경우, 아무리 내부에서 자사가 설정한 목표를 충실히 이행한다 해도 정보의 과소 보고로 기후 문제에 대한 산업 및 사회적 관심을 감소시킬 뿐 아니라 추종 기업이 벤치마킹할 기회도 제한한다. 기후 위기처럼 시급하고 협력적 진전이 중요한 인류 공동체 문제를 해결할 시간은 그만큼 뒤로 미루어진다. 이는 그린허싱이 공동체에 주는 가장 중대한 해악이다.

공동체가 아닌 기업 관점에서도 그린허싱은 손해일 수 있다. 시장에서의 제품 및 서비스 차별화, 비용 절감, 가격 프리미엄, 협력 기회 증진, 규제기관 등 이해관계자로부터 우대 조치, 인재 유치, 위험 감소, 평판 유지 및 제고 등 적극적인 녹색 보고를 통한 환경적 지속가능성의 잠재적이고 현실적인 이점과 경쟁 우위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와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그린허싱은 그린워싱으로 귀결된다. 소비자는 녹색 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투자자는 기업의 현재와 미래 경쟁력을 평가하기 위해 ‘정확하고 충분한 기후 등 녹색 정보’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린허싱의 ‘침묵’이나 ‘과소 보고’는 시장 전반에서 정보의 불투명성과 정보 비대칭을 높이고, 제품 및 기업 간 비교가능성을 하락시킨다. 이는 결국 소비자와 투자자의 선택권 약화는 물론 직간접적이고 재무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자본도 최적이 아닌 방식으로 배분되어 지속가능금융 발전을 방해한다.

그린워싱은 지속가능성의 가면을 쓰고 지속가능성 토대를 무너뜨리는 트로이의 목마와도 같다. 그린워싱 전략도 진화한다. 그린허싱은 그린워싱 판단이 모호한 지점으로 도망치는 교묘한 전략이다. 이러한 그린허싱을 무너뜨리는 무기는 결국 ‘투명성’이다. 이 투명성을 확보하는 유력한 수단 중 하나가 바로 정보공개 의무화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사무국장

 

본 칼럼은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이 한경ESG에 기고한 칼럼입니다. 칼럼 전문은 아래의 링크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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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허싱# 그린워싱# 안티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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