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재무공시 개선 토론회, “온실가스 다배출기업 28% 기후공시 없어"
▲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비재무공시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기후 관련 공시를 확대하기 위한 기업 및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 노종화 경제개혁연구소 변호사,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 장혜영 정의당 의원,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지윤 그린피스 전문위원,
오덕교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위원,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리서치팀 차장.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는 기업의 비재무공시, 특히 기후 관련 공시 실행을 위해 기업, 정부, 국회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온실가스 다배출 상위 50개 기업 분석결과,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지 않거나 찾을 수 없는 곳이 14개사(28%)에 이르는 등 주요기업의 비재무공시 의지가 약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업의 탄소중립을 위한 비재무공시 현황과 개선방안 토론회’가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그린피스, 녹색전환연구소,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공동주최로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배보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은 2021년 기준 온실가스 다배출 상위 50개 기업 조사결과 이 가운데 14곳이 2023년 6월15일 기준으로 지속가능보고서를 공개하지 않는 등 기후 관련 공시에 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후 관련 정보 등 비재무정보를 공시하지 않은 기업 가운데에는 한화에너지, GS파워 등이 포함됐다.
배 연구원에 따르면 온실가스 다배출 상위 50개 기업 가운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보고서를 발간한 기업은 32개였다. 4개 기업은 계열사 통합보고서를 통해 정보가 공개돼 각 기업별 기후변화 대응을 파악할 수 없었다.
비재무정보가 개별적으로 공개된 32개사의 기후 관련 공시를 평가한 결과,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38점에 그쳤다. 기후 관련 재무정보 공개 협의체(TCFD) 권고의 4가지 틀에 기후정보접근성을 추가한 5가지 틀에 기반해 분석한 결과였다.
배 연구원은 “(32개사 가운데) TCFD 틀을 활용하지 않고 기후 관련 공시를 하는 곳은 11개”로 “이들은 TCFD 틀을 활용하지 않아 유사업종의 다른 기업과 대응 상황 및 역량을 비교하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의 전략을 투명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TCFD보고서를 별도로 펴낸 곳은 SK하이닉스뿐"이라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설립한 협의체인 TCFD는 2017년 권고안을 통해 기후와 관련한 △지배구조 △전략 △위험관리 △지표와 감축목표 등 4가지 분야의 공시 틀을 제시한 적 있다.
배 연구원은 “국내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의 기후 관련 공시 평가 결과 세계적 흐름과 다르게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며 “기업이 기후 관련 정보의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공개하려는 의지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지속가능 공시 의무화와 한국의 대응’을 주제로 발표한 신지윤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전문위원은 기업뿐 아니라 정부의 의지도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신 위원은 “국내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편중된 정보 공개 탓에 기후 정보 공개에 빈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 기업 수도 전체 상장회사의 10% 미만인데다 자발적 근거에 기초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신뢰성 비판도 여전하다”고 말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지속가능성 공시 적용 시점과 비교하면 한국 금융당국의 대응이 지지부진하다는 점도 지적됐다.
ISSB는 국제회계기준(IFRS)재단이 글로벌 ESG 공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2021년 11월 출범한 위원회로, 6월26일 일반 요구사항을 담은 ‘IFRS S1’, 기후 관련 공시를 담은 ‘IFRS S2’로 구성된 첫 기준을 확정했다.
신 위원은 “ISSB는 기후 관련 의무공시(IFRS S2) 의무 시작 시점을 2025년으로, 온실가스 배출과 관련한 스코프3(Scope3) 공시는 의무 시작 시점을 2026년으로 잡았다”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자산 2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사가 2025년부터 ESG 공시를 의무화하는 데 그친다”고 말했다.
스코프3란 기업 직접배출(스코프1), 간접배출(스코프2)을 제외한 기업 외부배출을 뜻한다. 물류, 제품 사용과 폐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발표 뒤 토론에서는 기업의 기후 관련 공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오덕교 한국ESG기준원 선임연구위원은 “스코프3 배출량과 관련한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스코프3 배출량은 제3자 검증의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TCFD 기준은 시나리오 분석이 핵심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이 분석에 적용되는 변수 설정 등이 기후 관련 공시 부담으로 다가온다”며 “비재무공시를 의무화하되 기업들에 세부적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은기환 한화자산운용 리서치팀 차장은 “정부나 기업은 기후 관련 공시 등 비재무공시를 규제로 인식해서 완화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은 차장은 “그러나 우리 정부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비재무공시 역량이 낮으면 편입에 성공하더라도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며 “지수에 들더라도 해외 투자자들이 높은 수준의 공시 수준을 요구할 것이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기후 관련 공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공시의 정당성 및 지속성을 위해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법적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며 “공시 의무화 이후 나올 정보의 양이 매우 방대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국제표준전산어(XBRL)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디지털 공시 도입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공시 내용과 다르게 기후 관련 공시 정보의 상당수는 예측정보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현행 자본시장법은 예측정보에 관한 면책조항을 두고 있지만 기업은 예측정보 공시를 회피하는 경향을 보이는 만큼 예측정보에 관한 세부적 공시 가이드라인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주최기관으로 참여한 국회의원들은 기후 관련 공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ESG(환경·사회·지배구조)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주 의원은 축사를 통해 “(기후를 포함한) 비재무공시는 결국 기업과 투자라를 포함한 자본시장의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 과제는 새로운 공시제도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며 "그러나 탄소중립을 향한 합의와 비교해 공시제도가 기업 경영에서 어떻게 실현될 것인지에 관한 공감대는 아직 부족하다”고 말했다.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 위원인 장혜영 의원은 축사에서 “기후대응에 관한 기업의 적극적 역할이 요구되는 요즘 기후 관련 공시의 중요성이 함께 커지고 있다”며 “투명한 비재무공시는 기후위기를 고려한 투자를 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커다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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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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